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차율무(능양군)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서 차율무(능양군)를 연기한 배우 강태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강태오의 재발견이다. 배우 강태오가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드라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OCN ‘그남자 오수’, MBC ‘당신은 너무 합니다’ 등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바르고 반듯한 이미지를 깨고 섹시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조선로코-녹두전’은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녹두(장동윤 분)와 기생이 되기 싫은 동주(김소현 분)의 유쾌한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 강태오는 동주만을 바라보는 사랑꾼에서 능양군(훗날 인조)으로 흑화되는 차율무를 연기했다. 강태오는 차율무의 두 얼굴을 소름 끼치게 그러내 ‘욕망 빌런’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강태오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10. 6개월 넘게 함께했던 드라마가 끝이 났다. 기분이 어떤가?
강태오 : 여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을 함께 했다. 촬영한 6개월이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 배우들부터 촬영팀까지 모두 고생했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언제 또 이런 팀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종방연 때 모두 같이 마지막 회를 봤는데 진짜 끝이라는 게 느껴졌다. 후련하기보다는 아쉽고 서운하다. 율무와 작별 인사를 하면서 아쉬웠다.

10. 율무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이라는 게 가장 큰 반전이었다. 다른 배우들은 율무의 비밀을 모르다가 중간에 알았다고 하는데, 본인은 미리 알고 있었나?
강태오 : 나는 알고 있었다. 감독님과 따로 대본 리딩을 하면서 알게 됐다. 배우들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몰랐다고 하더라. 나만 알고 있었다. 다른 배우들이 율무가 능양군이라는 걸 알고 다들 깜짝 놀랐다.

10.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율무에게 받은 첫인상은 어땠나?
강태오 : 이름이 차율무다. 인물의 이름이 캐릭터의 간판이라 고 생각한다. 그래서 율무라는 이름만 봤을 땐 건강하고 부드러우면서 온기를 지닌 사람이라 생각했다. 다정다감하고 동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추운 겨울의 핫팩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훗날의 인조라는 걸 보고 핫팩이 찢어지고 그 안에서 검은 철가루가 튀는 느낌이었다. (웃음)

사진=KBS2 ‘조선로코-녹두전’ 방송화면
사진=KBS2 ‘조선로코-녹두전’ 방송화면
10. 율무의 정체가 밝혀지고 드라마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1막과 2막으로 나뉠 정도로 로맨스 코미디에서 액션 드라마로 장르가 달라졌는데, 그 중심에서 연기를 참 잘했다는 평가가 많다.
강태오 : 대본을 보면서 율무를 정말 하고 싶었다. 이 역할을 꼭 하고 싶다,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사실 대본으로 읽어도 율무가 매력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해도 충분히 잘했다는 말을 들었을 거다. 내가 연기를 잘했다기보다는 캐릭터의 힘이다.

10. 변주가 많은 인물이었지만, 욕심 낼 만큼 크게 느껴졌던 율무의 매력은 무엇인가?
강태오 : 다채로운 모습이 많았다. 부드러운 면도 있으면서 코믹한 모습도 있었다. 그저 그런 따뜻한 남자가 아니라 허당 같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이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사실 대본에는 율무가 조금 더 딱딱하고 말투도 차갑다. 내가 캐릭터를 재밌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물에 된장을 풀 듯 율무도 인간미(美) 넘치게 만들어봤다. 너무 차갑기만 하면 단순하지 않나. (웃음)

10.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부터 율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정다감 율무에서 흑화한 능양군이 됐다. 한 인물이지만 두 개의 성격을 지닌 캐릭터라 중심을 잡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강태오 : 인물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기선 이렇게 하고 저기선 저렇게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계산하거나 계획하진 않았다. 율무의 과거, 동주와의 이야기, 갈등이 맺어지는 전개 자체에 몰입했다. 억지스럽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한 인물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잘 풀어보는 데 집중했다.

10. 능양군으로 밝혀진 율무의 썩소는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와 견주어도 될 만큼 섹시했다는 평이 많았다. 반응들을 예상하고 준비한 콘셉트였나?
강태오 : 그건 너무 과찬이다. (웃음) 율무의 시그니처 표정으로 민 것 중 하나가 썩소였다. 능양군 자체가 계산적이고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어떤 부분으로 변화를 줄까 하다가 율무가 표정이 많지 않고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걸 떠올렸다. 표정이 없고 단정한 율무의 느낌에서 차가운 포인트를 두고 싶어 건방지다고 해야 하나, 그런 썩소를 만들어봤다. 노린 미소는 아니다. 썩소를 지으면서 율무가 욕을 엄청 듣겠다는 걸 예상했다. 반응이 걱정되면서도 기대가 됐다.

강태오는 “배우들과 마음이 잘 맞았다. 한강에서 치킨도 먹고 잘 놀러다녔다”고 말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강태오는 “배우들과 마음이 잘 맞았다. 한강에서 치킨도 먹고 잘 놀러다녔다”고 말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율무와 녹두의 남남(男男) 키스가 화제가 됐다.
강태오 : 드라마 안에서 유일한 키스다. 최선을 다했다. (웃음) 촬영할 때도 (장)동윤 형이랑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잘 마쳤다. 형이 “각도를 이렇게 하자” “손을 떨면 재밌을 것 같아”라며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나는 좋았다. 만족스럽다.

10. 율무처럼 실제 성격도 자상한가?
강태오 : 정체가 밝혀지기 전 율무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모습도 있다. 나도 율무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헌신적이고 온 마음 다해 사랑한다. 다른 점은 율무처럼 느끼하지 않다. (웃음) 내가 율무를 보니까 참 느끼한 친구더라. 대사도 “어여쁘구나” “녹기 전에 먹어보아라” 이렇게 하는데, 이런 느끼한 대사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10. ‘조선로코-녹두전’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율무는 웹툰 ‘녹두전’에 등장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라 기대도 됐을 것 같고 걱정도 됐을 것 같다.
강태오 : 웹툰을 읽었는데 율무가 끝까지 안 나오더라. 원작에 없는 역할이기 때문에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로는 편했다. 원작 팬이 있어서 기대가 높을 텐데 그 기대에 부응하려면 부담감을 느꼈을 거다. 율무는 없던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였다. 저만의 상상력과 작가님의 대본을 바탕으로 창조되는 인물이니까. 그게 너무 재밌었다. 유일한 걱정은 원작 캐릭터들과 케미가 잘 살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10. 율무에 대한 김동휘 감독과 임예진, 백소연 작가의 애정이 대단했다.
강태오 : 애정을 ‘펑펑’ 쏟으신 것 같다. (웃음) 동주와 녹두뿐만 아니라 율무도 사랑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책임감이 강했다. 율무가 비록 악당이지만 매력이 넘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한다.

10. 처음에 연구하고 의도한 대로 율무를 잘 구현한 것 같나.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장면을 꼽자면?
강태오 : 아쉬웠던 점이 더 많다.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건 녹두한테 맞는 장면. TV로 보는데 정말 잘 맞았다는 말이 나왔다. 통쾌하게 잘 맞아서 ‘잘 맞았다 율무야’하고 스스로 칭찬해줬다. 14회에서 율무가 용상을 쓸면서 야심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는데, 용상을 쓸어내리는 게 애드리브였다. 그 장면도 명장면으로 많이 언급해주시더라. 연못에 빠지는 것도 대본에 없었는데 현장에서 만든 장면이다. 물에 빠진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했던 부분이다. 연못물이 검은색이었는데 거짓말 안하고 율무차 맛이 났다. (웃음)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에서 차율무 역으로 열연한 강태오. 그는 “극중 동주가 너무 철벽을 쳐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짝사랑 연기를 많이 해 감각이 무뎌져 괜찮았다”고 밝혔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에서 차율무 역으로 열연한 강태오. 그는 “극중 동주가 너무 철벽을 쳐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짝사랑 연기를 많이 해 감각이 무뎌져 괜찮았다”고 밝혔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조선로코-녹두전’으로 강태오라는 이름 석자를 완전히 각인시켰다. 주 시청자가 10대와 20대라 높아진 인기가 눈에 보였을 것 같은데.
강태오 : 전에 비해서 내 클립 영상 조회수와 댓글 개수가 늘어났다. 특히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이 늘었다. (웃음) 댓글을 보면서 율무를 많이 사랑해주신다는 걸 느꼈다. 그런 반응을 보며 힘을 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촬영을 끝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준 힘의 원천이었다.

10. 이번 작품과 캐릭터로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이 많다. ‘조선로코-녹두전’을 통해 전과 다른 매력을 보였기 때문에 새로운 출발점이 됐을 것 같다.
강태오 : 인생작, 인생캐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연기자의 입장에선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인생작이고 인생 캐릭터다. 인생작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기가 확 올라간 게 인생작일 수도 있고, 연기가 빛을 봤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나는 모든 작품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조선로코-녹두전’ 율무가 나의 인생 캐릭터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인생 캐릭터는 시청자들이 만들어주시는 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출발점, 또 다른 연기를 위한 시발점이 됐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10. 마지막 회에서 동주의 마음을 원했던 율무는 녹두와 도망친 동주를 쫓아가지 않고 놓아준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강태오 : 율무는 동주를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한다. 집착하고 감금하는데, 아마 율무는 그때부터 자신이 녹두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다. 그래서 더 강하게 행동했다. 율무는 동주가 불을 켜놓고 잠든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동주 방의 촛불을 끄는데, 그 장면이 (율무의 패배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불이 켜진 그 방을 보고 율무는 많은 생각을 했을 거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슬프지도 아련하지도 않게 두 사람을 쿨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다.

10. ‘조선로코-녹두전’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강태오 : 새로움을 안겨준 작품. 내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색의 캐릭터였고, 길게 촬영한 첫 사극이다.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신선함도 봤고 가능성도 봤다. 대중들 역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셨기 때문에 강태오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0. 고생한 자신에게 한 마디 하자면?
강태오 : 태오야. ‘조선로코-녹두전’을 한다고 했을 때 기대도 많았지만 많이 무서웠지? 작품이 잘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피드백도 걱정됐을 거야. 겁쟁이인 네가 이전 작품들도 또 이번 작품도 탈 없이 마무리해줘서 고마워. 항상 너에게 고마워. 하지만 고생만큼 보상도 오기 때문에 미안하지는 않아. 너의 고생은 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사랑을 받는 것으로 보상 받는다고 생각해. 정말 고생 많았다. 앞으로 80년만 더 고생하자. (웃음)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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