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라는 말보다 외화시리즈라는 표현이 익숙하던 시절, < V >는 <맥가이버>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시리즈물이었다. 평화의 사도인 척 접근해 지구를 점령한 파충류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지구인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존과 잭이 아닌 무려 도노반이라는 주인공과 영국 황태자비라던 다이애나에 대한 여러 가지 기억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방영하는 <2010 V>는 그 때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너무나 반가운 리메이크 작품일 것이다. 비록 다이애나 대신 외계인 여성 지도자 애나, 도노반 대신 FBI 요원 에리카가 등장하지만 기본적인 갈등 구조는 비슷하다. 하지만 모든 올드팬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역시 쥐를 산채로 삼키는 외계인의 모습일 것이다. 2010년 한국에서는 더더욱.
사람들은 아직도 칭기즈칸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대한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이후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거대한 원 제국의 토대를 세운 위대한 정복자에 대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토록 위세 높던 원을 무너뜨린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그나마 원에 대항하는 한족 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김용의 <의천도룡기>에서 명교의 중요 간부로 등장하지만 시대의 영웅보다는 간교한 모사의 이미지로 그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간사함만으로 원이라는 강적을 물리치고 중국 대륙의 패자가 될 수 있었을까. 오늘부터 방영하는 <주원장>은 비렁뱅이 출신이지만 스스로의 노력과 야망으로 한 왕조의 태조가 된 주원장의 영웅적 면모를 보여준다. 과연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오늘 이 프로그램을 봐야 할 이유를 요약해 설명하겠다. 배우 다니엘 헤니와 요리사 박성우가 원시 밀림에 가까운 서호주 아웃백 지역을 여행하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서로 우정을 쌓아가는 흥미진진한 리얼리티 어드벤처다. 너무 긴가? 다시 요약하겠다. 다니엘 헤니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럭비와 카누를 즐기고 박성우 요리사에게 장난을 거는 인간적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도 길다. 다니엘 헤니가 원주민들의 음악에 맞춰 흥겨운 원시 댄스를 춘다. 좀 더 짧게? 다니엘 헤니가 몸매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설명 없이 제목만 보고 이미 ‘닥본사’를 다짐하며 금요일 저녁 약속을 취소할 이유는 정말 짧고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다. 다니엘 헤니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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