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최고의 코미디 스타가 되어버린 김동원 씨의 ‘Touch My Body’ 동영상을 보면서도 온전히 웃을 수 없는 이유. 사실 나는 디바 중독증에 걸린 환자였다. 국민학교 6학년 때 휘트니 휴스턴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병세는 중학교 3학년 때 머라이어 캐리를 발견하면서 중증이 됐다. 그건 목소리의 신세계였다. 노래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도전에 이미 이선희의 최고음을 뛰어넘는 두 디바의 목소리는 정말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샤워실에서 ‘Vision of Love’나 ‘So Emotional’ 같은 노래들을 가성으로 훈련하기 시작했다. 오호라. 썩 근사했다(이게 바로 ‘샤워부스 싱어 신드롬’이라 불리는 중병이다). 대학교 시절 노래방들이 ‘녹음 서비스’라는 걸 제공하기 시작하자 나는 노래방으로 달려가 머라이어와 휘트니의 노래들을 작렬하는 팔세토로 불러댔다. 테이프를 받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녹음된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걸쭉한 목소리의 남자가 어거지로 짜내며 토해내는 귀곡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테이프를 망치로 부수고 영원히 노래방 디바쇼를 포기했느냐? 그럴 리가. 나의 18번은 여전히 머라이어의 ‘Vision of Love’다. 나는 이 멈출 수 없는 열정을 머라이어로부터 배웠다. 예전만큼 솟구치지 않는 목소리와 움직임 없는 퍼포먼스에도 굴하지 않고 영원한 디바로 살아가는 그녀의 고집 센 노익장 말이다. 동원 씨도 포기하지 마시라. 당신의 높낮이 없는 팔세토와 구린 영어발음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손짓이 나에게 주는 위안은 결코 멈추어져서는 안 된다.
p.s. 그의 노랫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으신 분들은 자막 버전으로 들어가 보시라. 2배의 위안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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