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으면 우유 절대로 마시지 마라. 뉴욕 주립대 소아과 교수가 쓴 책의 제목이다. 그에 따르면 우유는 동맥경화와 아토피를 일으키는 끔찍한 콜레스테롤 덩어리에 불과하다. 소수의 백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우유를 분해할 수 있는 락타아제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유 속 칼슘은 인 성분 때문에 흡수가 잘 되지 않아 마셔봐야 키가 크거나 뼈가 단단해지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 급식 받은 우유를 마실 때면 항상 설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평생 우유를 마셔왔지만 키도 크지 않았고 뼈도 물러 터져 비만 오면 온몸이 쑤신다. 결국 우리는 다국적 낙농업 재벌들의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광고에 놀아난 걸까. 나는 기세등등해졌다. 우유라도 마시고 출근하라는 엄마의 전화에 당당하게 답했다. “동양인은 락타아제가 없어서 우유 따위 설사나 유발할 뿐이라니까욧!”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던 어느 날 우유 해악설에 대한 반론과 마주했다. 대다수의 학자들에 따르면 우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섭취할 때 문제가 생기는 거란다. 우유는 어쨌거나 지금 인간들에게 가장 손쉽게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완전에 가까운 식품이라는 거다.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두 가설 중 하나를 믿고 따라가는 거다. 엇갈리는 정보들 사이에 해답은 없다. 정답이란 건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옛날이 그리워졌다. 락타아제와 콜레스테롤이라는 단어의 존재 따위 알지 못한 채 급식 받은 우유를 알프스의 하이디처럼 벌컥벌컥 마시던 시절 말이다. 그 시절. 우유는 우유였다. 모든 건 그토록 심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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