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따뜻한 주말이었어요. 이런 날씨를 맞이하면 우리는 이상한 착각을 합니다. 여전히 달력은 2월에 머물러 있어도 어쩌면 4월이 다가왔다고 믿어 버리는 거죠. 황인뢰 감독의 드라마는 이런 착각을 부추기는 가장 얄미운 촉진제 입니다. 여전히 영하를 웃도는 기온을 맞이할 지라도 그의 드라마 속에서는 벌써 매화꽃이 피는 봄이 찾아 왔습니다.

누군가는 MBC <돌아온 일지매>를 보며 지루한 사극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돌아온 일지매>를 보며 과도한 실험이라고 우려할 지도 모릅니다. 책사의 친절한 해설을 부담스러워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드라마는 반세기를 넘게 살아온 대한민국의 드라마 거장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이자, 가장 도시적으로 사고했던 한 시대의 예술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서울에 대한 가장 진지한 연서입니다.

저는 <돌아온 일지매>를 보며 2009년의 서울을 봅니다. 종로거리를, 안국동의 향기를, 경복궁의 그늘을 느낍니다. 우리가 역사를 곱씹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역사 속에서 현재를 발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복면을 한 일지매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법과 제도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이것이 진리라고 이것이 세상사는 이치라고 분명히 말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일지매의 등장을 바라는 마음. 그것이 무모한 판타지라 말해도 그런 꿈마저 없다면 이 시대를 어떻게 통과해나가야 하나요. <10 아시아>의 이번 주 포커스는 그것에 대한 가장 진지한 물음입니다. 목요일을 기다려 주세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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