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도시 이름을 처음 접한 건 80년대 어린이들의 플레이스테이션이었던 보드게임 ‘부루마블’ 때문이었다. 그 이국의 도시 위에 호텔을 지었는지, 빌딩을 올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로라의 대륙,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수도는 위도 37.6도 경도 127.0도의 대한민국 어린이가 상상하기엔 안드로메다만큼 먼 우주였다. 그렇게 서른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았을 때 즈음, 일본의 한 디자인매장에서 나는 그 안드로메다의 부엌으로 초대받았다.
예쁜 그릇이나 주전자, 의자 같은 사소한 살림살이에 대한 애정이 은혜롭게 넘쳐나던 나에게 <스톡홀름의 부엌>은 사진으로 인도하는 북유럽 인테리어 성경책이었다. 자연을 닮은 디자인과 선명한 컬러. 몇 백 년 된 가구들과 IKEA소품들의 믹스 매치. 결국 그 책이 너덜너덜해졌을 무렵, 내 손은 어느덧 북유럽 행 항공권의 결제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일본의 소규모 출판사 ‘Paumes’에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한 도시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나 정보보다는 부엌, 아틀리에, 아이들 방, 아파트처럼 실용적인 목적과 분명한 취향 아래 기획되었다.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단기여행자에게 허락된 도시의 모습이라는 것이 지극히 한정되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은 찻잔을 발견하기 위한 여행, 낡은 냄비를 위한 발걸음, 앤틱 숟가락을 사기 위한 즐거운 흥정. 한 때 유명하고 웅장한 것들로 향하던 내 여행의 나침반은 이제 작고 아름다운 것들로 향하고 있다. 바로 이 한 권의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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