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김태희는 잡지 속의 장윤주를 보며 부럽다고 했다. 김태희가 보는 잡지 속의 모델. 그건 보통 사람들은 모르지만, 김태희는 알고 있는 어떤 세계의 상징이었다. ‘쿨’이나 ‘시크’같은 단어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같은 인종인지조차 의심스러운 비율을 가진 몸매의 모델들이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은 사진들로 가득 채워지는 잡지가 보여주는 어떤 세계. 이미 그 때 ‘미친 몸매’라며 인터넷 이곳 저곳에 사진이 퍼지던 장윤주는 그 세계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요정이었다. 그리고 2년 뒤, 이 요정은 패션지의 세계에서 걸어 나와 TV에서 살아 움직인다. 장윤주는 단독으로 CF에 출연하고, M.net 이나 <장윤주의 29>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연기 활동이나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 출연 없이, 장윤주는 모델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스타가 됐다. 얼마 전 MBC <놀러와>에서 장윤주를 비롯한 모델들과 영화 <앤티크>의 모델 출신 배우들을 초대해 ‘패셔니스타’ 특집을 한 것은 이 몇년 동안 패션잡지 속의 모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깝게 다가왔는지 보여줬다. 김태희가 부러워하던 그들이, 이젠 일반인들도 왜 부러운지 알게 된 존재가 된 것이다.
비현실에 살던 스물아홉, 현실의 목소리를 내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 장윤주를 부러워한다면, 그건 장윤주의 우월한 몸을 갖고 싶다는 욕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20대 여성이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는 건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성들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산다는 의미다. 이 20대 모델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를 만나는 것이 일상이고, 그만큼 수많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세계 진출을 노릴 수도, 클럽과 파티로 인생을 보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경력을 발판삼아 셀러브리티의 삶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다른 여성들이 자신의 미니홈피를 꾸미는 사진으로 쓸 법한 화보들을 직접 찍는 모델의 인생은 그런 기회와 선택의 연속이다.
장윤주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은 20대 내내 그런 생활을 한 모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다. 모델 활동을 했기 때문에 정재형과 정재일 같은 뮤지션과 친분을 쌓아 그들이 편곡에 참여할 수 있었고, 모델 일을 하기 위해서라도 언제나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7년 동안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앨범 전곡을 작곡하고, 프로듀싱할 수 있었다. 만약 장윤주가 모델이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인기가 필요한 신인 여가수였다면 이 무자극의 어쿠스틱 사운드로 채워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덤덤할 정도로 나직하게 깔리는 장윤주의 목소리는 어느 한 부분의 멜로디로 사람들을 손짓하는 대신 앨범의 일관된 정서를 전달한다. ‘옥탑방’이라는 노래 제목 그대로, 햇살 잘 드는 휴일 낮에 작은 옥탑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들어야 할 것 같은 음악. 그건 화려한 런웨이의 BGM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무대와 무대 사이에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20대의 인생을 담기에는 어울린다.
‘미친 몸매’는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녀는 이제 시작이다
모두가 장윤주의 몸매에, ‘패셔니스타’라는 위치에 집중하고 있을 때, 장윤주는 그런 모델의 인생을 직접 사는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갔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장윤주의 얼굴을 보여주는의 재킷처럼, 장윤주의 음악은 남들을 위해 단장하지 않은 장윤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장윤주가 무자극의 사운드로 꾸며진 꽤 들을만한 앨범을 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자의식’을 가진 뮤지션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그건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의 내면이 대중에게 온전히 공개될 기회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윤주는 여전히, 그리고 더욱 부럽다. 그가 가수 데뷔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모델’ 장윤주의 매력이 드러나는 음악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윤주는 모델이 아닌 모델의 인생을 사는 스물아홉 살 여성인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다. 런웨이 무대에 깔리는 화려한 일렉트로니카 대신 옥탑방에서 듣는 포크 음악을 부르는 모델.을 듣는다면, 사람들은 이제 장윤주의 몸매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에도 신경 쓰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건 이른바 ‘적령기’를 지난 모델의 딜레마에 대한 장윤주의 대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델의 ‘미친 몸매’는 언젠가는 사라진다. 하지만 그 모델의 진심을 담은 음악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사진제공 에스팀/M.net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비현실에 살던 스물아홉, 현실의 목소리를 내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 장윤주를 부러워한다면, 그건 장윤주의 우월한 몸을 갖고 싶다는 욕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20대 여성이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는 건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성들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산다는 의미다. 이 20대 모델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를 만나는 것이 일상이고, 그만큼 수많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세계 진출을 노릴 수도, 클럽과 파티로 인생을 보낼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경력을 발판삼아 셀러브리티의 삶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다른 여성들이 자신의 미니홈피를 꾸미는 사진으로 쓸 법한 화보들을 직접 찍는 모델의 인생은 그런 기회와 선택의 연속이다.
장윤주의 첫 번째 솔로 앨범
‘미친 몸매’는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녀는 이제 시작이다
모두가 장윤주의 몸매에, ‘패셔니스타’라는 위치에 집중하고 있을 때, 장윤주는 그런 모델의 인생을 직접 사는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갔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장윤주의 얼굴을 보여주는
그래서 장윤주는 여전히, 그리고 더욱 부럽다. 그가 가수 데뷔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모델’ 장윤주의 매력이 드러나는 음악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윤주는 모델이 아닌 모델의 인생을 사는 스물아홉 살 여성인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선택했다. 런웨이 무대에 깔리는 화려한 일렉트로니카 대신 옥탑방에서 듣는 포크 음악을 부르는 모델.
사진제공 에스팀/M.net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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