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옷 좀 입는 미국 남자들은 뉴욕 디자이너 톰 브라운식 수트입기에 빠져있단다. 그런데 톰 브라운식 수트입기를 한국에서 실행에 옮겼다가는 어디서 중학교 시절 교복을 입고 왔냐며 천하의 비웃음을 사고야 말게다. 길거리에서는 흘깃흘깃 쳐다보며 낄낄거리는 군중 때문에 최대한 가까운 건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을 것이고, 회사에서는 요즘 주식이 많이 떨어져서 얼굴이 어둡더니 마침내 미쳤다며 강제 무급 휴가를 명할게 틀림없다. 톰 브라운식 수트 입기가 어떻 길래 그러냐고? 일단 소매와 팬츠는 손목과 발목 위에서 달랑거려야 한다. 셔츠는 (클래식 수트입기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버튼다운칼라의 옥스포드 셔츠여야 한다. 수트 자켓의 버튼은 명치에 닿을 만큼 높이 올라와야 한다. 온라인으로 톰 브라운의 수트의 사이즈를 묻는 어느 네티즌에게 해외 패션포럼 사람들은 이렇게 조언하더라. “중학교 갓 들어간 막내 조카 있으시죠? 그 녀석 사이즈로 구입하시면 틀림없습니다.” 대학 졸업식 참석용으로 구입했던 파코 라반의 헐렁한 수트 밖에 없는 나는 수백만 원을 주고서라도 톰 브라운 수트를 한번 질러보고 싶긴 하다. 이게 은근히 키 작은 남자를 위 해 디자인된 옷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거다. 서울은 노골적인 눈짓과 웃음짓으로 무장한 패션 오지라퍼들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내가 과연 톰 브라운의 수트를 입고 서울의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 물론 톰 브라운은 조언할 것이다(동영상을 보시라!). “나는 옥스포드 셔츠와 카디건에 박서를 입고 매일 아침 센트럴 파크를 조깅한다구요!” 아무렴. 패션을 사랑한다면 톰 브라운 정도의 곤조는 있어야 마땅한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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