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지난 겨울 내내 <꽃보다 남자>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월요병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 주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기에 더욱 큰 존재감을 갖고 있었던 <꽃보다 남자>의 숨겨진 26회 대본이 있었다면, 그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 10아시아가 가상으로 준비한 <꽃보다 남자>의 에필로그로 궁금증을 달래자. 특히, 언제나 비중과 캐릭터 노출에서 불리한 입장이었던 송우빈의 팬들은 상상으로나마 달라진 그의 위상을 확인하며 속상한 ‘팬심’을 달래보길 바란다.손 흔들며 출국 게이트로 사라지는 잔디와 준표. 이들의 모습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는 F3와 가을. 시원섭섭한 얼굴로 돌아서는데.
이정 : 윤지후, 이제 제법 쓸쓸하겠어?
지후 : 아니. 나에겐 할아버지가 있으니까. 그러는 너야말로.
이정 : 난, 가을 양이 있잖아. (가을에게 윙크하며) 우빈아, 주스 남았냐?
우빈 : 어, 줄까?
이정 : 아니. 빨리 마셔. 너 그거 남기면 제명이야.
가을 : (입 가리고 웃으며) 우빈 선배야말로 외로워서 어떻게 해요. 저희 죽집 마스터라도 소개해 드릴까요?
우빈 : (발끈하는) 아냐! 나도 패밀리가 있거든. 만년 소녀 같은 우리 엄마랑, 늦둥이 쌍둥이 동생이랑…
이정 : 잠깐. 그런데 우리가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우리 F4는 형제 같은 사인데.
지후 : 그러게. 난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어떻게 아직도 우빈이 너희 집에는 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너, 우리 아지트에서 먹고 잔다는 소문이 있던데. 집이 있기는 한 거야?
우빈 : (억울한) 너희들, 내 방 기억 안나? 그리고, 사람들이 이정이도 도예실에서 잔다고….
이정 : 쉿! (우빈 어깨 잡으며) 한마디만 더 하면, 제명이야.
화려하게 꾸며진 바로크 양식의 거실. 무늬나 장식이 요란하지만 어딘가 고급스러움이 부족해 보이는 응접세트 주위로 도자기, 조각상들이 즐비한 가운데. 일심회 조직원들 도열해 있다.
우빈 : (심각하게) 엄마. 솔직히 나 같은 어둠의 자식이랑 친구 하는 거, 창피하겠지. 잘나가는 집안 놈들은 나 사람취급도 안하잖아.
엄마 : 빈. 애들이 그러는 건 니가 유학파라서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자, 이거 받고 마음 풀어.
주머니에서 현찰 뭉치로 꺼내서 건내면, 우빈은 받지 않고.
우빈 :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지금 나한테는.
동생들: (뛰어 들어오며) 오빠아! 놀자. 놀자. 춤춰 줘!
우빈 : Yo! Ma girls. 오빠 지금 그럴 기분 아니야. 저리 가서 놀아.
동생 1 : (품을 파고들며) 오빠. 나 모기 물렸어.
동생 2 : (팔에 매달리며) 나도. 요기 아파. 잉잉.
동생들 울기 시작하면, 뒤에 도열한 일심회들 두리번거리며 모기 잡으려고.
우빈 : 니들은 나서지마. 내 동생 건드린 놈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준희 : 이리 줘. 누나가 해 줄게.
우빈의 스테이크를 손수 썰어 주는 준희.
우빈 : 누님. 이런다고 제 마음이 달라지진 않아요.
준희 : 알아. 하지만 치사한 남자, 쫀쫀한 남자, 뒤끝 있는 남자와는 거리가 먼 널….
우빈 : (손가락으로 준희의 입을 막으며) 한마디만 더 하시면 제 마음에서 제명이에요.
준표 E : 누우나!!
준희, 우빈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추스르면, 들이닥치는 준표.
준표 : 여기 있었네.
준희 : 그래, 여행은 잘 다녀왔어?
준표 : 응. 금잔디랑 단 둘이 있으면서, 뉴칼레도니아를 좀 더 샅샅이 여행했더니 그야말로 일성이조였어. 누나 선물 사왔어!
준희 : 동생아. 선물은 고마운데, 일석이조겠지.
옆에 앉아 가방 속의 짐을 마구 부려놓는데,
준표 : 이건 지후 줄 베이킹 파우더, 이건 이정이 줄 색소폰 기초 교본, 이거는 강산이 꺼구나, 키높이 구두………
우빈 : 내 껀?
준표 : …..
우빈 : 너, 설마…… 내 선물은 잊은 거야? 이 유아독존!
준표 : 야, 너답지 않게 왜이래?
우빈 : 뭐? 나다운 게 뭔데!
뛰쳐나가는 우빈. 그 모습 애타게 바라보는 준희.
상처받은 짐승의 표정으로 하염없이 샤워기의 물을 맞고 서있는 우빈. 문득 정신을 차린 듯 머리를 쓸어 올리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우빈. 그리고 꽉 쥔 주먹을 보는데. 힘주어 깨문 아랫입술.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얼굴, 깊어진 눈으로 거울 앞에서 스킨을 바르는 모습.(* 감독님 꼭 ‘나쁜 마음을 먹게 해’ 배경 음악으로 부탁드려요)
우빈이 등장하자 모두 시선 쏠리는.
이정 : 야, 이게 며칠만이야.
우빈 : 날 알아?
지후 : 왜이래, 우빈아.
우빈 : 난 그런 사람 아닌데.
준표 : 저 자식 왜 저래. 일심건설 송우빈. 무슨 일 있었냐?
우빈 : 난… 우빈이 아니라 교빈이야. 우리 회산 천지 건설이고.
냉정하게 앞머리 걷어 보이면, 정동남처럼 크고 선명하게 찍혀 있는 점.
이정 : 아… 교빈… 그렇구나. 미안해요. 착각해서.
우빈 : 다이조부. 너희들 이야긴 이빠이 들었어. 니가 구정표고, 넌… 김, 폭탄?
준표 : 우와! 교빈 씨는 일본 유학 다녀오셨나봐요? 우빈이랑 완전히 다른데!
잔디, 가을, F4 들어서는데, 리더처럼 가운데 서있는 우빈. 일심회들이 도열해서 환영하고.
우빈 : (작은 소리로) 이 실장, 동원 가능한 인력 다 풀라고 했지?
이 실장이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데, 거실 한 켠 발견하고 놀라는 잔디와 가을
잔디 : 우와! 이게 뭐에요?
가을 : 수족관 정말 크다. 이 물고기, 이런 것도 집에서 키워요?
우빈 : 전기상어야. 주로 겨울 방학에만 활동하는 종이지. 처음 봐?
우빈이 상석에 앉았고, 다들 식사 하는데. 지후 접시에는 완두콩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빈 : 지후. 남겨?
지후 : 못먹어. 집안 내력이야.
우빈 : 안 먹으면…. 제명이야.
지후 : ……!
우빈 : 자, 빨리 먹고 우리 진실게임하자. 질문에 답 못하면 팔 부러트리기야! 하하핫! F4 중에 진정한 내면적 리더는 누구라고 생각해? 응?
슬쩍 다가와 귓속말 하는 이 실장.
우빈 : 정말이야? 서둘러야겠군. 먼저, 실례하겠어.
대형 TV를 보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우빈. 화면에는 뮤직뱅크에 출연한 티맥스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는 우빈. 이마를 훔치는데, 그만 지워져 버리는 점. 이때 우빈 방에 들이닥친 잔디.
잔디 : 우빈 선배!
우빈 : 아… 들켜버렸나. 요요, 와썹! 이리 와서 같이 추자.
잔디 : 선배도 참…
우빈 : 오른발을 내 밀면서 호키, 왼 발을 뻗으면서 포키! 쉽지?
어느새 나란히 서서 스텝을 맞춰 보는 두 사람. 그 위로 우빈 내레이션 흐르고.
우빈 N : 잔디. 언제나 꿋꿋한 집안의 가장 같았던 너를 나도 조금은 좋아하고 있었어. 유남쌩? 기회가 될 때마다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는 미련함도, 비싼 선물을 미소 한번 날리고 척척 받아 드는 그 뻔뻔함도 내 눈엔 그저 강한 생활력으로 보일 뿐이었지. 너라면, 더러운 돈 위에 세워진 우리 집안의 비밀을 모두 이해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두운 태생에서 벗어나려는 내 몸부림을, 너라면…… 하지만 넌 친구의 여자니까. 난 시작조차 하지 않은 거야. 요요, 마이 브로 구준표. 넌 정말 행운아야. 럭키 인 유어 라이프.
열심히 업무 중인 우빈. 인터폰 울리면.
우빈 : 무슨 일이야?
이 실장 E : 명진 그룹 회장님이십니다.
곧 문 열리고 등장하는 한명인 회장. 일어나서 깍듯하게 인사하는 우빈.
한명인 : 송사장님. 이번에 보내주신 리조트 건설 시뮬레이션 자료는 아주 잘 봤습니다. 정말 밝고 화사한 느낌이던걸요. 예감이 좋아요.
우빈 :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제 눈에는 회장님이 더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한명인 : 내가 아직도 여자로 보입니까?
우빈 : 네. 마치 조선의 국모 같으십니다.
명인, 수줍게 웃으면. 그때 문 열리며 들어서는 은혜정.
이실장 : (급히 따라 들어오며) 사장님, 저희 경호팀 원하트의 VIP 고객님이십니다.
은혜정 : 송사장님! 감사 인사차 들렀어요. 그림을 선물할까 하는데…
우빈 : 빈손으로 오시라니까… 번번이 이런 귀한 걸 주시고. 고객님 자체가 저희에게는 선물이나 다름없습니다.
한명인과 은혜정 두 여자가 주고받는 눈빛, 불꽃이 튀고.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면서 급히 뛰어 들어오는 최윤희.
최윤희 : 송사장님.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오늘 인터뷰 하게 된 최윤흽니다.
한명인 : (우빈 돌려 세우며) 다른 여자가 있을 거란 생각, 안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은혜정 : 결국 나한테 돌아올 거야. 우리 수진이한테도 그렇게 말했어.
최윤희 : (무릎 꿇으며) 제발, 제가 두 분을 존경하게 해 주십시오. 송 사장님은 제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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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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