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종영된 ABC <푸싱 데이지스>로 코미디 부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크리스틴 체노웨스가 작은 체구로 무거운 에미상을 겨우 들며 “이제 직장이 없으니 <매드 멘>이나 <24>, <오피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는 유머있는 소감발표로 제61회 에미상 시상식은 시작됐다.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키아 극장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은 사회를 맡은 닐 페트릭 해리스의 쇼맨십과 코믹한 멘트들에 힘입어 시종일관 유쾌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에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에미상의 비인기 분야 8개 부문을 방송 전 시상한다던 계획이 빗발치는 반발로 백지화 됐기 때문인지, 비인기 분야로 꼽혔던 각본상과 연출상 후보들에게 ‘후배들에게 하는 충고’나 ‘후보에 오른 소감’ 등을 코믹하게 들려주는 짧은 인터뷰가 포함돼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놀랄만한 결과는 코미디 부문 여우 주연상에서 나왔다. <30 록>의 티나 페이와 <위즈>의 매리 루이스 파커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쇼타임의 새 시리즈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타라>의 토니 콜렛이 수상에 성공한 것이다. 이 밖에도 압도적인 <30 록>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피스>의 제프리 블리츠가 코미디 시리즈 부문 연출상을 받았고, 얼마 전 시리즈가 종영된 장수 의학 드라마 의 롭 홀컴이 연출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30 록>, <매드 멘> 등 작품상 수상

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30 록>, 드라마 부문은 <매드 멘>이 각각 수상했으며, 드라마 부문 주연상은 <데미지>의 글렌 클로스와 <브레이킹 배드>의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수상했다. 코미디 부문 남우 주연상은 <30 록>의 알렉 볼드윈, 남우 조연상은 <두 남자와 1/2>의 존 크라이어가 4년간 만년 후보에서 첫 수상을 했다. 드라마 부문 조연상은 <로스트>의 마이클 에머슨과 <24>의 체리 존스가 각각 영광을 안았다. 또 버라이어티쇼 부문에서는 7년 연속 <데일리 쇼>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30 록> 작품상 수상 소감을 대표로 말하던 티나 페이는 “우리 프로그램이 ‘토크쇼’ 보다 제작 비용이 엄청나게 비싼데도 계속 방송하게 해줘서 고맙다”며 얼마전 부터 오후 10시대에 드라마 시리즈 대신 <제이 레노 쇼>를 방영하고 있는 NBC를 빗대어 야유하는 의미있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존 스튜어트가 진행하는 가짜 뉴스쇼 <데일리 쇼>의 한 관계자는 수상 소감에서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로는 별로 할 말이 없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매드 멘>의 매튜 와이너는 “우리 만큼 창작의 자유를 보장받은 시리즈도 드물지만, 그렇다고 글을 쓰는 것이 절대로 즐겁지만은 않다”며, “스타벅스 커피숍 구석에서 노트북을 열심히 두들기는 사람이 있으면 아마도 작가 지망생”일 터이니 너무 타박하지 말라고 애교어린 부탁을 하기도 했다.

TV 영화 부문에서는 올해도 역시 HBO의 독점 무대였다. <그레이 가든스>가 작품상과 여우 주연상, <인투 더 스톰>이 남우 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제시카 랭은 “나에게 이제는 자주 오지 않는 기회였다”며 제작진은 물론 극중 딸로 함께 출연한 드류 베리모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윈스턴 처칠 역을 연기해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브렌든 글리슨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완성되지 않은 첫 번째 편집본을 부모님에게 관람하게 해준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시상식이 절반 쯤 지났을 때 인터넷이 에미상 생중계를 장악했다. 지난해 닐 패트릭 해리스가 출연한 인기 인터넷 뮤지컬 <닥터 호러블의 싱-얼롱 블로그> 출연진이 깜짝 출연한 것. 닥터 호러블은 인터넷이 TV를 잠식하고 있다고 장담했지만, 인터넷 연결이 중간 중간 끊어지고, 블로그에 업로드 되는 비디오 카메라의 낮은 화소율이나 배터리 문제 등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보여져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반면 <패밀리 가이>의 만화 캐릭터 스튜이가 에미상 후보로 오른 <패밀리 가이>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강아지 브라이언을 구타하는 장면은 이미 인터넷 블로그들을 통해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주요 부문 수상 결과

코미디 부문 작품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
TV 영화 부문 작품상

코미디 부문 주연상 알렉 볼드윈/<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타라> 토니 콜렛
드라마 부문 주연상 브라이언 크랜스톤/ 글렌 클로스

코미디 부문 조연상 존 크라이어/ 크리스틴 체노웨스
드라마 부문 조연상 마이클 에머슨/ 체리 존스

그 외 수상 결과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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