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 마끼아또 아니면 안 먹는 거 몰라?” “야,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야~” “야 똑바로 해 이것들아!” 골룸 분장을 하고서도 신상 명품 백을 자랑하고 후배가 커플링을 끼고 있으면 꼬투리를 잡아 화를 버럭 낸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군대에서는 더더욱 만나기 싫은 진상 선배가 떴다. KBS <개그 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방송 2주 만에 대박을 쳤다. 묘하게 건들거리는 말투와 히스테릭한 태도로 후배들(김경아, 정경미)을 쥐 잡듯 잡고 대선배 ‘강선생님’(강유미)에게는 간도 빼줄 듯 구는 안영미의 캐릭터는 단연 눈에 띈다.
“개그 뿐 아니라 연극을 하건 드라마를 찍건 어느 분장실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우리 같은 ‘선수’들만 아는 얘기일까 봐 걱정했는데 ‘맞아요. 저희 회사에 이런 상사 있어요’ ‘그런 선배 때문에 학교 다니기 싫어요’ 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공감 덕분에 크게 웃어주시는 것 같아요” 올해 6년차 개그우먼, 신인 시절에는 무조건 운동화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어야 했고 귀걸이나 목걸이, 파마와 염색도 눈치 보여 못했을 만큼 엄격한 규율 아래서 지냈지만 정작 지금 후배들에게는 ‘만만한’ 선배일 뿐이라는 안영미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한 번에 3,40분 이상 걸리는 골룸 분장 때문에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코너 녹화가 끝나자마자 바삐 뛰어다니는 안영미지만 사실 그가 요즘 웃기는 것은 분장 때문이 아니라 연기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에서 황현희의 놀림에 시크하고 도도하게 “기분 탓이겠죠”를 내뱉을 때나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우린 3년차 돼서야 겨우 콧물 그리기 시작했어 이것들아!”를 외칠 때 객석에서는 ‘큰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그 디테일한 연기의 기본기는 어릴 때부터 혼자 드라마를 보고 거울 보며 대사를 따라하다가 길러진 것이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쓰는 독특한 말투 역시 영화 <가면>에서 “이 오빠들 뭐야아?”라는 대사를 들려 준 여장 남자 캐릭터로부터 나왔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배운다’고 생각하면서 봐요. 그러면서 제가 연기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들었다. 지금 안영미의 연기를 만들어준, 그가 수없이 따라했던 드라마들.
MBC
1994년, 극본 이홍구 연출 정세호
“집에서 혼자 따라 하기만 한 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는 학교 가면 애들 앞에서 전날 본 드라마를 그대로 재연했어요. 납량특집이었던은 당시 최고 인기였는데 립스틱 짙게 바르고 심은하씨 낭랑한 목소리를 흉내 내서 ‘마리라고 해요’로 시작했다가 눈동자 초록색으로 바뀌는 척 하고 ‘으흐흐흐, 넌 날 갈갈이 찢어버렸지’ 같은 대사는 스스로 음성변조를 해서 연기했죠. 하하하하!”
KBS <전설의 고향>
1996년
“<전설의 고향>은 따라할 만한 온갖 것들이 다 있는 드라마였어요. 아낙네들이 시냇가에서 빨래하면서 ‘그 집 새색시 말이야…요즘 밤이슬을 밟고 다닌댜?’ ‘아구, 아구, 오네, 오네!’ ‘아유 요즘, 재미가 좋은가 봐?’처럼 수다 떠는 연기는 혼자 1인 몇 역씩 했고 귀신이 흐느끼는 연기, 사약 받는 연기 같은 건 특히 신나서 따라했어요. 사극 특유의 또박또박 씹어서 뱉는 것 같은 대사 톤이 좋았던 것 같아요. 뭣도 모르면서 물레방아 간에서 남녀가 뒹구르르 하는 신 나오면 혼자 옆으로 넘어가는 걸로 재연해보고. 하하하하!”
KBS <미우나 고우나>
2007년, 극본 김사경·최형자 연출 이덕건
“<사랑과 전쟁>처럼 주부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아침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미우나 고우나>에서는 나단풍(한지혜) 캐릭터를 특히 열심히 따라해 봤죠. ‘강백호씨! 왜 이래욧?’ ‘엄마, 여긴…무슨 일이, 세요?’ ‘아, 아…아무것도 아니에요!’처럼 약간 갸륵한 느낌으로, ‘연기’라는 게 드러나도록 연기하는 게 포인트에요. 예전에 <네 멋대로 해라>에서 배우들이 보여준 자연스런 연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그 뒤로는 나름대로 사실주의 연기를 하려고 하는데 워낙 이런 것만 따라하다 보니 오버 연기가 되고 있어요. 하하하하!”
“사실 저희끼리는 어떻게든 더 망가지고 싶거든요”
“요즘 운이 좋은 것 같아요. 관객들이 ‘안영미가 무슨 개그를 해도 웃을 거야’라는 준비가 되신 것 같아요.” 하지만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예상치 못하게 첫 주부터 대박이 나는 바람에 금세 식상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너무 불안하다는 안영미는 요즘 리허설이 있는 날이면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못 먹을 정도로 부담이 크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희가 망가지는 걸 보면 ‘개그우먼들이 먹고 살려고 별 걸 다 하는구나’ 하면서 불쌍히 여기시는데 안 그러셔도 돼요. 사실 저희끼리는 어떻게든 더 망가지고 싶어서 ‘이빨 좀 더 칠해봐’ ‘헐크 호간 같은 거 해봐’ 그러거든요. 하하하하!”라는 말도 털어놓는다.
마지막으로,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의 그의 말투를 따라 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입을 항상 좀 벌리고 있어야 돼요. 코맹맹이 소리를 내야하고, 발음도 정확하면 안 돼요. 슬쩍 흘리면서, 술 좀 얼큰하게 취해서 ‘아이 씨…뭐야아? 나아! 취한 사람 취급하지 마아…’처럼, 혀가 꼬였는데 본인은 멀쩡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제가 지금 교정을 하고 있는데 발음이 새는 게 여기선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똑바로 따라해 봐 이것들아~!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개그 뿐 아니라 연극을 하건 드라마를 찍건 어느 분장실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래도 우리 같은 ‘선수’들만 아는 얘기일까 봐 걱정했는데 ‘맞아요. 저희 회사에 이런 상사 있어요’ ‘그런 선배 때문에 학교 다니기 싫어요’ 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공감 덕분에 크게 웃어주시는 것 같아요” 올해 6년차 개그우먼, 신인 시절에는 무조건 운동화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어야 했고 귀걸이나 목걸이, 파마와 염색도 눈치 보여 못했을 만큼 엄격한 규율 아래서 지냈지만 정작 지금 후배들에게는 ‘만만한’ 선배일 뿐이라는 안영미가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한 번에 3,40분 이상 걸리는 골룸 분장 때문에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코너 녹화가 끝나자마자 바삐 뛰어다니는 안영미지만 사실 그가 요즘 웃기는 것은 분장 때문이 아니라 연기 때문이다. ‘소비자 고발’에서 황현희의 놀림에 시크하고 도도하게 “기분 탓이겠죠”를 내뱉을 때나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우린 3년차 돼서야 겨우 콧물 그리기 시작했어 이것들아!”를 외칠 때 객석에서는 ‘큰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그 디테일한 연기의 기본기는 어릴 때부터 혼자 드라마를 보고 거울 보며 대사를 따라하다가 길러진 것이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쓰는 독특한 말투 역시 영화 <가면>에서 “이 오빠들 뭐야아?”라는 대사를 들려 준 여장 남자 캐릭터로부터 나왔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배운다’고 생각하면서 봐요. 그러면서 제가 연기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들었다. 지금 안영미의 연기를 만들어준, 그가 수없이 따라했던 드라마들.
MBC
1994년, 극본 이홍구 연출 정세호
“집에서 혼자 따라 하기만 한 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는 학교 가면 애들 앞에서 전날 본 드라마를 그대로 재연했어요. 납량특집이었던
KBS <전설의 고향>
1996년
“<전설의 고향>은 따라할 만한 온갖 것들이 다 있는 드라마였어요. 아낙네들이 시냇가에서 빨래하면서 ‘그 집 새색시 말이야…요즘 밤이슬을 밟고 다닌댜?’ ‘아구, 아구, 오네, 오네!’ ‘아유 요즘, 재미가 좋은가 봐?’처럼 수다 떠는 연기는 혼자 1인 몇 역씩 했고 귀신이 흐느끼는 연기, 사약 받는 연기 같은 건 특히 신나서 따라했어요. 사극 특유의 또박또박 씹어서 뱉는 것 같은 대사 톤이 좋았던 것 같아요. 뭣도 모르면서 물레방아 간에서 남녀가 뒹구르르 하는 신 나오면 혼자 옆으로 넘어가는 걸로 재연해보고. 하하하하!”
KBS <미우나 고우나>
2007년, 극본 김사경·최형자 연출 이덕건
“<사랑과 전쟁>처럼 주부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아침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미우나 고우나>에서는 나단풍(한지혜) 캐릭터를 특히 열심히 따라해 봤죠. ‘강백호씨! 왜 이래욧?’ ‘엄마, 여긴…무슨 일이, 세요?’ ‘아, 아…아무것도 아니에요!’처럼 약간 갸륵한 느낌으로, ‘연기’라는 게 드러나도록 연기하는 게 포인트에요. 예전에 <네 멋대로 해라>에서 배우들이 보여준 자연스런 연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그 뒤로는 나름대로 사실주의 연기를 하려고 하는데 워낙 이런 것만 따라하다 보니 오버 연기가 되고 있어요. 하하하하!”
“사실 저희끼리는 어떻게든 더 망가지고 싶거든요”
“요즘 운이 좋은 것 같아요. 관객들이 ‘안영미가 무슨 개그를 해도 웃을 거야’라는 준비가 되신 것 같아요.” 하지만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예상치 못하게 첫 주부터 대박이 나는 바람에 금세 식상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너무 불안하다는 안영미는 요즘 리허설이 있는 날이면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못 먹을 정도로 부담이 크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희가 망가지는 걸 보면 ‘개그우먼들이 먹고 살려고 별 걸 다 하는구나’ 하면서 불쌍히 여기시는데 안 그러셔도 돼요. 사실 저희끼리는 어떻게든 더 망가지고 싶어서 ‘이빨 좀 더 칠해봐’ ‘헐크 호간 같은 거 해봐’ 그러거든요. 하하하하!”라는 말도 털어놓는다.
마지막으로,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의 그의 말투를 따라 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입을 항상 좀 벌리고 있어야 돼요. 코맹맹이 소리를 내야하고, 발음도 정확하면 안 돼요. 슬쩍 흘리면서, 술 좀 얼큰하게 취해서 ‘아이 씨…뭐야아? 나아! 취한 사람 취급하지 마아…’처럼, 혀가 꼬였는데 본인은 멀쩡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제가 지금 교정을 하고 있는데 발음이 새는 게 여기선 도움이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똑바로 따라해 봐 이것들아~!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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