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2권 107페이지를 본 이후로 맥주가 생각나는 밤이면 막 튀겨낸 바삭바삭한 굴튀김을 안주로 삼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게 되었다. 예전엔 굴의 그 미끄덩거리는 촉감과 비릿한 맛이 싫어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서른 고개를 넘어서면서 미끄덩거리는 촉감은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느낌으로, 비릿한 맛은 진한 바다 향으로 변하더니 어느새 난 굴을 좋아하게 되었다. 만약 아직도 굴의 무지막지한 영양가에도 불구하고 그와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이 굴튀김으로 접근해 보기를 권한다. 고소하고 바삭한 튀김옷이 당신과 굴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막 튀겨낸 뜨거운 굴튀김을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차가워서 더 맛있는 거품 가득한 맥주를 쫘악 들이키는 그 순간을 당신도 경험해 보기를. 단, 적어도 3인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자. 그냥 먹어도 고소한 굴이 고소한 튀김옷을 만났으니 욕심내서 먹었다가는 지나친 고소함에 쉬이 질려 버릴지도 모른다.

덤으로 강선옥님의 굴국 레시피를 추천한다. 요즘처럼 우윳빛으로 탱글탱글 살이 오른 굴철이면 어김없이 우리 집 아침국으로 자주 등장하는 굴국. 만들기도 간편하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보장한다. 게다가 굴국을 아침상에 올린 날이면 왠지 같이 사는 이에게 도리를 다 한 것 같은 뿌듯함마저 느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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