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첫 번째 시즌을 마친 Sci-Fi의 <생츄어리>(Sanctuary)는 보기 드문 경로를 통해 제작된 시리즈다. <생츄어리>는 웨비소드로 2007년 제작돼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된 후 반응이 좋아 TV 시리즈로 방영되기 시작했다. 미드팬들은 이미 익숙하겠지만, 웨비소드라 하면 <배틀스타 갤럭티카> 처럼 기존에 인기 프로그램이나, 컬트 시리즈들이 젊은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 차원으로 만들던 5-10분여 정도의 짧은 인터넷 에피소드를 말한다. 그런데 <생츄어리>는 이 ‘순리’를 역행해 성공하고 있는 시리즈라 눈길을 끈다. 시리즈 초반 에피소드들은 웨비소드로 소개된 내용을 재촬영해 보여줬다. Sci-Fi 채널은 <생츄어리>가 2006년 시리즈 <유레카> 데뷔 때만큼이나 높은 236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모으자 이미 두 번째 시즌 계약을 마쳤다.

<생츄어리>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대부분의 촬영을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후 후반 작업을 통해 다양한 배경은 물론 희안한 몬스터들까지 등장시킨다. 요즘 영화 중에서도 이런 기법을 도입한 작품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TV 쪽에서 이처럼 본격적으로 그린 스크린을 사용한 것은 드물다. 특히 <생츄어리> 팀은 ‘RED 카메라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촬영시 테이프나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촬영분 내용을 그대로 하드 드라이브에 녹화해 CG팀이 곧바로 특수효과 작업을 할 수 있다.

“일생에 한 번도 접하기 힘든 모험을 수없이 경험하게 해줄게요”

<생츄어리>의 주인공은 영국 과학자 닥터 헬렌 매그너스. Sci-Fi 채널의 장수 시리즈 <스타게이트 SG 1>으로 잘 알려진 아만다 태핑은 주인공과 제작자를 겸하고 있다. 극중 그녀의 나이는 157세. 어째서 늙지도 않고 장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리즈가 전개되면서 차차 밝혀진다. 매그너스는 ‘모두를 위한 생츄어리’ (Sanctuary for All)라는 기관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데, 이 기관은 특이한 능력을 지녔거나 그저 비정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생물들을 보호 또는 감금해 연구한다. 그녀의 조력자로는 사격이나 격투기에 능한 그녀의 딸 애쉴리 (에밀리 율러업), 특이한 무기를 개발하거나 생츄어리를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보안을 책임지는 컴퓨터 가이 헨리 포스 (라이언 로빈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 빅풋 (크리스토퍼 헤이어달) 등이 있다. 여기에 범죄 정신병학을 전공한 닥터 윌 지머맨 (로빈 듄)이 마지막으로 합류한다. 명석한 두뇌로 범죄자들의 치료나 진단을 하던 윌은 빅풋을 보고 기절 초풍하고, 듣도 보도 못했던 생명체들에 영 적응하기가 힘들다. 그동안의 생활을 모두 버리고 생츄어리에 합류하는 것도 두렵다. 그러나 망설이던 그에게 매그너스가 던진 한 마디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 “보통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도 접하기 힘든 모험을 수없이 경험하게 해줄게요.”

<생츄어리>는 엄밀히 따지면 매주 다른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몬스터 오브 더 위크’ 시리즈다. 일부에서는 영화 <멘 인 블랙> 이나, 영국 시리즈 <닥터 후>의 스핀 오프 시리즈인 <토치우드>, <새라 제인 어드벤처스> 그리고 90년대 SF계를 장악했던 등과 비교한다. 또 그린 스크린의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많다. 아무것도 없는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티가 날 때도 있고, TV 수준 예산으로 만든 CG는 종종 어색하기도 하다. <생츄어리> 제작진은 이처럼 그린 스크린 사용에 중점을 두고 홍보를 많이 했지만, 사실상 이 시리즈의 매력은 캐릭터와 아이디어에 있다. 물론 Sci-Fi의 인기 시리즈 <배틀스타 갤럭티카>나 <유레카> 처럼 피바디 상을 받을 정도의 극본이나 창의력이 넘치는 시리즈는 아니다.

초절정 절약형 공상과학 시리즈

하지만 저렴한 예산을 나름대로 잘 이용한 ‘절약형 공상과학’ 시리즈이고, 그래서 캐릭터가 더 눈길을 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출신인 매그너스가 영생을 얻게 된 내용이나, 애쉴리가 태어나게 된 배경, 알고보니 늑대인간인 푼수덩어리 헨리, 천하장사처럼 힘이 세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지적인 빅풋, 경험많은 매그너스도 가까이 하기 힘든 생명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윌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이번 시즌에서 특히 눈길을 끈 에피소드로는 윌을 통해 생츄어리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첫 번째 에피소드 ‘모두를 위한 생츄어리’ (Sanctuary for All Part 1, 2), 히말라야에서 한 생명체를 잡은 후 비행기 추락사고와 살인사건이 연이어 지는 ‘쿠시’ (Kush), 버뮤다 삼각지대 연구를 위해 탄 잠수함 속에서 벌어지는 2인극 ‘레퀴엠’ (Requiem), 영화 <클로버필드>식 1인칭 비디오 촬영 방식을 도입한 ‘본능’ (Instinct) 등이 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