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유료 케이블 채널 HBO의 독주였던 여름 시즌에 이제는 20여 개의 채널들이 저마다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현지에서는 여름 내내 재방송을 봐야 하는 따분함이 없어졌다. 그러나 현재 메이저 방송사처럼 케이블 시리즈에도 수사물이나 법률, 의학 시리즈가 늘어가는 추세라 장르의 획일화가 우려된다.

지난해 CBS가 캐나다 특수 경찰 시리즈 <플래시 포인트>를 방영해 짭짤한 재미를 봐서인지, 올해는 NBC가 또 다른 캐나다 시리즈 <더 리스너> (The Listener)를 6월 4일부터 방영한다.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응급요원이 여경찰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NBC 시리즈로는 억만장자 플레이보이가 하나뿐인 자식을 잃은 후 자경대원이 돼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필랜트러피스트> (The Philanthropist, 6/24 방송)가 있다. 이 시리즈에는 제임스 퓨어포이와 네브 캠벨이 출연한다.

그레고리 하우스가 정신과 의사라면?

USA 네트워크는 이미 <몽크>를 필두로 <사이크>, <로 앤 오더: 크리미널 인텐트>, <번 노티스>(6/4 방송), <인 플레인 사이트> 등의 수사물로 입지를 굳힌 상태다.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던 <몽크>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종영하는 반면, 시즌 8에 접어든 <로 앤 오더>에는 제프 골드블럼이 잭 니콜스 형사 역으로 출연해 특유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클로져>(6/8 방송)와 <세이빙 그레이스>(6/16 방송), <레버리지>(7/15 방송)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TNT의 경우 지난 시즌부터 뉴욕시의 젊은 민선 변호사들을 그린 <레이징 더 바>(6/8 방송)를 방영하고 있고, 오는 7월 15일부터는 딜런 맥더모트가 위장 수사 전담반을 이끄는 경찰로 출연하는 <다크 블루>도 소개한다.

의학 시리즈로는 ‘그레고리 하우스가 정신과 의사라면’이란 가정으로 제작한 듯한 폭스의 <멘탈>이 있고, <소프라노스>의 이디 팔코가 디스크에 걸려 옥시코돈 같은 약물을 복용해야 정상 근무가 가능한 간호사 재키를 연기하는 쇼타임의 <너스 재키>(6/8 방송), 능력은 있지만 윗사람들에게 미움을 사서 종합병원에서 해고된 후 부자동네 이스트 햄튼에서 왕진 의사로 전락했지만 돈은 많이 벌게 된 주인공을 그린 USA의 <로얄 페인스>(6/4 방송), 제이다 핀켓 스미스가 수간호사로 출연하는 TNT의 <호쏜> (Hawthorn, 6/16 방송) 등이 있다.

새롭게 돌아오는 <트루 블러드>와 <프로젝트 런웨이>

그렇다면, 메이저 방송사들과 차별된 시리즈는 없을까? 방영 후 평론가들로부터 지속적인 환호를 받고 있는 AMC의 <매드 멘>이 시즌 3으로 8월에 돌아온다. 지난 시즌 역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HBO의 <트루 블러드>가 6월 14일 시즌 2로 다시 방영을 시작하며, 같은 채널에서 토마스 제인이 고교 농구 코치로 출연하는 <헝> (Hung, 6/28 방송)도 소개된다. <헝>은 재정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코치 레이 드레커가 자신의 유일한 ‘자산’인 몸을 가지고 남자 에스코트 서비스를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파일럿 에피소드를 영화 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연출해 눈길을 끈다. FX에서는 뉴욕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레스큐 미>의 시즌 5가 방송되고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지난 10여년간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마이클 J. 폭스가 출연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외에도 NBC는 영국 어드벤처 시리즈 <멀린> (6/21 방송)을 방영할 예정이고, ABC 패밀리 채널은 99년 히스 레저가 주연했던 셰익스피어 작품을 바탕으로 한 틴 코미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동명 시리즈로 제작, 7월 7일부터 방영할 계획이다.

Sci-Fi 채널은 천재 과학자들의 마을을 다룬 <유레카> (7/10 방송)의 3번째 시즌은 물론, 미국 정부가 미스터리 한 유물을 비밀리에 보관하는 창고와 이를 관리하며 갖가지 초자연적인 사건을 해결하는 FBI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뤄 냄새를 풍기는 <웨어하우스 13> (Warehouse 13, 7/7 방송)도 준비 중이다.

한편 리얼리티 시리즈 중 호평을 받아왔던 <프로젝트 런웨이>가 수개월에 걸친 제작사와 방송사 간의 법정 공방으로 무기한 연기됐다가 브라보 채널에서 라이프타임 채널로 자리를 옮겨 8월 20일부터 6번째 시즌을 방영한다. <프로젝트 런웨이>를 잃어버린 브라보 채널은 이와 너무도 유사한 <더 패션 쇼>를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와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멤버였던 켈리 롤랜드의 진행으로 방영하고 있다. “뜬금없이 왜 패션 디자이너 선발 프로그램에 나왔을까” 하는 시청자들의 의문에 나름대로 대답을 하는 듯, 롤랜드는 자신을 “세계적인 패션쇼를 수년간 다수 관람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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