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미리 울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책장을 펴지 말 것이며,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 그 전날 밤에는 책을 멀리 둘 일이다. 불현 듯 “어―어어어 소리 내”며 터져 나오는 울음으로 ‘퉁퉁 부어 일자가 된 눈’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면.
이것은 “한 여자. 태어난 기쁨도 어린 시절도 소녀시절도 꿈도 잊은 채 초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혼을 해 다섯 아이를 낳고 그 자식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점 사라진 여인,” 바로 우리들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표면적으로는 칠순 노모의 실종과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늘 우리 곁에 있으나 부재의 존재와 다름없었던 엄마의 빈자리에 대한 회한어린 성찰과 복원에의 기도가 스며들어 있다.

신경숙은 자전적 고백에 가까울 때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하는 작가다. 그의 전작과 에세이에서는 쉼 없는 노동으로 어깨뼈가 다 닳아버린 엄마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 진솔한 애정이, 너무도 보편적이어서 21세기 본격문학 소재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 같은 소재로 사무치는 ‘깊은 슬픔’을 이끌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의 주름진 얼굴이 떠올라 차오르는 눈물을 닦고 숨을 골라야 하는 순간들이 몇 번이고 찾아온다. 제목을 되 뇌며 저도 모르게 손을 모으는 그런 순간이. 엄마라는 말.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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