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념은 이름 붙이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니 스스로 종합예술인이라 이름 붙인 홍서범을 통해 이 새로운 개념이 통용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불놀이야’로 80년대 록계를 정복한 것이 스쿨 밴드 옥슨 80에서 포지션을 기타에서 보컬로 확장한 덕이었던 걸 보면 한국 최초로 랩을 가요에 도입한 음악적 확장도 우연은 아니다. 80년대 말 음악계에 이미 한 획을 그은 그는 <홍서범의 뮤직쇼> DJ와 <특종 TV 연예>의 패널로 영역을 확장했다. 지금이야 그 정도 활동 범위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가 콜럼버스의 달걀을 세운 건 사실이다. 특히 간첩으로 오인 받을 정도로 사회적 의식이 있던 그가 TV에서 황비홍 분장을 하고 코믹 연기를 펼친 것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유연함을 보여준다. 10살이나 어린 전도유망한 여가수를 아내로 만드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구혜선의 다재다능
르네상스의 예술관이 중세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천재 개념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먼 훗날 역사가들이 2009년 문화계를 이전 시대와 근본적으로 구분한다면 그건 구오나르도 구빈치의 등장 덕일 것이다. “우뇌가 좌뇌에 비해 2배 정도 크기”에 예술적 재능이 풍부한 선천적 예술가인 그녀는 성형 해명글조차 초현실주의적 자동기술법으로 작성하고, 수채화 물감으로 유화를 그리는 등 단순히 다재다능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크로스오버를 보여주고 있다. 집이 멀어서 예고에 불합격하는 등 여타의 천재들처럼 좌절의 시간도 있었고, 불신하는 대중들도 있지만 오히려 ‘구작가’라는 의심 어린 표현 자체가 자신의 삶 자체를 창작하고 있는 그녀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식하는 가장 탁월한 수사는 아닐까. 다만 좌뇌 크기가 너무 작으면 자칫 자기만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걸 조심하시길.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