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의 어느 날, 그와 처음 만났다. 첫 만남 이후 오랫동안 나의 이상형이 된 그는 셜록 홈즈, 영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명탐정이다. 아서 코난 도일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 자신의 활약상을 알린 무결점의 사나이. 셜록 홈즈는 무지한 육체적 힘의 과시 따위와는 상관없이 관찰력과 추리만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한다. 의뢰인의 구두만 보고도 어디서 왔는지 척척 맞히며, 용의자의 손톱만 보고도 범인임을 알아챈다. 그렇게 늘 마음으로만 그리던 그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은 영국 그라나다 TV의 제레미 브랫 버전의 시리즈였다. 태어날 때부터 냉소를 머금었을 것 같은 차가운 도시 남자, 제레미 브랫은 그 이상의 홈즈는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최근 셜로키언들이 반가워한 두 가지 소식이 있다. 드디어 <셜로키언을 위한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권이 번역 출간된 것. 셜록 홈즈 시리즈 전편과 논문에 가까운 주석들이 가장 저명한 셜로키언의 노력 끝에 한 자리에 모였다. 또 홈즈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대표는 그의 일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혹시라도 접하지 않은 독자들은 시리즈를 완독한 뒤에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처음으로 셜록 홈즈와 만난다면 셜록 홈즈의 대학시절, 자주 가던 식당, 그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증언에 ‘뭐야, 실존인물도 아닌데 이게 다 뭔 소리야’라는 믿음이 부족한 불순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시리즈를 완독하고 셜록학에 입문할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이 두꺼운 책을 사보도록 하자.

두 번째는 가이 리치에 의해 셜록 홈즈의 영화판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장난기 가득한 슈퍼 히어로였던 아이언 맨(로버트 다우닝 주니어)이 홈즈를 맡는다는 사실도 모험적인데 섹시 아이콘에서 중년의 뒤안길로 빠르게 접어든 주드 로가 왓슨이라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수더분한 시골 촌부 같았던 왓슨이 미끈했던 주드 로에게서 어떻게 다시 태어날까. 여기에 좌충우돌 헛소동적 액션물에 능했던 가이 리치가 논리적이고 이보다 이성적일 수 없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된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