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이전에도 한국 드라마는 해외에 수출됐다. 하지만 한류라는 단어는 <겨울연가>, 그리고 배용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드라마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었고, 배용준은 이 새로운 수익구조의 절대적인 상징이었다. 한류 산업이 새로운 금광이던 시절을 지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함께 나오는 지금, 한류의 선두주자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배용준을 비롯해 소지섭, 이나영 등이 소속된 BOF의 표종록 대표를 만나 2009년의 한류에 대해 물었다.
최근 배용준은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집필하는 중이기도 하다. 다른 활동보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 재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표종록: 그렇다. 한류는 콘텐츠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드라마 한 편이 해외에서 성공하면, 그 나라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얻은 한국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그 때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그들을 붙잡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배용준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그 결과로 <한국의 미>(가제)라는 책을 낼 기획도 하게 됐다. 단일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자체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류 보다는 아시아류의 가능성을 타진 중”
배용준 이후 여러 한류 스타들이 탄생했고, 국내에서는 그들이 일본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한류 스타를 매니지먼트 하는 입장에서 지금 한류는 어떤 상황인가.
표종록: 흔히 언론에서 한류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문화는 상호 작용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수익만 올리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일본의 콘텐츠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배용준의 경우도 한류보다는 아시아류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상호 교류를 통해서 경쟁력 있는 아시아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겨울연가> 애니메이션을 한일 합작으로 제작하고,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한 것도 아시아류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매니지먼트사인 BOF의 모회사 키이스트가 <신의 물방울>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표종록: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을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한 제작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단지 스타만 진출하거나, 영화나 드라마로만 소개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직접 좋은 이야기들을 개발해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제작 자체에 대한 인프라를 가질 생각은 없다. 우리는 콘텐츠 발굴과 캐스팅 같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현재 <신의 물방울>의 제작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표종록: 일단 제작 형태는 글로벌화 되더라도 콘텐츠 자체는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작품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의 물방울>의 원작을 한국적인 소재와 어울리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획팀을 따로 꾸려서 드라마에 새롭게 넣어야할 부분과 빼야할 부분을 기획하면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일반 시청자들이 와인이라는 소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첫째다. 궁극적으로는 <신의 물방울>의 최종 기획안이 배용준이 나오지 않아도 누구라도 보고 싶은 경쟁력이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신의 물방울>의 제작 의도와 반대로 요즘 한국에서는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고, 진부한 내용으로 해외에는 수출되지만 국내에서는 외면 받는 드라마들이 종종 나온다.
표종록: 그건 말하기 예민한 부분인데, 일단 한국 드라마 시장 구조 자체가 수출 없이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인 게 기본적인 이유다. 광고시장은 다 죽었고, DVD 판매 시장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드라마 캐스팅을 일본이 좌지우지 한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드라마를 내수용으로 제대로 만들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 게 숙제다. 그러지 않으면 제작비를 국내에서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될 거다.
“한류 스타가 있다고 해서 쉽게 가면 안 된다”
그러면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지 않을까.
표종록: 그 부분은 홍콩 시장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홍콩 영화가 한국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켰을 때, 홍콩의 스타가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면 한국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서 홍콩 영화가 굉장히 많이 제작됐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인기가 식었는데, 최근 홍콩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보다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을 갖고 미래를 대비한다면 결과가 비관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본 팬들은 한 번 애정을 품으면 그 감정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시장 역할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스타들의 높은 출연료가 제작상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에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표종록: 우리는 기본적으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자는 입장이다. 매니지먼트사로서 배우들의 출연료 문제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다만 배우들의 출연료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우리 회사의 연기자 유설아가 일본드라마 <도쿄소녀>에 캐스팅됐는데, 그곳에서는 촬영할 때 1번 신은 15분, 2번 신은 30분하는 식으로 촬영시간까지 정확히 맞춘다. 그만큼 제작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고, 제작 과정에 불필요한 일들이 없다. 그래서 배우들도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작업하고, 다음 활동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만큼 기회비용의 부담이 줄어드는 거다. 반대로 한국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한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굉장한 리스크를 지게 된다. 이런 부분들까지 함께 논의해야지, 배우의 출연료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안 된다.
유설아처럼 일본 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는 경우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표종록: BOF의 모회사 키이스트에서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사 DA가 있고, 거기서 에이전트 역할을 한다. 유설아는 한국에서 진주 드라마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 해외 프로듀서를 만나 미팅을 하고, 다시 일본에서 미팅을 하면서 성사됐다. 물론 배용준이라는 이름이 미치는 신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자료를 교환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DA가 하는 주 업무 중 하나도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에게 일본어와 영어로 꾸준히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소식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다음에는 그들과 협업을 준비한다. 2-3년 내에 아시아류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전체의 협업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질 텐데, 지금부터 그걸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 내에서 한류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표종록: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은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한류라는 없었던 시장이 생긴 건데, 그게 저변이 확대 되고 있다고 본다. 지금은 누굴 만나도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 다만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류 스타가 있다고 해서 쉽게 가면 안 된다.
“한류에 가장 필요한 건, 시간과 인내다”
한류에서 사실상 지속성이 있고 산업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건 배용준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표종록: 글쎄, 그건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배용준 씨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다른 한류 스타들로 퍼져나간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새로운 한류 스타를 찾고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흐름을 일으킬 수 있는 스타가 등장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지금 아시아의 한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나.
표종록: 사실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일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기 있는 것과 수익을 얻는 것은 다른 얘기니까. 중국도 한류가 굉장히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연 수익처럼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 더 크다. 일본처럼 경제력이 있고, 문화 상품에 대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수익이 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지금 아시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 붐이 상당한 의미를 가질 거라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이란 어떤 의미인가.
표종록: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긴 관점에서 보면서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한국이 여러 아시아 국가에 문화를 퍼뜨리고, 그들의 발전을 도와줘야 할 시점이다. BOF의 경우에는 한 잡지와 환경 화보를 찍으면서 물 부족 국가에 지원을 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고, 한국과 일본의 전통문화 장인들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사업이 하나둘씩 진척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안으로 완전히 파고 들었을 때 한류가 완성된다고 본다.
앞으로의 한류는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보나.
표종록: 아까 아시아류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그건 아시아 전체의 관점에서 봐야할 것 같다. 지금 일본 시장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시장이 된 건 그만큼의 역사를 쌓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1970년대만 해도 문화 시장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지 않았나. 지금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시장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아시아의 문화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안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 한류에 가장 필요한 건, 시간과 인내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최근 배용준은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집필하는 중이기도 하다. 다른 활동보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 재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표종록: 그렇다. 한류는 콘텐츠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드라마 한 편이 해외에서 성공하면, 그 나라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얻은 한국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그 때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그들을 붙잡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배용준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그 결과로 <한국의 미>(가제)라는 책을 낼 기획도 하게 됐다. 단일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자체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류 보다는 아시아류의 가능성을 타진 중”
배용준 이후 여러 한류 스타들이 탄생했고, 국내에서는 그들이 일본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한류 스타를 매니지먼트 하는 입장에서 지금 한류는 어떤 상황인가.
표종록: 흔히 언론에서 한류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문화는 상호 작용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수익만 올리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일본의 콘텐츠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배용준의 경우도 한류보다는 아시아류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상호 교류를 통해서 경쟁력 있는 아시아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겨울연가> 애니메이션을 한일 합작으로 제작하고,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드라마로 제작하기로 한 것도 아시아류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매니지먼트사인 BOF의 모회사 키이스트가 <신의 물방울>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표종록: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을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한 제작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단지 스타만 진출하거나, 영화나 드라마로만 소개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직접 좋은 이야기들을 개발해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된다고 본다. 다만 우리는 제작 자체에 대한 인프라를 가질 생각은 없다. 우리는 콘텐츠 발굴과 캐스팅 같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현재 <신의 물방울>의 제작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표종록: 일단 제작 형태는 글로벌화 되더라도 콘텐츠 자체는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작품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의 물방울>의 원작을 한국적인 소재와 어울리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획팀을 따로 꾸려서 드라마에 새롭게 넣어야할 부분과 빼야할 부분을 기획하면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일반 시청자들이 와인이라는 소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첫째다. 궁극적으로는 <신의 물방울>의 최종 기획안이 배용준이 나오지 않아도 누구라도 보고 싶은 경쟁력이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신의 물방울>의 제작 의도와 반대로 요즘 한국에서는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고, 진부한 내용으로 해외에는 수출되지만 국내에서는 외면 받는 드라마들이 종종 나온다.
표종록: 그건 말하기 예민한 부분인데, 일단 한국 드라마 시장 구조 자체가 수출 없이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인 게 기본적인 이유다. 광고시장은 다 죽었고, DVD 판매 시장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드라마 캐스팅을 일본이 좌지우지 한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드라마를 내수용으로 제대로 만들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 게 숙제다. 그러지 않으면 제작비를 국내에서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될 거다.
“한류 스타가 있다고 해서 쉽게 가면 안 된다”
그러면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지 않을까.
표종록: 그 부분은 홍콩 시장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홍콩 영화가 한국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켰을 때, 홍콩의 스타가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면 한국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서 홍콩 영화가 굉장히 많이 제작됐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인기가 식었는데, 최근 홍콩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보다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을 갖고 미래를 대비한다면 결과가 비관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일본 팬들은 한 번 애정을 품으면 그 감정이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시장 역할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드라마 제작사들은 스타들의 높은 출연료가 제작상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에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표종록: 우리는 기본적으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자는 입장이다. 매니지먼트사로서 배우들의 출연료 문제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다만 배우들의 출연료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우리 회사의 연기자 유설아가 일본드라마 <도쿄소녀>에 캐스팅됐는데, 그곳에서는 촬영할 때 1번 신은 15분, 2번 신은 30분하는 식으로 촬영시간까지 정확히 맞춘다. 그만큼 제작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고, 제작 과정에 불필요한 일들이 없다. 그래서 배우들도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작업하고, 다음 활동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만큼 기회비용의 부담이 줄어드는 거다. 반대로 한국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한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굉장한 리스크를 지게 된다. 이런 부분들까지 함께 논의해야지, 배우의 출연료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면 안 된다.
유설아처럼 일본 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는 경우는 어떤 과정을 거치나.
표종록: BOF의 모회사 키이스트에서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사 DA가 있고, 거기서 에이전트 역할을 한다. 유설아는 한국에서 진주 드라마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 해외 프로듀서를 만나 미팅을 하고, 다시 일본에서 미팅을 하면서 성사됐다. 물론 배용준이라는 이름이 미치는 신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자료를 교환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DA가 하는 주 업무 중 하나도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에게 일본어와 영어로 꾸준히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소식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다음에는 그들과 협업을 준비한다. 2-3년 내에 아시아류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전체의 협업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질 텐데, 지금부터 그걸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 내에서 한류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표종록: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호감은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한류라는 없었던 시장이 생긴 건데, 그게 저변이 확대 되고 있다고 본다. 지금은 누굴 만나도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다. 다만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류 스타가 있다고 해서 쉽게 가면 안 된다.
“한류에 가장 필요한 건, 시간과 인내다”
한류에서 사실상 지속성이 있고 산업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건 배용준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표종록: 글쎄, 그건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배용준 씨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다른 한류 스타들로 퍼져나간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새로운 한류 스타를 찾고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흐름을 일으킬 수 있는 스타가 등장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지금 아시아의 한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나.
표종록: 사실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일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기 있는 것과 수익을 얻는 것은 다른 얘기니까. 중국도 한류가 굉장히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연 수익처럼 직접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 더 크다. 일본처럼 경제력이 있고, 문화 상품에 대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수익이 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지금 아시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 붐이 상당한 의미를 가질 거라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이란 어떤 의미인가.
표종록: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긴 관점에서 보면서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한국이 여러 아시아 국가에 문화를 퍼뜨리고, 그들의 발전을 도와줘야 할 시점이다. BOF의 경우에는 한 잡지와 환경 화보를 찍으면서 물 부족 국가에 지원을 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고, 한국과 일본의 전통문화 장인들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사업이 하나둘씩 진척되면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안으로 완전히 파고 들었을 때 한류가 완성된다고 본다.
앞으로의 한류는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보나.
표종록: 아까 아시아류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그건 아시아 전체의 관점에서 봐야할 것 같다. 지금 일본 시장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시장이 된 건 그만큼의 역사를 쌓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1970년대만 해도 문화 시장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지 않았나. 지금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시장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아시아의 문화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안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 한류에 가장 필요한 건, 시간과 인내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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