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vs <12년의 기다림 연아의 올림픽>
vs <12년의 기다림 연아의 올림픽>" /> KBS2 마지막 회 밤 9시 55분
마지막까지 은 만듦새가 좋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시청 타깃을 고려한 탓인지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친절한 전개는 종종 지루한 순간을 만들어 냈고, 결국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고, 인권변호사로 변신해서는 작품 안의 영웅이 되는 강석호(김수로)의 행보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심지어 한수정(배두나)과 강석호의 눈물바람 이별 장면은 개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신파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순간순간 시선을 붙드는 신묘한 힘을 가진 작품이다. 그리고 그 매력의 중심은 결국 특별한 아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빚어내는 리얼리티 덕분이었다. 강석호를 배웅하며 철철 눈물을 흘리는 어린 배우들은 병문고의 학생들처럼 젊은 한 때를 자신의 꿈을 위해 오롯이 쏟아 부었기에 가능한 표정들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풀잎이(고아성)와 봉구(이찬호)는 합격을 하고, 백현이(유승호)는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치고, 찬두(이현우)는 원하는 것을 위해 포기하는 법을 배우고, 현정이(지연)는 비로소 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 그렇고 그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마냥 비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고민의 깊이는 얕고, 범위는 좁고, 해결 방식은 편파적이지만 배우들은 어느 순간 ‘꿈을 위해 노력한다’는 지극히 고루한 주제를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공부, 혹은 명문대의 자리에 각자 자신의 이상을 치환해 넣으면 될 일이라고 편을 들게 만들기까지 한다. 사실 주부가 요리 실력으로 가세를 일으키거나, 가난한 아가씨가 결혼으로 신분 상승하는 것에 비해 의 해법은 뻔뻔하지만 그나마 현실적이고 솔직한 것이었지 않은가.
글 윤희성
<공부의 신> vs <12년의 기다림 연아의 올림픽>
vs <12년의 기다림 연아의 올림픽>" /> SBS 밤 11시 5분
은 흥미로운 텍스트다. 잘 만들었거나 기발하다는 뜻은 아니다. 스포츠 스타를 다루는 방송의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흥미롭다. 1시간짜리 ‘연비어천가’였던 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었던 건 12년의 기다림이 아닌, 그저 ‘김연아 최고’라는 동어반복뿐이었다. 물론 김연아는 최고의 선수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수준 미달이다. 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1시간 동안 주구장창 떠들어대는가? 다큐를 이끄는 근본적인 힘은 호기심이다. 김연아는 최고라면 왜 최고인가, 어떤 요소들이 탁월하며, 그 위치까지 그녀를 올려놓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취재와 효과적 구성으로 대답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이 특집 다큐멘터리에만 요구되는 가혹한 기준일까? 프로그램 내내 인용된 전문가들의 인터뷰는 오직 김연아가 최고이고, 금메달 후보 1순위라는 메시지만을 남겼다. 하지만 말의 권위를 세워주는 것은 그 사람의 위치가 아닌 그 말의 근거다.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은 쏙 빼먹은 채 그저 그들에게 김연아가 최고라는 걸 재확인하는 것에 매달리는 건 너무 낯간지러운 동시에 정보 수집이라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칭찬의 나열로 점철된 이 다큐는 자국 스포츠 스타를 다루는 방식의 촌스러움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왜 우리는 팀 감독, 동료, 해외 팬들이 박지성 최고, 혹은 추신수 최고라고 외치는 모습이 나열되고, 정작 수비형 윙어의 개념이나 투수를 포기하고 팀의 4번 타자로 거듭나는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선 답하지 않는 다큐를 만나게 되는 것일까. 호기심은 배제된 채 그저 동어반복으로 구축하는 이 영웅 서사의 기저에 있는 욕망, 혹은 열등감은 무엇인가. 궁금한 한 편, 지긋지긋하다.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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