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다녀오는 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가보기
덕진공원은 7월이면 호수 가득 연꽃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아직은 연꽃을 볼 수 없는 대신에 전국의 사진가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7월에는 할 수 없는 한가로운 소풍을 즐길 수 있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는 잘 가꿔진 잔디를 깔고 누워 온몸으로 받는 햇살이 기분 좋다. 에너지가 아직 남아있는 열혈청춘들은 호수에서 오리배를 탈 수도 있다. 별다른 재미는 없지만 둘만의 시간을 원하는 커플들에게 최고의 데이트 코스. 영화의 거리로 복귀하는 길에는 삼양다방에 들르자. 세월의 흐름에 옹이가 박힌 이곳은 6.25 직후에 생겨,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다방 중 가장 오래되었다. 한산한 홀에서 노른자 띄운 쌍화차라도 한 잔 마시면 그 옛날 ‘모단 걸, 모단 보이’가 된 기분이다. 세련된 멋은 없지만 하루 종일 찻잔을 따뜻하게 데워두는 오래된 원칙이 고맙다. 다방의 벽면은 이 지역 원로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메뉴 대신 액자에 넣어 걸어둔 가격표, 지금은 보기 힘든 곽성냥, 화투를 잘라 만든 구식 계산대 등 가게 안의 생활용품 모두가 그 자체로 박물관 급이다.
덕진공원_ 객사에서 전북대 방향 버스, 덕진공원에서 하차
삼양다방_ 영화의 거리 근처 경원동 홍지서림 사거리

장가네 왕족발
족발하면 장충동 아니냐고? 그러나 당신은 전주에서 생애 최고의 족발을 맛볼지도 모른다. 동부시장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장가네 왕족발은 시내 곳곳의 맛집들처럼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좋다. 족발 한 접시를 시키면 여자 셋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하기까지 하다. 쫄깃하고 부드러운데다 잡냄새 하나 없는 부드러움은 영화의 거리에 내리쬐는 햇빛에 지친 피부에 콜라겐을 쏙쏙 채워주는 느낌이다. 함께 나오는 참나물 무침은 먹다보면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족발의 뒷맛을 개운하게 한다. 족발에 새콤달콤한 참나물 무침을 얹어서 맥주 한 모금과 넘기면 족발은 장충동이라는 공식을 잊게 된다. 주인 아주머니를 닮아 터프한 맛을 자랑하는 오리 주물럭 또한 별미. 다 먹고 나서 매콤한 소스에 밥 비벼 먹는 것도 잊지 마시라.
장가네 왕족발_ 동부시장 조약국 사거리에서 좌회전

글. 전주=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전주=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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