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내게 호의를 베푼 적 없는 세상은 나를 가엾이 여기사, 그래도 정붙이고 살 수 있도록 몇 가지의 미끼를 던져 주셨다. 그 중 한 가지가 나의 욕망의 파혈구이자 비벼 문질러도 굴하지 않는 불씨를 닮은 NBA의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단언컨대 이 팀을 사랑하기 전까지 내 삶에서 빼야 할 것은 권태와 굴레였고, 더해야 할 것은 열망과 애정이었다.

내 지순한 애정은 조던의 불스 다이너스티가 창대하게 빛을 내던 바로 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고공 초음속 비행을 하던 슈퍼소닉스나 오닐과 페니의 패기 넘치던 매직스, 닉스의 트윈 테러를 마다하고 텍사스의 이 작은 팀을 사랑한 이유는 제독 데이비드 로빈슨때문이다. 골밑을 든든히 받쳐주며 말년에 팀 던컨을 보좌한 제독은 서사적으로는 볼 때 신화에서의 아버지 자리를, 그가 맺은 종신계약은 비정한 비즈니스 정신을 초탈한 무사도와 맞닿아 있다. 그와 함께 이타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농구는, 지난 10년간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팀. ‘Quiet Dynasty’ 팀 스퍼스를 만들었다.

나에게 열정을 섭취하게 해준 제독과 달러스의 망아지들을 이끌었던 애이버리 존슨, 슈터(지금은 불스의 감독인) 비니 델 니그로, 닌자 션 엘리엇, 기린아 로드맨은 내 가슴속에서 만큼은 영원히 살아 숨 쉰다. 에바 롱고리아의 토니 파커, 유로스텝 마누 지노빌리, 브루스 ‘리’ 보웬과 나의 두 번째 캡틴 팀 던컨의 심포니는 내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박차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