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에릭남이 오늘(14일) 첫 번째 영어 음반 ‘비포 위 비긴(Before We Begin)’을 발표한다. / 제공=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가수 에릭남이 오늘(14일) 첫 번째 영어 음반 ‘비포 위 비긴(Before We Begin)’을 발표한다. / 제공=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가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이루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하나는 연예인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전 세계에서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죠. 그래서 이번 영어 음반은 예전부터 꿈꿔온, 저에게는 도전 같은 프로젝트입니다.”

가수 에릭남이 오늘(14일) 오후 첫 번째 영어 음반 ‘비포 위 비긴(Before We Begin)’의 발매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신사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에릭남은 새로운 도전을 공개할 생각에 들뜬 모습이었다.

‘Before We Begin’은 모든 곡을 영문으로 채운 음반이다. 타이틀곡 ‘콩그레츄레이션스(Congratulations)’를 비롯해 ‘러브 다이 영(Love Die Young)’ ‘컴 스루(Come Through)’ ‘유어 섹시 아임 섹시(You’re Sexy I’m Sexy)’ ‘하우 엠 아이 두잉(How’m I Doing)’ ‘원더(Wonder)’ ‘노 셰임(No Shame)’ ‘런어웨이(Runaway)’ 등 8곡을 담았다. 에릭남은 모든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자신의 음악 색깔을 드러냈다.

“음반의 제목을 ‘우리가 시작하기 전’으로 지은 건 미국 진출이라는 거대한 시작보다는 시동을 거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예요. 다양한 노래로 가득 채운 음반입니다. 신경도 많이 썼고, 오랜 시간 준비했어요.”

이번 음반은 2년 전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해외 투어 콘서트를 돌면서도 틈틈이 작업을 하며 꼼꼼하게 완성했다고 했다. 다양한 색채로 그린 사랑의 순간들을 표현하며 에릭남의 한층 성장한 모습을 녹였다.

에릭남은 “영어로 된 음반을 내는 건 오랜 꿈이자 도전”이라며 “지금 해외에서 K팝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돌 그룹 외에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나 힙합 가수들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미국 생활이 익숙하다는 것과 영어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자신만의 강점으로 꼽았다.

가수 에릭남. / 제공=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가수 에릭남. / 제공=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에릭남은 그동안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듀오 루트(Loote), 알앤비(R&B) 뮤지션 갈란트(Gallant), 팀발랜드(Timbaland), 라우브(Lauv) 등과 협업한 곡을 발표하며 해외 음악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 음반으로 미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번 음반에는 해외 아티스트의 참여도 돋보인다. ‘Congratulations’에는 R&B 싱어송라이터 마크 이 배시(Marc E. Bassy)가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Runaway’에는 스티브 제임스(Steve James)가 힘을 보탰다. Marc E. Bassy는 해외의 실력파 가수들과 음악 작업을 하며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Steve James는 에릭남의 유럽 투어 오프닝 아티스트로 등장하며 호응을 얻었다.

사실 에릭남에게 영어로 음악을 만드는 일은 새로운 작업이 아니다. 그는 데뷔 때부터 곡을 만들 때 영어로 완성한 다음 한국어로 바꾸는 방식으로 해왔다. 나고 자라면서 사용한 영어가 더 익숙하고 편해서다.

“영어로 쓴 노래를 한국어로 바꾸는 게 항상 어려웠어요. 이 감정을 한국어로 살릴 수 있을까, 가끔은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내용이 바뀌기도 해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발표한 ‘미스 유(Miss You)’는 애절한 사랑 노래지만, 영어 버전은 ‘아이 돈트 미스유(I don’t Miss You)’였어요. 원래 영어로 노래를 쓰니까, 이번 음반 작업도 크게 어려움은 없었죠. 좋은 노래를 만든다는 게 어려웠지 다른 건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어로 노래를 부르면서 홀가분했다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에릭남은 “한국에서는 발음 지적을 많이 받고, 늘 그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녹음을 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없어서 좋았다. 목표는 오로지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처음 곡을 만들었을 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살려 음반을 차근차근 완성했고, 2013년 데뷔한 지 약 6년 만에 꿈을 이뤘다.

국내 활동이 뜸해진 이유를 묻자 “지난해부터 예능프로그램에 많이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에릭남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방송인, 혹은 호텔 검색엔진 광고를 통해 ‘호텔 오빠’라고 불리기도 했다. 음악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가수 에릭남의 노래를 듣고 좋아할까?’ 고민했다. 방송보다 공연 중심으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새 음반을 통해서도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미국에서 언론 인터뷰와 라디오 등을 통해 새 음반 관련 홍보 일정을 마치고 왔다.

에릭남은 지난해 북미 15개 도시 투어를 시작으로 지난 3월 호주와 6월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영국 등을 돌며 유럽 10개국 투어를 마치면서 해외 활동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가수 에릭남. / 제공=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가수 에릭남. / 제공=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음악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는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는 현지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좋은 음악이라면 언어의 벽도 허물죠. 이제서야 동양인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내려다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벽을 무너뜨리고 새 역사를 만들고 있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몫이 큰 것 같고요. 덕분에 저에게도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앞으로가 기대돼요.”

자신만의 미국 음악시장 공략의 무기는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미국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다양한 K팝 가수들이 출연했는데, 제작진이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를 하니까 진지하게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무대와 방송에서 잘 소통할 수 있는 게 나만의 큰 무기”라고 했다.

“이번 음반은 저를 솔직하게 보여줬어요. 데뷔 초, 맞는 옷을 입지 못해 어렵고 힘든 상황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만의 색깔을 만들고 자신 있는 음악으로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씩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색깔을 드러냈고, 이번에는 온전히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했어요.(웃음)”

에릭남은 현재를 음악 인생의 ‘전환점’으로 봤다. 방송 활동 대신 공연을 택하면서 최근 “은퇴했어요?”라는 질문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이게 맞나?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라는 고민도 생긴다. 그 감정까지도 노래로 표현했다”면서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서 열정과 용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새 음반을 발표하고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동남아, 미국, 남미, 유럽 등을 돌며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대중들에게 ‘멋진 가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저만의 색깔로 인정받으면 좋겠어요. 공연이 기대되고, 노래가 나오면 들어보고 싶은 가수가 목표죠. 음악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 등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겁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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