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의 변신 로봇과 소설 <반지의 제왕>의 드래곤 무리를 실사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는 어떤 모습으로 TV에 등장할 수 있을까.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통해 SF 전문 채널로 인정받은 Sci-Fi 채널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인기 만화책 <팬텀>, 휴고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리버월드> 시리즈를 TV 시리즈로 방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앨리스와 코스튬 히어로가 부활한다

이 중 역시 관심을 끄는 프로젝트는 환상 문학의 고전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실사화와 현대적 재해석일 것이다. 우선 제작사인 RHI 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와 영화로 수차례 만들어졌던 전작들는 확실히 다른 실사화를 보여주겠노라 장담하고 있다. 1999년에 앨리스를 무대 공포증이 있는 소녀로 해석한 TV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던 닉 윌링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은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닉 윌링 감독은 역시 고전인 <오즈의 마법사>의 스토리를 현대에 맞게 각색한 <틴맨>으로 Sci-fi 채널 최대의 시청자인 6300만 명을 불러 모은 바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RHI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로버트 핼미는 “우리는 이 이야기야 말로 고전 중 현대적 분위기와 가장 완벽하게 섞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큼은 아니더라도 <팬텀>과 <리버월드> 역시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보라색 타이즈를 입고 대를 이어 아프리카를 지키는 코스튬 히어로의 이야기인 <팬텀>은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장수 만화다. 하지만 원작 만화의 인기에 비해 빌리 제인 주연의 영화 <팬텀>과 애니메이션 <팬텀 2040> 같은 작품들은 성공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로버트 핼미는 “과거의 히트작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우리만의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적어도 주인공이 “보라색 타이즈를 입진 않을 것”이라는 계획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리버월드>는 한 행성의 강가에 최초의 인류에서 21세기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부활한다는 설정의 소설로, 갑자기 이 강가로 이동하게 된 현대의 사진기자가 역사적 명사들을 만나며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Sci-Fi 채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올해 겨울에, 나머지 두 작품은 내년에 방영할 계획이다. 뒤의 두 작품은 과거 <배틀스타 갤럭티카>가 그랬던 것처럼 우선 네 시간짜리 파일럿으로 제작해 방영 후 반응이 좋으면 정규 시리즈로 편성할 계획이다. 저마다 독특한 세계관과 개성을 가진 이들 작품들이 성공적으로 브라운관에 안착할 수 있다면 SF 및 판타지 장르에서 Sci-Fi 채널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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