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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가 마이크를 잡자 한쪽에서 “송태하! 송태하!”를 외쳤다. 한섬 역의 조진웅을 비롯한 훈련원 무관들이다. 그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학살자’ 황철웅 역의 이종혁이 웃으며 말했다. “다 죽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른다”고. 지난 25일 오후 7시, 마지막 회를 앞두고 KBS 신관 TV 공개홀에서 열린 KBS 종방연에서 벌어진 일이다. 더 나은 세상을 바랐던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절망과 눈물을 담아냈던 였지만 출연진이 “이렇게 화려한 쫑파티는 처음”(이다해)이라 말할 정도로 종방연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만큼 2010년 상반기, 가 이룬 성과는 자축이 멋쩍지 않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10년에나 한 번 나올 법한 일회적 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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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진행한 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곽정환 감독은 “디렉터 역할보다는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게 만드는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그 요소들이 시너지를 이룬 것 같다”며 과연 스스로 이후에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10년 이내로 이런 작품은 없을 것”이라는 곽정환 감독의 자평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10년 동안 나온 작품 중 최고라는 뜻은 아니다. 는 단순히 자본과 연기, 연출의 이상적 조합이 아닌, 10년에나 한 번 나올 법한 일회적 우연들이 모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창작물에 가깝다. “역대 사극 중에서 다양한 캐릭터로서는 최고”라 할 정도로 생생한 저자의 인물들을 만들어낸 윤문식, 안석환, 이한위 등 탁월한 조연들의 대거 출연, 때문에 편성이 늦춰지며 얻게 된 사전 제작 기간,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 지향적으로 변한 KBS가 이라는 걸작을 만들었음에도 시청률을 얻지 못해 오랜 시간 장편을 맡지 못했던 곽정환 감독에게 이 대작 프로젝트를 맡겼다는 믿지 못할 사실이 조합되며 는 등장했다.

과연 KBS에서 이런 드라마가 또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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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우연들이 모여 이룬 완성도와 시청률은 이번 종방연에서 누가 봐도 반정부적인 메시지가 가득한 이 드라마에 대해 KBS 김인규 사장이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봤다. 배역 이름을 다 아는 드라마는 가 처음”이라며 애정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처럼 수많은 우연들이 겹쳐지며 만들어낸 이 작은 기적을 이후에도 볼 수 있을지 궁금한 게 사실이다. KBS 조대현 부사장은 축배를 제의하며 “KBS 드라마 포에버!”를 외쳤지만 의 성공과 의 성공을 동류로 취급하는 시장주의적 시각 안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업복이(공형진)와 대길(장혁), 그리고 태하(오지호)는 절망과 상실감 안에서 결국 한 줄기 희망을 남기고 사라졌다. 과연 그 희망을 앞으로 등장할 KBS 드라마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불안함이야말로 가 정말 괜찮은 드라마였다는 것에 대한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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