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후배 녀석들은 늘 그랬다. 아기고양이 같은 얼굴로 모든 일에 흥분하고, 모든 꿈에 희망차고, 모든 감수성에 새롭게 반응하던 그들은 군대에 갔다 오는 순간 소년을 내 던지고 훌쩍 아저씨가 되어 버리고는 했다. 단지 나이를 더 먹어서 의젓해졌다거나 철이 들었다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규칙과 은밀한 법도들을 알아버렸다는 듯 무심해지는 그들의 얼굴이 어딘가 낯설고 어색해서 나는 좀처럼 예비역이 되어버린 후배들과는 편하게 지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재주소년이 반갑고, 고맙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의 짧은 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변하지 않는 무엇을 품고 있다. 따스한 시선과 평온한 멜로디, 그리고 담백한 가사는 이들이 처음 등장했던 그 무렵의 투명한 감수성이 시간과 환경에 바래지지 않고 여전히 소년들의 가슴에 자리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이 정체되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보다 세련되어진 화성과 다듬어진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떤 소년들은 키가 자라기보다는 그 모습 그대로 마음의 품을 넓혀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김창완이 그랬듯이, 어쩌면 이 두 명의 소년들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렇게 순수하고 명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때까지, 나는 이들과의 마지막 춤을 기다리는 소녀 팬으로 남아 있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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