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채널 경쟁력을 대폭 상승 시킨 것으로 평가받은 EBS의 올 봄 개편은 교육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루어 질 예정이다. 2월 17일 광화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2009 EBS 봄 개편 설명회>에 참석한 김이기 편성센터장과 김유열 편성기획팀장은 올 봄 방송 편성 기준이 ‘교육 정체성 강화’에 있음을 밝혔다. 따라서 EBS는 앞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품격 다큐멘터리 전략은 고수하되, 보다 직접적인 교육 콘텐츠를 확충함으로써 채널의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EBS가 주력하는 것은 유아와 어린이 방송 영역에서의 새로운 도약이다. 이를 위해 스토리텔링을 통해 보다 유연하게 동물의 생태를 풀어나가는 어린이용 다큐멘터리 <다큐동화 – 달팽이>, 유아들이 다양한 체험과 미션 수행을 거쳐나가면서 각자의 캐릭터를 보여 줄 수 있는 <리얼리티쇼 – 유아독존>등이 사전 기획과 제작을 거쳐 신설되었다. 또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역사와 과학에 접근하는 어린이 드라마 <스파크>와 보다 활동적인 신개념 퀴즈쇼를 지향하는 <퀴즈 장사 만만세>역시 새롭게 편성 되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층에 더욱 다가가겠다”

이에 더해 EBS는 채널의 장기인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층을 한층 더 끌어들일 계획이다. 육아에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아이의 식생활>과 지난해 호평의 받은 <아이의 사생활>이 아이들의 관계 형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로 제작되어 각각 3부작으로 방송되며,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의 공부 비법과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는 <공부의 달인>이 주 1회 신설된다. 이와 별도로 ‘고품격 기획 다큐멘터리’ 역시 방송 예정인데, 특히 ‘한반도 문명 대기획 시리즈’의 두 번째 기획인 <한반도의 최초 인류>는 동북아시아의 원시 인류를 세계방송 최초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로서 <한반도의 공룡>의 명맥을 이을 방송으로 주목 받았다. 호모 에렉투스와 매머드의 모습이 CG작업을 통해 재연되며, 6월 말 방송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또한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제작되는 <신과 다윈의 시대>에서는 세계적인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슨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1년가량의 준비 끝에 완성된 6부작 다큐멘터리 <인도의 얼굴>은 문명과 역사 이면의 생생한 인도의 모습을 조명한다.

가장 대대적인 개편을 겪은 것은 라디오다. 김이기 편성센터장이 “잊혀 진 채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경쟁력이 약화되었던 EBS FM은 ‘방송 통신 교육 과정용 콘텐츠’ 폐지를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편성으로 청취자를 확보 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모닝 스페셜>과 <팝스 잉글리쉬>는 2시간으로 확대되며, 뮤지컬 배우 이소정이 진행하는 <영어로 듣는 클래식>과 ‘윈터 플레이’의 트렘펫 연주자 이주한이 진행하는 <영어로 듣는 재즈>가 주말 편성하여 교양과 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특히 매일 밤 11시에 신설되는 <아우라 (아름다운 밤, 우리들의 라디오)>는 청소년 고민 상담 프로그램으로서 라디오 방송의 프라임 타임 경쟁에 본격 참여 할 예정이다. <아우라>의 진행을 맡은 가수 한희정은 설명회에 참석, 직접 시그널 음악을 부르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

그러나 다양한 프로그램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이번 EBS의 봄 편성은 발표되기 전부터 채널 정체성에 관련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폐지 등과 관련해 청취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문화계 인사들마저 ‘평생 교육’을 지향하는 방송사의 문화 콘텐츠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유열 편성 팀장은 “제작비 부족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방식이며,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는 내부에서 시행된 질적 평가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폐지가 결정 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퀄리티’의 탓으로 돌리기에 프로그램의 상징성과 필요성이라는 측면을 무시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방송사의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전략적인 편성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자 하는 관계자들에게도 입장과 기준은 존재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교육’과 다른 비전의 ‘교육’을 강화하는 방송사의 태도에 문제 제기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제작 여건의 문제이든, 소통의 문제이든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의 요구에 한걸음 다가가는 방송이 될 수 있을지, 올 봄 EBS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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