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 MBC 밤 11시
이제 ‘무릎팍 도사’의 섭외도 10 Line의 방식을 따라가는 걸까. 이번 주 의뢰인은 지난주 의뢰인 권상우가 출연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감독을 맡은 원태연 시인이다. 사실 국어국문학과 출신 문학도들에게 원태연은 지금의 귀여니만큼이나 그 존재를 인정하기 애매한 작가였다.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라는 구절로 시작되던 그의 시는 누군가에겐 느끼하지 않고 참신한 연애시의 새 물결이었고, 누군가에겐 순간의 재치로 연명하는 값싼 단문이었다. 하지만 환호와 비난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작품에 욕심을 내던 그는 두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이젠 정식 영화감독이 된다. 이렇게 독특한 경력을 쌓았으니 비록 ‘핫’한 게스트는 아닐지 몰라도 그의 속내는 여전히 궁금하다.

<헬보이> 채널CGV 저녁 6시 30분

이제 영웅들이 앞뒤 재지 않고 악당과 싸우는 히어로물은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스스로의 정체성과 정의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영웅들도 있고, 헐크처럼 영웅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존재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의 무게에서 벗어나 마음껏 활개 치는 영웅을 보고 싶다면 <헬보이>를 추천한다. 지옥에서 온 이 붉은색 거한은 생김새만큼이나 거친 정통 마초다. 맥주를 즐기고, 열 받으면 본부도 때려 부수는 그의 모습은 투박하지만 선 굵은 매력이 있다. 물론 이런 활극이 가능하려면 눈곱만큼의 연민도 필요 없는 절대악이 필요한 법. 순수한 야수성의 괴물 삼마엘과 어둠의 사도 라스푸틴에게 날리는 헬보이의 동정 없는 한 방은 그래서 후련하다.

<김정은의 초콜릿> SBS 밤 12시 30분
강력한 힙합 여전사나 섹시 여가수, 혹은 깜찍한 아이돌 걸그룹만이 여성 가수의 활동 방식으로 남은 요즘 청순가련형 발라드 여가수를 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하수빈 같은 청순형 가수들을 90년대의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하는 강수지는 그래서 참 반갑다. 여주인공이 백혈병으로 죽기 일쑤던 90년대 하이틴물에 딱 어울리는 깡마른 몸과 창백한 얼굴로 수많은 남자 팬과 역시 수많은 여자 안티 팬을 이끌던 그녀가 ‘신승훈과 듀엣하면 죽여 버린다’는 내용의 혈서를 받은 사연 등을 공개한다. 사실 살벌하기 그지 없는 일이지만 싫어하는 연예인 때문에 키보드나 두드리는 요즘보단 그래도 뭔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