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시즌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드 시리즈 2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폭스 TV의 <글리>와 CW의 <뱀파이어 다이어리>. 두 시리즈의 배경은 같지만 <글리>는 뮤지컬 드라메디(드라마 + 코미디)이고, <뱀파이어 다이어리>는 호러 로맨스라 할 수 있다.

<글리>, <하이 스쿨 뮤지컬> 합창단 버전

지난 5월 파일럿 에피소드를 소개해 이미 평론가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글리>는 과거 폭스의 컬트 시리즈 <어레스티드 디벨럽먼트> 팀이 착안한 시리즈로, 합창대회에 출전하려는 오하이오주 리마라는 작은 시의 고교 합창단 이야기를 다룬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일렉션>이나 <브링 잇 온>, <하이 스쿨 뮤지컬>, <포키스> 등에도 비유되고 있는 이 시리즈는 여름 동안 꾸준한 홍보활동을 벌여 9월 9일 정규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파일럿 에피소드를 1천만 명이 시청했으며, 정규 시즌에서도 730만 명, 660만 명이 시청하고 있다.

<글리>는 학창시절 합창단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스페인어 교사 윌과 가창력은 있으나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각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시리즈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이나 <캬바레>, <시카고> 등의 브로드웨이 넘버들은 물론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스>을 비롯한 인기곡이 주로 아카펠라 형식으로 함께 소개됐으며, 오는 11월에는 60곡이 수록 된 시즌 1 사운드트랙도 발매할 예정이다. <글리>의 창작자 라이언 머피는 출연진의 대부분을 일반 캐스팅이 아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공연한 배우들로 채웠다. 덕분에 엄청난 성량을 가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이 외에도 제인 린치와 제이마 메이스 등이 코믹하고 독특한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머피는 시리즈의 내용을 접한 레코드사들이 대부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인기곡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줘 놀랐다고.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뮤지컬적 요소가 많아 한 에피소드당 촬영기간이 10일 가량 소요되며, 제작비용도 편당 3백만 달러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평론가 혹평 속에서도 폭발하는 시청률, <뱀파이어 다이어리>

또 다른 시리즈는 9월 10일 시작된 <뱀파이어 다이어리>. 영화 <트와일라잇>과 HBO 시리즈 <트루 블러드> 등의 성공에 힘입어 총 491만 명이 지켜본 시리즈로 이는 <90210>를 제친 CW 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다. 특히 시청자 중 10대 소녀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아, 앞으로 동 시간대에 경쟁을 해야 하는 ABC의 <플래시포워드>와 CBS의 <서바이버>, 폭스의 <본스> 등에도 시청자를 빼앗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슨의 청춘일기>를 선보였던 케빈 윌리엄슨이 집필과 제작을 담당한 이 시리즈는 <글리>와는 달리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편이다. 평론 종합 사이트 메타크리틱 닷컴에 따르면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평균 점수는 50점. 특히 여자 주인공 니나 도브레브를 비롯한 고교생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뱀파이어인 스테판과 데이몬 살바토레 형제의 갈등은 흥미진진한데, 특히 “영원히 동생 스테판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데이몬 역을 맡은 이안 소머헐더는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물오른 악역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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