[최지은의 10 voice] 김태희, 세상을 향해 한 방 날리다
[최지은의 10 voice] 김태희, 세상을 향해 한 방 날리다
MBC 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다. 2008년 이후 ‘수목의 저주’라 불릴 만큼 침체되어 있던 MBC 수목 미니시리즈가 약 2년 만에 시청률 20% 고지를 넘으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는 사실, 그리고 타이틀 롤을 맡은 김태희의 기사회생이다. SBS 에서 김주원(현빈)이 길라임(하지원)에게 얼마나 반해 있는지를 가장 강력하게 어필한 대사는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였다. 미남의 대명사가 장동건인 것처럼, 김태희는 미녀의 대명사다. ‘김태희 예쁘다’를 반복하기에 지친 사람들이 ‘태쁘’라는 줄임말을 만들어냈을 만큼 예쁜 이 배우는 심지어 서울대를 나왔다. 연기보다 먼저 ‘미모의 서울대생’으로 알려졌고 비교적 빠르게 주연을 맡았다.

누구나 아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던 그녀의 커리어
[최지은의 10 voice] 김태희, 세상을 향해 한 방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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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타성에 비해 연기자로서 김태희의 커리어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의 정극 데뷔작은 2003년 . MBC 등으로 90년대 트렌디 드라마 중흥기를 이끈 이승렬 감독의 작품이었지만 히트하지 못했다. SBS 에서 악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지만 SBS , KBS 에서는 거의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기존 트렌디 드라마들이 서서히 변해가며 예쁘고 착하고 청순가련하던 여주인공들 역시 점차 개성 강한 캐릭터로 바뀌었지만 김태희는 SBS 에서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하버드대생 역을 연기하며 ‘서울대생’ 다운, 그래서 이제는 지루한 이미지로 남았다. 물론 그럼에도 김태희는 여전히 스타였다. 문제는 그 결과 영화 , , 의 흥행부진에 대한 비난을 거의 혼자 뒤집어써야 했다는 점이다. 영화의 성공 여부에는 한 배우의 연기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작용함에도 매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 벌어졌고 ‘김태희 거품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김태희가 부진했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작품을 고르는 눈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히스테릭하거나 지나치게 수수하거나, 그가 캐릭터 뒤로 화사한 외모를 감추려 들수록 결과는 엇나갔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김태희의 한 방
[최지은의 10 voice] 김태희, 세상을 향해 한 방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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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KBS 에서 사랑을 하고 격투를 벌이고 딜레마에 빠지는 최승희는 연기자로서 김태희의 가능성을 보여 준 작품이었다. 모처럼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재도약을 위한 다음 작품으로 그는 를 선택했다. 사실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여대생과 재벌 3세 엘리트 외교관의 로맨스는 허황돼 보이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는 오히려 평범하고 진부한 설정에 가깝다. 21세기 황실 복원 프로젝트라는 소재는 이미 MBC 에서 궁극의 판타지로 활용된 바 있고 하루아침에 신분상승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그 자체로 장르의 정석이다. 그러나 의 반전 카드는 김태희다. ‘엄친딸’ 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평생 공주로 살아왔을 것 같은 김태희가 진짜 공주를 연기하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사실 중요한 건 김태희가 얼마나 예쁘게 나오느냐다.

그리고 에서 김태희는 한 마디로 ‘푼수’다. 그가 연기하는 이설은 길에서 소녀시대 춤을 추고, 해영에게 밥값을 바가지 씌우며 어설픈 연애 코치를 해줄 만큼 뻔뻔하고 오지랖 넓은 여대생이다. 울다가 마스카라가 번져 팬더가 된 김태희, 배탈 나서 정신없이 화장실로 달려가는 김태희, “이름 이쁘죠? 다들 생긴 것 마냥 이름도 샬랄라 하다구~”하며 예쁜 척 하는 김태희까지 는 그동안 한 휴대폰 광고의 짧은 영상을 제외하면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김태희의 백치미 집합소다. 이설은 때때로 지나치게 유치한 캐릭터지만 그 안에서 김태희가 혼자 노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그래서 가 이병헌의 드라마였다면 는 확실히 김태희의 드라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가장 김태희 다운 ‘한 방’이 결국 공주님에서 터진 것이다.

사진제공. MBC

글.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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