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미와는 KBS 공채 동기로 처음 만났다. 첫인상이 어땠나.
안영미: 유미를 처음 본 건 <폭소클럽>에서였는데, 진짜 연기 잘 하시는 선배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채 시험장에 갔을 때 유미가 블랑카(정철규) 오빠랑 얘기하는 걸 보고 속으로 ‘우와! 블랑카랑 얘기한다! 친한가 봐!’ 라고 생각했다. 엄청 위대해 보였다. 하하. 합격한 뒤에는 동기들 중에 유미가 나에게 제일 처음으로 말을 걸어줬고, 동갑 여자는 둘 뿐이라 친해졌다. 신인 시절이고 개그맨 사회를 잘 모르니까 힘들 때가 많았는데 다행히 유미를 만나 하소연도 하고 같이 코너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유미 덕분에 나도 코미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다”
신인 시절 강유미와 함께 했던 ‘GOGO 예술 속으로’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코너다. 특히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 사건을 김밥과 오염된 단무지 사건으로 바꾼 것은 참신하면서도 세련된 시사 패러디였다. 다루기 쉬운 아이디어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나왔던 건가.
안영미: 그 때도 김석현 감독님께서 <개콘>을 맡고 계셨는데 워낙 이슈가 되는 소재니까 한 번 패러디 해 보라고 제안하셨다. 하지만 예민한 소재이기도 하고 세부적인 내용이 어려운 거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지금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맡고 계신 홍윤희 작가님께서 사회 풍자 개그를 많이 해 보신 분이라 구성을 도와주셨다. 유미도 뉴스 같은 걸 보면서 황우석 박사나 관련 인물들 말투를 많이 보고 공부했고, 그래서 큰 문제없이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나간 뒤에 욕을 먹긴 했지만.
‘GOGO 예술 속으로’가 막을 내린지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두 사람을 콤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안영미: 성격이 완전히 반대다. 나는 고등학교 때도 남녀 공학을 나왔고 대학 때도 연극 동아리에서 남자같이 활동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얘기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유미는 좀 더 낯을 가리고 내성적이다. 새로운 곳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강유미 씨 혹시 화 나셨어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얌전하다. 대신 조금 친해지고 나면 가끔 툭툭 내뱉는 엉뚱한 말이 정말 재미있다. 그런 양면성이 유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파트너로서 느끼는 강유미의 장점이라면 무엇일까.
안영미: 무엇보다 유미는 정말 많이 노력하고 개그에 혼신의 힘을 다 한다. 나랑 감이 잘 맞아서 내가 장난삼아 드라마 연기 같은 걸 따라할 때 바로 받아쳐 주니까 그러다가 코너 소재가 나오기도 하고. 또, 유미는 자료 수집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 외국 프로그램을 많이 보면서 공부를 한다. 한국 코미디가 갖는 일관된 형태나 형식 같은 걸 어떻게 하면 다르게 할까 항상 고민하는 유미 덕분에 나도 고정관념을 많이 깨뜨릴 수 있었다.
‘GOGO 예술 속으로’과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여자들끼리 하는 개그는 대박 나거나 오래 가기 힘들다’는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하지만 혹시 여성 개그맨으로서 한계를 느낀 적도 있었나.
안영미: ‘GOGO 예술 속으로’는 우리가 남자 연기까지 분담해서 다 했으니까 연애 같은 소재도 다룰 수 있었는데, 그보다 그 당시 느낀 한계는 여자가 망가지는 역할을 하면 시청자들이 좀 반감을 갖는다는 거였다. 우리가 고릴라, 원시인 분장을 하고 연기하거나 더러운 얘기를 하면 ‘으으’ 하는 반응이 돌아오니까 이게 여성 개그맨의 한계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걸 깨기 위해 노력했고, 그동안 여자들도 좀 센 걸 하기를 기대했던 시청자 층이 있어서인지 결국은 그런 고정관념이 깨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여성 개그맨이라서 느껴지는 한계는 없는 것 같다.
“감칠맛 나고 자연스러운 조연 캐릭터 연기에 욕심 난다”
아무리 망가지는 분장을 해도 무대에서 웃기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거면 행복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무대 아래에서는 어떤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웃기는’ 여자로만 보는 데 대한 불편함은 없나.
안영미: 물론 불편한 것도 있다. 무대에서 내가 사람들을 재밌게 해 주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많이 웃는 건 좋은데 일상생활을 할 때 사람들이 나를 보며 손가락질하고 웃으면 좀 기분이 나쁘다.“안영미 아냐? 골룸, 골룸!”하고 멀리서 킥킥대는 걸 들으면 ‘날 지금 비웃는 건가…’ 싶기도 하고, 술자리 같은 데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웃겨 보세요” 하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여성분들에게는 하지 못하는 외모 비하적인 말을 여성 개그맨에게는 좀 더 쉽게 하는 걸 보면 ‘왜 여성 개그맨을 우습게 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가 그렇게 우스운 존재는 아닌데. 하하.
‘소비자 고발’을 함께 하고 있는 황현희와 다른 프로그램에도 같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면에서 잘 맞나.
안영미: 현희 오빠는 내 얘기를 참 잘 들어준다. 특히 아직도 여성 개그맨은 안 웃긴다던가, 무조건 남자가 우선이고 여자는 받쳐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희 오빠는 내가 말할 때 웃기는 게 있으면 자기가 받쳐 주고 살려 준다.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척하면 척이고, 개그에 대한 감도 잘 맞는다. ‘소비자 고발’에서 하는 “기분 탓이겠죠”나 “이봐, 그러지 말고 이거나 해주지 않겠나” 하는 유행어도 나는 그냥 한 번 해 본 말인데 현희 오빠가 재밌다며 좀 더 밀어보라고 했던 거다. 심지어 그 말은 감독님도 가끔 쓰신다. “기분 탓인가? 왜 이렇게 재미없게 느껴지지?” 라면서. 하하.
그럼 솔직히 말해서 나 빼고 제일 웃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군가.
안영미: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각자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동민 오빠는 자기 경험담 얘기를 즐겨 해 주는데 과장을 이만-큼 보탠다. 예를 들어 군대 시절 모기에 물린 얘기를 할 때는 “사람만한 모기가 눈앞으로 걸어왔다”는 말을 엄청 진지하게 하고, 우리가 안 웃어주면 점점 설명이 길어진다. 하하. 세윤 오빠는 평상시 행동이 웃긴다. 동대문에 갈 때도 그냥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괴물 가면 쓰고, 긴 머리 가발에 교복 입고 돌아다닐 때도 있다. 상무 오빠는 애드리브에 강하고, 하는 말마다 빵빵 터진다. 그래서 그 셋이 모이면 최강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연극을 해 왔는데, 연기자로서 욕심나는 역할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안영미: 주인공보다는 감칠맛 나고 자연스러운 조연 캐릭터. 물론 주인공을 맡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냥 ‘난 저 사람 때문에 봐’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특히 개그를 했다고 해서 괜히 튀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박미선 선배님처럼, 튀지 않더라도 그 역할에 딱 맞는 자연스런 모습으로.
“‘텅텅 걸스’라고 아무 생각 없는 여자들 얘기를 준비 중”
예능에 출연한다면 ‘1박 2일’ 같은 느낌의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어떤 건가.
안영미: 여자들끼리 모여서 약간 하드코어적으로 노는 걸 보여주고 싶다. 여느 남자 개그맨들 못지않은 엽기와 ‘똘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거다. 이를테면 클럽 가서 누가 더 잘 노는지 경쟁하기, 맥주 많이 마시고 화장실 참기 게임 같은 거!
그런 소재가 정말 방송이 될까? (웃음) 도대체 누가 그걸 같이 할 수 있을까.
안영미: 당연히 우리 <개콘> 사람들이겠지! 하하!
‘소비자 고발’에 이어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지난해부터 계속 반응이 좋은데 올해 좀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안영미: <개콘>을 계속 잘 해 나가고,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한 번 하고 싶다. 전부터 계속 했던 생각인데, 지금 당장은 코너 두 개를 하고 있다 보니까 공연은 어렵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대학로 극장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안영미가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연기도 곧잘 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제일 우선인 건 <개콘>이다.
혹시 ‘분장실의 강선생님’ 다음으로 생각해 둔 아이디어가 있나.
안영미: 유미랑 (신)고은이랑 같이 만들었던 ‘텅텅 걸스’라는 코너가 있다. 재미있었는데 유미가 ‘순정만화’에 들어가면서 좀 미뤄두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는 여자들 얘기를 정말 웃기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 코너를 무대에 올리기 전에는 그게 터지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만 한 번 터지고 나면 또 그게 얼마나 갈까 하는 걱정이 있겠다.
안영미: 그렇다. 무대에서 빵 터뜨리고 나서 내려오면 바로 ‘다음 주엔 뭘 하지…’ 이 걱정뿐이다. 녹화 끝나면 항상 술 한 잔 하면서 그 날 했던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그러다 ‘다음 주에 어떻게 할까?’ 하는 말 나오면 바로 정적이 흐른다. 하하.
그러다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안영미: 음, 나올 때 까지 짠다. 밥을 안 먹고 잠을 안 자도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그래도 무대에 설 수만 있으면 그런 건 배부른 고민이다.
헤어 김해빈 / 메이크업 박혜령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안영미: 유미를 처음 본 건 <폭소클럽>에서였는데, 진짜 연기 잘 하시는 선배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채 시험장에 갔을 때 유미가 블랑카(정철규) 오빠랑 얘기하는 걸 보고 속으로 ‘우와! 블랑카랑 얘기한다! 친한가 봐!’ 라고 생각했다. 엄청 위대해 보였다. 하하. 합격한 뒤에는 동기들 중에 유미가 나에게 제일 처음으로 말을 걸어줬고, 동갑 여자는 둘 뿐이라 친해졌다. 신인 시절이고 개그맨 사회를 잘 모르니까 힘들 때가 많았는데 다행히 유미를 만나 하소연도 하고 같이 코너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유미 덕분에 나도 코미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다”
신인 시절 강유미와 함께 했던 ‘GOGO 예술 속으로’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코너다. 특히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 사건을 김밥과 오염된 단무지 사건으로 바꾼 것은 참신하면서도 세련된 시사 패러디였다. 다루기 쉬운 아이디어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나왔던 건가.
안영미: 그 때도 김석현 감독님께서 <개콘>을 맡고 계셨는데 워낙 이슈가 되는 소재니까 한 번 패러디 해 보라고 제안하셨다. 하지만 예민한 소재이기도 하고 세부적인 내용이 어려운 거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지금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맡고 계신 홍윤희 작가님께서 사회 풍자 개그를 많이 해 보신 분이라 구성을 도와주셨다. 유미도 뉴스 같은 걸 보면서 황우석 박사나 관련 인물들 말투를 많이 보고 공부했고, 그래서 큰 문제없이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나간 뒤에 욕을 먹긴 했지만.
‘GOGO 예술 속으로’가 막을 내린지 오래 지났지만 여전히 두 사람을 콤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안영미: 성격이 완전히 반대다. 나는 고등학교 때도 남녀 공학을 나왔고 대학 때도 연극 동아리에서 남자같이 활동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얘기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유미는 좀 더 낯을 가리고 내성적이다. 새로운 곳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강유미 씨 혹시 화 나셨어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얌전하다. 대신 조금 친해지고 나면 가끔 툭툭 내뱉는 엉뚱한 말이 정말 재미있다. 그런 양면성이 유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파트너로서 느끼는 강유미의 장점이라면 무엇일까.
안영미: 무엇보다 유미는 정말 많이 노력하고 개그에 혼신의 힘을 다 한다. 나랑 감이 잘 맞아서 내가 장난삼아 드라마 연기 같은 걸 따라할 때 바로 받아쳐 주니까 그러다가 코너 소재가 나오기도 하고. 또, 유미는 자료 수집을 열심히 하는 편이라 외국 프로그램을 많이 보면서 공부를 한다. 한국 코미디가 갖는 일관된 형태나 형식 같은 걸 어떻게 하면 다르게 할까 항상 고민하는 유미 덕분에 나도 고정관념을 많이 깨뜨릴 수 있었다.
‘GOGO 예술 속으로’과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여자들끼리 하는 개그는 대박 나거나 오래 가기 힘들다’는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하지만 혹시 여성 개그맨으로서 한계를 느낀 적도 있었나.
안영미: ‘GOGO 예술 속으로’는 우리가 남자 연기까지 분담해서 다 했으니까 연애 같은 소재도 다룰 수 있었는데, 그보다 그 당시 느낀 한계는 여자가 망가지는 역할을 하면 시청자들이 좀 반감을 갖는다는 거였다. 우리가 고릴라, 원시인 분장을 하고 연기하거나 더러운 얘기를 하면 ‘으으’ 하는 반응이 돌아오니까 이게 여성 개그맨의 한계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걸 깨기 위해 노력했고, 그동안 여자들도 좀 센 걸 하기를 기대했던 시청자 층이 있어서인지 결국은 그런 고정관념이 깨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여성 개그맨이라서 느껴지는 한계는 없는 것 같다.
“감칠맛 나고 자연스러운 조연 캐릭터 연기에 욕심 난다”
아무리 망가지는 분장을 해도 무대에서 웃기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거면 행복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무대 아래에서는 어떤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웃기는’ 여자로만 보는 데 대한 불편함은 없나.
안영미: 물론 불편한 것도 있다. 무대에서 내가 사람들을 재밌게 해 주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많이 웃는 건 좋은데 일상생활을 할 때 사람들이 나를 보며 손가락질하고 웃으면 좀 기분이 나쁘다.“안영미 아냐? 골룸, 골룸!”하고 멀리서 킥킥대는 걸 들으면 ‘날 지금 비웃는 건가…’ 싶기도 하고, 술자리 같은 데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웃겨 보세요” 하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여성분들에게는 하지 못하는 외모 비하적인 말을 여성 개그맨에게는 좀 더 쉽게 하는 걸 보면 ‘왜 여성 개그맨을 우습게 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가 그렇게 우스운 존재는 아닌데. 하하.
‘소비자 고발’을 함께 하고 있는 황현희와 다른 프로그램에도 같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면에서 잘 맞나.
안영미: 현희 오빠는 내 얘기를 참 잘 들어준다. 특히 아직도 여성 개그맨은 안 웃긴다던가, 무조건 남자가 우선이고 여자는 받쳐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희 오빠는 내가 말할 때 웃기는 게 있으면 자기가 받쳐 주고 살려 준다.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척하면 척이고, 개그에 대한 감도 잘 맞는다. ‘소비자 고발’에서 하는 “기분 탓이겠죠”나 “이봐, 그러지 말고 이거나 해주지 않겠나” 하는 유행어도 나는 그냥 한 번 해 본 말인데 현희 오빠가 재밌다며 좀 더 밀어보라고 했던 거다. 심지어 그 말은 감독님도 가끔 쓰신다. “기분 탓인가? 왜 이렇게 재미없게 느껴지지?” 라면서. 하하.
그럼 솔직히 말해서 나 빼고 제일 웃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군가.
안영미: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각자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동민 오빠는 자기 경험담 얘기를 즐겨 해 주는데 과장을 이만-큼 보탠다. 예를 들어 군대 시절 모기에 물린 얘기를 할 때는 “사람만한 모기가 눈앞으로 걸어왔다”는 말을 엄청 진지하게 하고, 우리가 안 웃어주면 점점 설명이 길어진다. 하하. 세윤 오빠는 평상시 행동이 웃긴다. 동대문에 갈 때도 그냥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괴물 가면 쓰고, 긴 머리 가발에 교복 입고 돌아다닐 때도 있다. 상무 오빠는 애드리브에 강하고, 하는 말마다 빵빵 터진다. 그래서 그 셋이 모이면 최강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연극을 해 왔는데, 연기자로서 욕심나는 역할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안영미: 주인공보다는 감칠맛 나고 자연스러운 조연 캐릭터. 물론 주인공을 맡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냥 ‘난 저 사람 때문에 봐’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특히 개그를 했다고 해서 괜히 튀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는 박미선 선배님처럼, 튀지 않더라도 그 역할에 딱 맞는 자연스런 모습으로.
“‘텅텅 걸스’라고 아무 생각 없는 여자들 얘기를 준비 중”
예능에 출연한다면 ‘1박 2일’ 같은 느낌의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어떤 건가.
안영미: 여자들끼리 모여서 약간 하드코어적으로 노는 걸 보여주고 싶다. 여느 남자 개그맨들 못지않은 엽기와 ‘똘기’를 한 번에 보여주는 거다. 이를테면 클럽 가서 누가 더 잘 노는지 경쟁하기, 맥주 많이 마시고 화장실 참기 게임 같은 거!
그런 소재가 정말 방송이 될까? (웃음) 도대체 누가 그걸 같이 할 수 있을까.
안영미: 당연히 우리 <개콘> 사람들이겠지! 하하!
‘소비자 고발’에 이어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지난해부터 계속 반응이 좋은데 올해 좀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안영미: <개콘>을 계속 잘 해 나가고,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한 번 하고 싶다. 전부터 계속 했던 생각인데, 지금 당장은 코너 두 개를 하고 있다 보니까 공연은 어렵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대학로 극장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안영미가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연기도 곧잘 하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제일 우선인 건 <개콘>이다.
혹시 ‘분장실의 강선생님’ 다음으로 생각해 둔 아이디어가 있나.
안영미: 유미랑 (신)고은이랑 같이 만들었던 ‘텅텅 걸스’라는 코너가 있다. 재미있었는데 유미가 ‘순정만화’에 들어가면서 좀 미뤄두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는 여자들 얘기를 정말 웃기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 코너를 무대에 올리기 전에는 그게 터지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만 한 번 터지고 나면 또 그게 얼마나 갈까 하는 걱정이 있겠다.
안영미: 그렇다. 무대에서 빵 터뜨리고 나서 내려오면 바로 ‘다음 주엔 뭘 하지…’ 이 걱정뿐이다. 녹화 끝나면 항상 술 한 잔 하면서 그 날 했던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그러다 ‘다음 주에 어떻게 할까?’ 하는 말 나오면 바로 정적이 흐른다. 하하.
그러다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안영미: 음, 나올 때 까지 짠다. 밥을 안 먹고 잠을 안 자도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그래도 무대에 설 수만 있으면 그런 건 배부른 고민이다.
헤어 김해빈 / 메이크업 박혜령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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