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김경아는 ‘로맨스의 여왕’이다. 지난해에는 ‘너무 좋아’의 “아이 부끄러워! 아이 화끈거려! 아이 난 너무 좋아!”라는 앙칼진 애교로 <2008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나쁜 남자’에서 김기열과 이승윤 사이를 오가며 “뭐지? 이 3등신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쓸데없는 자신감은? 나에게 이렇게 막 대하는 남자, 처음이야!”라는 외침으로 연인 개그를 연달아 히트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 주는 개그 연기에 비해 무대 밖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참한 아가씨 같기만 한 김경아의 꿈은 원래 시트콤 작가였다. 방송극작과를 졸업했고 3년 동안 방송작가와 광고 일을 하며 지냈지만 꾸준히 시트콤 습작을 하다 보니 작가와 연기자 사이에서 고민하게 됐고, 마침내 스물다섯 막바지에 다른 일들을 모두 접고 본 개그맨 공채 시험에 곧바로 합격했다. 김경아는 “운은 좋았지만 기초가 없으니까 바닥이 바로 드러나서 3년 동안 주인공 친구만 전문으로 연기했다”고 회상하지만 ‘너무 좋아’가 히트한 덕분에 군부대 공연을 갔을 때는 “이 무대에서만큼은 이효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인기도 누렸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생에 주인공이 있다면 내 역할은 주인공 친구”라고 생각했다던 그는 “요즘에는 KBS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구혜선)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잠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콘> 버전 ‘꽃보다 남자’가 다시 등장한다면 여주인공으로 딱일 것 같은 김경아로부터 여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드라마에 대해 들어 보았다.
KBS <느낌>
1994, 극본 김영찬ㆍ오수연, 연출 윤석호
“<느낌>이 방영될 때 저는 중학생이었어요. 다정한 첫째 오빠 손지창 씨,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배려심 있는 둘째 오빠 김민종 씨, 발랄한 막내 오빠 이정재 씨가 프랑스에서 건너온 우희진 씨를 다 같이 좋아하는 내용이었는데 어찌나 질투가 나던지! ‘니가 뭔데 그 많은 남자의 사랑을 받아?’하면서 친구들이랑 KBS에 항의 편지 쓰고 그랬다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감히 주인공은 꿈도 못 꾸고, 김민종 씨를 좋아하던 이지은 씨 역할로 나를 집어넣어 상상해보는 편이었어요. 만약 <개콘> 멤버들과 <느낌>을 찍는다면 송병철 같은 꽃미남, 박휘순 선배 같은 자상한 남자 하나, 무뚝뚝하면서도 은근히 다정한 황현희 선배 정도가 어떨까요? (웃음)”
MBC <연인들>
2001, 극본 김성덕, 연출 송창의
“예전에 시트콤 습작을 하면서 제 캐릭터로 만들었던 게, 밖에서는 참하고 예쁘지만 집에 오면 추리닝만 입고 뒹구는 아가씨였어요. 그런데 <연인들>에서 정혜영 씨를 보고 ‘내 캐릭터가 벌써 나왔구나!’하면서 아쉬워했죠. 사실 집에서 하트무늬 원피스 잠옷 입는 여자는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정혜영 씨가 입었던 초록색 추리닝이 참 현실적이고 귀여워 보였는데, 예전에 동기들과 여행을 갈 때 집에서 편하게 입는 몸빼 바지를 잠옷으로 가져간 적이 있어요. 저는 귀엽게 봐 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남자 동기들이, 제가 웃기려고 그 옷을 가져온 줄 알고 ‘그거 개그냐?’라고 구박하더라구요. (웃음)”
MBC <거침없이 하이킥>
2006, 극본 송재정, 연출 김병욱
“김병욱 감독님 시트콤은 전부 좋아해요. SBS <똑바로 살아라>에서 착한 얼굴로 동생 등 쳐 먹던 민정(서민정)이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어리버리했던 서선생(서민정) 캐릭터가 저랑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거침없이 하이킥>은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재방송까지 다섯 번씩은 본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지만 시트콤 작가 지망생 입장에서 봐도 정말 그 캐릭터들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살려 내는 능력이 대단해 보였어요. 그러니까 만약 김병욱 감독님이 작품에 출연시켜 주신다면 노 개런티, 아니 제 돈을 내고서라도 하고 싶어요. 운전도 메이크업도 다 제가 하고, 회당 한 5만 원 정도까지는 낼 수 있는데!”
“독한 멘트를 내뱉는 유치원 선생님 어때요!”
올해 드라마나 시트콤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는 김경아,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는 “조신한 말투로 ‘너희들, 도끼로 정수리를 찍어버릴 거야. 그럼 피가 뚝뚝 떨어지겠지? 어떻게? 뚝-뚝. 참 잘했어요~’ 같은 독한 멘트를 내뱉는 유치원 선생님”이라며 깜찍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요즘 김경아는 안영미, 정경미와 함께 할 새 코너 준비에 조금 더 바빠졌다. 이번에는 연인 개그가 아니라 개그맨들의 무대 뒷모습, 대기실 풍경을 보여주는 리얼 개그라고 하니 조만간 <개콘>의 새로운 대박 코너가 기대된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하지만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 주는 개그 연기에 비해 무대 밖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참한 아가씨 같기만 한 김경아의 꿈은 원래 시트콤 작가였다. 방송극작과를 졸업했고 3년 동안 방송작가와 광고 일을 하며 지냈지만 꾸준히 시트콤 습작을 하다 보니 작가와 연기자 사이에서 고민하게 됐고, 마침내 스물다섯 막바지에 다른 일들을 모두 접고 본 개그맨 공채 시험에 곧바로 합격했다. 김경아는 “운은 좋았지만 기초가 없으니까 바닥이 바로 드러나서 3년 동안 주인공 친구만 전문으로 연기했다”고 회상하지만 ‘너무 좋아’가 히트한 덕분에 군부대 공연을 갔을 때는 “이 무대에서만큼은 이효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인기도 누렸다. 그래서 오랫동안 “인생에 주인공이 있다면 내 역할은 주인공 친구”라고 생각했다던 그는 “요즘에는 KBS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구혜선)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잠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콘> 버전 ‘꽃보다 남자’가 다시 등장한다면 여주인공으로 딱일 것 같은 김경아로부터 여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드라마에 대해 들어 보았다.
KBS <느낌>
1994, 극본 김영찬ㆍ오수연, 연출 윤석호
“<느낌>이 방영될 때 저는 중학생이었어요. 다정한 첫째 오빠 손지창 씨,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배려심 있는 둘째 오빠 김민종 씨, 발랄한 막내 오빠 이정재 씨가 프랑스에서 건너온 우희진 씨를 다 같이 좋아하는 내용이었는데 어찌나 질투가 나던지! ‘니가 뭔데 그 많은 남자의 사랑을 받아?’하면서 친구들이랑 KBS에 항의 편지 쓰고 그랬다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에도 감히 주인공은 꿈도 못 꾸고, 김민종 씨를 좋아하던 이지은 씨 역할로 나를 집어넣어 상상해보는 편이었어요. 만약 <개콘> 멤버들과 <느낌>을 찍는다면 송병철 같은 꽃미남, 박휘순 선배 같은 자상한 남자 하나, 무뚝뚝하면서도 은근히 다정한 황현희 선배 정도가 어떨까요? (웃음)”
MBC <연인들>
2001, 극본 김성덕, 연출 송창의
“예전에 시트콤 습작을 하면서 제 캐릭터로 만들었던 게, 밖에서는 참하고 예쁘지만 집에 오면 추리닝만 입고 뒹구는 아가씨였어요. 그런데 <연인들>에서 정혜영 씨를 보고 ‘내 캐릭터가 벌써 나왔구나!’하면서 아쉬워했죠. 사실 집에서 하트무늬 원피스 잠옷 입는 여자는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정혜영 씨가 입었던 초록색 추리닝이 참 현실적이고 귀여워 보였는데, 예전에 동기들과 여행을 갈 때 집에서 편하게 입는 몸빼 바지를 잠옷으로 가져간 적이 있어요. 저는 귀엽게 봐 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남자 동기들이, 제가 웃기려고 그 옷을 가져온 줄 알고 ‘그거 개그냐?’라고 구박하더라구요. (웃음)”
MBC <거침없이 하이킥>
2006, 극본 송재정, 연출 김병욱
“김병욱 감독님 시트콤은 전부 좋아해요. SBS <똑바로 살아라>에서 착한 얼굴로 동생 등 쳐 먹던 민정(서민정)이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어리버리했던 서선생(서민정) 캐릭터가 저랑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거침없이 하이킥>은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재방송까지 다섯 번씩은 본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도 배울 점이 많았지만 시트콤 작가 지망생 입장에서 봐도 정말 그 캐릭터들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살려 내는 능력이 대단해 보였어요. 그러니까 만약 김병욱 감독님이 작품에 출연시켜 주신다면 노 개런티, 아니 제 돈을 내고서라도 하고 싶어요. 운전도 메이크업도 다 제가 하고, 회당 한 5만 원 정도까지는 낼 수 있는데!”
“독한 멘트를 내뱉는 유치원 선생님 어때요!”
올해 드라마나 시트콤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꼭 출연하고 싶다는 김경아,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는 “조신한 말투로 ‘너희들, 도끼로 정수리를 찍어버릴 거야. 그럼 피가 뚝뚝 떨어지겠지? 어떻게? 뚝-뚝. 참 잘했어요~’ 같은 독한 멘트를 내뱉는 유치원 선생님”이라며 깜찍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요즘 김경아는 안영미, 정경미와 함께 할 새 코너 준비에 조금 더 바빠졌다. 이번에는 연인 개그가 아니라 개그맨들의 무대 뒷모습, 대기실 풍경을 보여주는 리얼 개그라고 하니 조만간 <개콘>의 새로운 대박 코너가 기대된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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