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돌아온 일지매>에서 일지매와 김자점은 같은 하늘 아래 숨 쉴 수 없는 철천지원수다. 일지매에게 김자점은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 동시에 나라를 팔아먹을 흉계를 꾸미는 매국노이고, 김자점에게 일지매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황금을 훔쳐간 최악의 도둑놈이다. 게다가 일지매로선 김자점의 흉계 때문에 총상을 입고, 월희까지 위험에 빠졌으니 당장 칼을 겨눠도 모자랄 심정일 텐데, 웬 걸. 유유히 걸어오는 김자점을 보며 일지매가 90도로 꾸벅 배꼽인사를 한다. 물론 의정부 대장금 테마파크의 세트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되게 중요한 신은 아니지만 제가 화면에서 박근형 선생님께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신이죠.” ‘돌지매’ 정일우의 말대로 간신이든 매국노든 김자점 역 박근형의 ‘포스’는 세트장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다. 하지만 일지매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자점에게 리딩 지도를 부탁하고, 김자점 역시 자신의 긴 대사를 외우느라 바쁜 중에도 일지매의 대사 하나하나를 챙겨준다. “일부러 힘을 주지 말고 그냥 물어봐.” “네가 원하는 건 나 아니냐!”라는 일지매의 대사를 듣고 김자점이 주문하자 일지매는 한 번 더 대사를 읊는다. 강세는 그대로이면서도 느낌표가 자연스레 물음표가 되어 약간 경직됐던 일지매의 목소리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허튼 수작 마라”,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어라” 등 대본을 보며 서로 주고받는 대사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원수의 대화지만 가까이 붙어 마루턱에 걸터앉은 모습은 할아버지와 손자마냥 정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이 흐뭇한 투샷을 찍고서 “이게 메인이겠네?”라고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당연한 얘기다.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되게 중요한 신은 아니지만 제가 화면에서 박근형 선생님께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신이죠.” ‘돌지매’ 정일우의 말대로 간신이든 매국노든 김자점 역 박근형의 ‘포스’는 세트장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다. 하지만 일지매는 아랑곳하지 않고 김자점에게 리딩 지도를 부탁하고, 김자점 역시 자신의 긴 대사를 외우느라 바쁜 중에도 일지매의 대사 하나하나를 챙겨준다. “일부러 힘을 주지 말고 그냥 물어봐.” “네가 원하는 건 나 아니냐!”라는 일지매의 대사를 듣고 김자점이 주문하자 일지매는 한 번 더 대사를 읊는다. 강세는 그대로이면서도 느낌표가 자연스레 물음표가 되어 약간 경직됐던 일지매의 목소리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허튼 수작 마라”, “칼을 버리고 무릎을 꿇어라” 등 대본을 보며 서로 주고받는 대사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원수의 대화지만 가까이 붙어 마루턱에 걸터앉은 모습은 할아버지와 손자마냥 정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동행한 사진기자는 이 흐뭇한 투샷을 찍고서 “이게 메인이겠네?”라고 동의를 구하듯 물었다. 당연한 얘기다.
오늘 현장의 한 마디 : “몇 세기에 왔다고 이런 소리가 나나.”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현장 최고참은 김자점 역의 박근형이다. 굵은 목소리에 엄한 인상 때문에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포스’를 뿜어내지만 실제로는 ‘분장실의 강선생님’처럼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믿음직한 ‘선생님’이다. 후배 정일우의 연기를 챙겨주는 것은 물론, 세트의 미닫이문이 매끄럽지 않게 열리는 것까지 체크할 정도로 꼼꼼한데다 방금 닦아 물기가 있는 방바닥에 버선발이 닿자 ‘아, 아, 아, 지금 칠했구나’라며 조금은 귀여운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러다 들리는 ‘딩동’ 소리. 범인은 문자가 왔는지 기계음을 낸 박근형의 핸드폰. 허리춤에서 핸드폰을 꺼내 바로 끄면서 “몇 세기에 왔다고 이런 소리가 나나”라며 농담을 던지니 현장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잘 돌아가는 집안에는 역시 좋은 어르신이 있는 법이다.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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