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프린세스>, 남자 주인공이 기억나지 않아
, 남자 주인공이 기억나지 않아" /> 1회 수-목 MBC 오후 9시 55분
김태희가 공주다. 그건 충분히 그럴 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김태희가 짝사랑 전문가에 푼수끼가 다분한 데다 오지랖도 넓고 한 푼이 아쉬워 발로 뛰는 짠순이다.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 의아함. 는 여주인공인 김태희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히고, 어울린다는 게 확인되지 않은 캐릭터를 주는 것으로 기본 골격을 세웠다. 1화는 바로 그 ‘프린세스’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총력을 기울인 한 회였다. 첫 등장부터 전통 예복을 입고 공주마마의 자태를 뽐내더니, 백화점에 민폐를 끼쳐대는 것으로 자신의 경제 상황도 설명했고, 짝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도 보여주었다가, 남자 주인공과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철판 깔고 대하는 뻔뻔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의 모습까지 소화해냈다. 생기발랄하고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는 대학생 이설(김태희)이 대체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는지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행동의 개연성은 떨어졌지만, 김태희는 진짜 공주님같이 느껴지는 외모의 우아한 후광을 내려놓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부분이 있어도 밉지는 않은 이설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일 년 전 이맘 때 일도하고 연애도 하는 의 기적을 보여주었던 권석장 감독이 첫 회를 통해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여주인공을 사랑스럽게 그려내는 데 재능이 있음을 증명해낸 셈이다. 하지만 대세대로 까칠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상태로 무심하게 이설에게 끌려 다니는 남자 주인공 박해영(송승헌)은 기억 속에서조차 희미하다. 사랑에 빠지기 전에 티격태격 하고 부딪히는 일이 먼저 오는 게 로맨틱 코미디이기에, 금성과 화성만큼의 차이는 아니더라도 두 캐릭터가 함께 있을 때에 서로 달라 벌어지는 재미와 긴장감은 필수다. 그래서 이 작품이 시리즈의 그저 그런 세 번째 편이 될지, 라는 이름을 건 좋은 로맨틱 코미디가 될 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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