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무릎 팍 도사’ 봤어? 사실 신지애가 누군지도 잘 몰랐지만 오랜만에 가슴이 찡하더라.
그렇지? 사실 기록이나 성장 가능성으로 볼 때 월드 스타라는 말이 아깝지 않고 드라마틱한 개인사도 있는 선수인데 과거 전성기 박세리나, 비슷한 또래의 김연아와 박태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지. 그런 면에서 이번 ‘무릎 팍 도사’의 섭외는 괜찮았던 거 같아.
그런데 건방진 도사도 말했지만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긴 한 것 같아. 솔직히 골프가 인기 종목인 건 아니잖아.
인기 종목은 아니지. 하지만 그렇다고 피겨 스케이트나 수영이 인기종목인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IMF 터졌을 때 US오픈에서 우승했던 박세리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걸 떠올리면 꼭 골프라는 종목의 문제만은 아닌 거 같아. 그냥 어떤 분위기 때문 아닐까. 혹 스타성의 문제일지도 모르겠고.
스타성은 부족하더라도 골프계에서 되게 대단한 선수인 건 확실한 거지? 우리나라에선 외국 대회 우승이나 금메달 이런 거 가지고 설레발 되게 잘 떨잖아.
네 말대로 그렇게 설레발 떠는 면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볼 때 신지애 정도 되는 선수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더 신기한 거지. ‘무릎 팍 도사’에서도 나왔지만 프로데뷔 3년 만에 KLPGA, 그러니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주최한 대회에서의 19승은 정말 대단한 거야. 그 3년 동안 신지애가 참가한 대회가 48개야. 그 중 19개 대회를 우승했단 건 2~3개 대회 중 하나는 꼭 우승했다는 거지. 1996년 11개 대회 중 4번 우승했던 박세리 이후 국내 무대에서 그 정도의 ‘포스’를 보여준 선수는 없어.
그런데 그건 국내대회잖아. 솔직히 세계대회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지지 않아? 박세리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유명해진 거잖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인데 LPGA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그러니까 미국의 자국 대회인 거지 세계대회가 아니야. 다만 야구에서의 미국 메이저리그나 농구에서의 NBA처럼 가장 수준이 높은 대회기 때문에 여기에서 우승하는 게 세계적 능력을 인정받는 길인 거지.
어쨌든 국내대회가 미국대회보단 수준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그렇긴 해. 하지만 박세리 이후 우리나라 여자프로골프선수의 수준이 워낙 높아져서 한국 상위랭커면 당장 LPGA에 출전해도 통한다는 게 골프계의 중론이야. 실제로 유독 한국 선수들의 기세가 높았던 2006년에는 김주미, 이미나, 임성아, 김미현, 한희원, 이선화, 박세리, 장정, 홍진주 등 9명이 LPGA에서 우승을 차지했어. 그 중 김미현과 한희원은 두 번이나 우승했고. 그래서 신지애가 데뷔 첫 해 3승으로 다승왕을 거뒀을 때 전문가 대부분이 언젠가 LPGA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다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와서 어느새 LPGA 3승을 한 거고.
그런데… 골프를 잘 한다는 게 대체 어떤 의미인 거야? 축구나 야구처럼 점수를 많이 내면 되는 거야?
내가 회 먹을 줄도 모르는 애한테 노량진 수산시장 위치를 가르쳐 주고 있었네. 에효. 골프 룰은 몰라도 골프가 골프채로 골프공을 쳐서 구멍에다 넣는 게임인 건 알지? 오케이, 그것만 알면 이해할 수 있어. 만약 그런 규칙 안에서 게임을 한다면 최대한 적게 쳐서 구멍 안에 넣는 게 어려울까, 많이 쳐서 넣는 게 어려울까.
적게 쳐서 넣는 거…?
상식적인 질문이니까 쫄지 않고 대답해도 돼. 네 말대로 그 넓은 필드에서 작은 구멍까지 넣기까지 최대한 적게 치는 게 잘하는 거야. 결국 골프는 정해진 필드 안에서 가장 적게 쳐서 공을 홀 안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라고 보면 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골프장에는 18개의 홀이 있어. 그 공 넣는 홀 말이야. 그러니까 골프에서 한 게임을 한다는 건 18개의 홀에 공을 넣는다는 거고, 그 걸 가장 적게 쳐서 성공한 사람이 이기는 거지. 보통 프로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는 4라운드까지 진행하니까 그런 게임을 네 번이나 한다는 거고.
그럼 ‘무릎 팍 도사’에서 나왔던 홀인원은 한 번 쳐서 홀에 들어가는 거야?
오, 생각했던 것보단 이해력이 좋은데? 바로 그거야.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공을 한 번 이상은 쳐야 하는데 그 한 번에 홀에 넣는다면 가장 잘 친 거겠지. 기왕 홀인원까지 나왔으니까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까지 가르쳐줄게. 그게 뭐냐면…
아, 싫어, 싫어. 갑자기 머리 아파지려고 그래.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 듣기만 해도 조류독감 걸릴 거 같아.
안 어려워, 안 어려워. 홀인원의 비밀을 한 번에 파헤친 너의 이해력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야. 아까 18개의 홀이 있다고 그랬지? 그런데 그 홀마다 파라는 게 있어. 아니 라면에 넣는 파 말고, Par. 만약 파 4인 홀이 있으면 4번 쳐서 넣으면 되는 거야. 파 5면 5번 쳐서 넣으면 되고.
그 안에 못 넣으면 탈락인 거야?
그렇진 않아. 대신 파를 기준으로 정해진 수보다 적게 쳐서 넣으면 좋은 스코어고, 많이 쳐서 넣으면 나쁜 스코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지. 파 4에서 5번 쳐서 들어가면 +1이고, 3번 쳐서 들어가면 -1로 표기되는데 마이너스가 높을 수록 잘 치는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야. 이 때 한 홀 기준으로 -1은 버디, -2는 이글, -3은 알바트로스라고 해. 만약 파 4인 홀에서 알바트로스를 기록한다는 건 결국 한 번을 쳐서 들어갔다는 거고 그건 결국 홀인원인 거지. 반대로 플러스가 기록되는 건 보기라고 그래. 이건 외우기 쉬울 거야. +1은 보기, +2는 더블 보기, +3은 트리플 보기.
외울 필욘 없지만 그 정돈 알겠다. 그럼 골프는 상대방이랑 상관없이 자기만 적게 치면 되는 거네?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성적이나 상승세를 보고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긴 어려워. 특히 집중력이 중요한 게임이니까. 신지애가 고민으로 얘기했던 표정 없는 얼굴과 부동심은 사실 골프에 있어선 최고의 자질이라 할 수 있지.
그럼 그렇게 표정 없는 사람은 양궁이나 골프처럼 집중력 필요한 운동을 하면 되겠네.
아니, 어쩌면 지구를 지키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을 거야.
사진제공_ LPGA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그렇지? 사실 기록이나 성장 가능성으로 볼 때 월드 스타라는 말이 아깝지 않고 드라마틱한 개인사도 있는 선수인데 과거 전성기 박세리나, 비슷한 또래의 김연아와 박태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지. 그런 면에서 이번 ‘무릎 팍 도사’의 섭외는 괜찮았던 거 같아.
그런데 건방진 도사도 말했지만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긴 한 것 같아. 솔직히 골프가 인기 종목인 건 아니잖아.
인기 종목은 아니지. 하지만 그렇다고 피겨 스케이트나 수영이 인기종목인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IMF 터졌을 때 US오픈에서 우승했던 박세리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걸 떠올리면 꼭 골프라는 종목의 문제만은 아닌 거 같아. 그냥 어떤 분위기 때문 아닐까. 혹 스타성의 문제일지도 모르겠고.
스타성은 부족하더라도 골프계에서 되게 대단한 선수인 건 확실한 거지? 우리나라에선 외국 대회 우승이나 금메달 이런 거 가지고 설레발 되게 잘 떨잖아.
네 말대로 그렇게 설레발 떠는 면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볼 때 신지애 정도 되는 선수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더 신기한 거지. ‘무릎 팍 도사’에서도 나왔지만 프로데뷔 3년 만에 KLPGA, 그러니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주최한 대회에서의 19승은 정말 대단한 거야. 그 3년 동안 신지애가 참가한 대회가 48개야. 그 중 19개 대회를 우승했단 건 2~3개 대회 중 하나는 꼭 우승했다는 거지. 1996년 11개 대회 중 4번 우승했던 박세리 이후 국내 무대에서 그 정도의 ‘포스’를 보여준 선수는 없어.
그런데 그건 국내대회잖아. 솔직히 세계대회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지지 않아? 박세리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유명해진 거잖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인데 LPGA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그러니까 미국의 자국 대회인 거지 세계대회가 아니야. 다만 야구에서의 미국 메이저리그나 농구에서의 NBA처럼 가장 수준이 높은 대회기 때문에 여기에서 우승하는 게 세계적 능력을 인정받는 길인 거지.
어쨌든 국내대회가 미국대회보단 수준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그렇긴 해. 하지만 박세리 이후 우리나라 여자프로골프선수의 수준이 워낙 높아져서 한국 상위랭커면 당장 LPGA에 출전해도 통한다는 게 골프계의 중론이야. 실제로 유독 한국 선수들의 기세가 높았던 2006년에는 김주미, 이미나, 임성아, 김미현, 한희원, 이선화, 박세리, 장정, 홍진주 등 9명이 LPGA에서 우승을 차지했어. 그 중 김미현과 한희원은 두 번이나 우승했고. 그래서 신지애가 데뷔 첫 해 3승으로 다승왕을 거뒀을 때 전문가 대부분이 언젠가 LPGA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다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와서 어느새 LPGA 3승을 한 거고.
그런데… 골프를 잘 한다는 게 대체 어떤 의미인 거야? 축구나 야구처럼 점수를 많이 내면 되는 거야?
내가 회 먹을 줄도 모르는 애한테 노량진 수산시장 위치를 가르쳐 주고 있었네. 에효. 골프 룰은 몰라도 골프가 골프채로 골프공을 쳐서 구멍에다 넣는 게임인 건 알지? 오케이, 그것만 알면 이해할 수 있어. 만약 그런 규칙 안에서 게임을 한다면 최대한 적게 쳐서 구멍 안에 넣는 게 어려울까, 많이 쳐서 넣는 게 어려울까.
적게 쳐서 넣는 거…?
상식적인 질문이니까 쫄지 않고 대답해도 돼. 네 말대로 그 넓은 필드에서 작은 구멍까지 넣기까지 최대한 적게 치는 게 잘하는 거야. 결국 골프는 정해진 필드 안에서 가장 적게 쳐서 공을 홀 안에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라고 보면 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골프장에는 18개의 홀이 있어. 그 공 넣는 홀 말이야. 그러니까 골프에서 한 게임을 한다는 건 18개의 홀에 공을 넣는다는 거고, 그 걸 가장 적게 쳐서 성공한 사람이 이기는 거지. 보통 프로선수가 참가하는 대회는 4라운드까지 진행하니까 그런 게임을 네 번이나 한다는 거고.
그럼 ‘무릎 팍 도사’에서 나왔던 홀인원은 한 번 쳐서 홀에 들어가는 거야?
오, 생각했던 것보단 이해력이 좋은데? 바로 그거야.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공을 한 번 이상은 쳐야 하는데 그 한 번에 홀에 넣는다면 가장 잘 친 거겠지. 기왕 홀인원까지 나왔으니까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까지 가르쳐줄게. 그게 뭐냐면…
아, 싫어, 싫어. 갑자기 머리 아파지려고 그래.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 듣기만 해도 조류독감 걸릴 거 같아.
안 어려워, 안 어려워. 홀인원의 비밀을 한 번에 파헤친 너의 이해력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야. 아까 18개의 홀이 있다고 그랬지? 그런데 그 홀마다 파라는 게 있어. 아니 라면에 넣는 파 말고, Par. 만약 파 4인 홀이 있으면 4번 쳐서 넣으면 되는 거야. 파 5면 5번 쳐서 넣으면 되고.
그 안에 못 넣으면 탈락인 거야?
그렇진 않아. 대신 파를 기준으로 정해진 수보다 적게 쳐서 넣으면 좋은 스코어고, 많이 쳐서 넣으면 나쁜 스코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지. 파 4에서 5번 쳐서 들어가면 +1이고, 3번 쳐서 들어가면 -1로 표기되는데 마이너스가 높을 수록 잘 치는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야. 이 때 한 홀 기준으로 -1은 버디, -2는 이글, -3은 알바트로스라고 해. 만약 파 4인 홀에서 알바트로스를 기록한다는 건 결국 한 번을 쳐서 들어갔다는 거고 그건 결국 홀인원인 거지. 반대로 플러스가 기록되는 건 보기라고 그래. 이건 외우기 쉬울 거야. +1은 보기, +2는 더블 보기, +3은 트리플 보기.
외울 필욘 없지만 그 정돈 알겠다. 그럼 골프는 상대방이랑 상관없이 자기만 적게 치면 되는 거네?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성적이나 상승세를 보고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긴 어려워. 특히 집중력이 중요한 게임이니까. 신지애가 고민으로 얘기했던 표정 없는 얼굴과 부동심은 사실 골프에 있어선 최고의 자질이라 할 수 있지.
그럼 그렇게 표정 없는 사람은 양궁이나 골프처럼 집중력 필요한 운동을 하면 되겠네.
아니, 어쩌면 지구를 지키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을 거야.
사진제공_ LPGA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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