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개봉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배우 권상우의 대표작이다. 당시 그는 ‘몸짱’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탄탄한 몸매와 발군의 액션 연기를 자랑했다. 영화 ‘탐정’ 시리즈, ‘두번할까요’, 드라마 ‘추리의 여왕’ 시리즈 등 최근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그가 오랜만에 ‘신의 한 수: 귀수편’(신의 한 수2)으로 정통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는 356만 명을 동원한 영화 ‘신의 한 수’의 15년 전 이야기를 다루는 스핀오프작으로, 성적 유린을 당한 누나의 복수를 위해 귀수가 내기바둑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운동은 늘 해오던 것이지만 식단 조절까지 한 건 처음이라는 권상우. 액션에 대한 열정은 15년 전보다도 더 뜨겁다.
10. 지난해 9월 촬영을 시작해 올해 초 촬영을 마쳤다.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작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권상우: 작년에 참여한 프로젝트들 중 가장 기대하고 노력하고 고생했던 작품이 나와 감회가 새롭다. 관객들이 캐릭터 모두를 기억할 수 있는 영화 같다. 1편도 봤지만 영화를 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귀수 편은 1편과 결이 다른 이야기다. 1편을 좋아했던 분들에게도 기분 좋게 예측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선사할 것이다.
10. 귀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권상우: 배우는 대사와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대사가 적다는 건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주변 캐릭터들이 세기 때문에 귀수가 평이해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다. 절제돼 있는 귀수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10. 센 캐릭터들 속에서도 귀수의 기세가 밀리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연기할 때 신경 썼던 점이 있다면?
권상우: 누나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 그 하나만 생각하니 연기가 나왔다. 복수의 상대인 황 사범과 대국하는 장면은 내겐 액션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의 적정선을 조절하는 데 신경 썼다.
10. 실제로는 바둑을 잘 두나?
권상우: 우리 영화의 장점은 바둑을 몰라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웃음) 현장에서 바둑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프로기사들, 배우들과 재밌게 뒀다. 악수를 둬도 전세가 역전될 수 있고 한 수로 인해 모든 게 바뀌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바둑이 흥미롭다. 바로 앞의 한 수가 아니라 대여섯 수 앞을 봐야하는 게 바둑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관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둑판 속에 인생이 담겨있다.
10. 귀수가 버려진 산사 안에서 거꾸로 매달려 바둑을 두는 장면이 있다. 상체를 노출한 모습이 비현실적이어서 마치 CG(컴퓨터 그래픽) 같다.
권상우: 그 장면은 와이어 없이 촬영했다. CG도 넣지 않았다. 그걸 무조건 해내야 귀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렬한 장면이다.
10. 오랜만의 액션영화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으니 액션 준비가 힘들진 않았을 것 같다.
권상우: 힘들기보다 즐거웠다. 현장에서 액션 연기를 하면 내가 살아있다,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 든다. 쓸모없는 땀이 아니라 노력의 땀이다.
10. 액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나?
권상우: 있었다. 젊은 친구들은 영화로는 나를 ‘탐정’ 시리즈의 정대만으로 기억해준다. 이전부터 나를 알았던 분들은 ‘말죽거리 잔혹사’로 많이 기억해주신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론 스트레스기도 하다. 너무 예전 영화를 말씀해주시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로 내가 아직도 액션을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 영화에서 긴 액션 시퀀스를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골목길에서 부산잡초(허성태 분)의 부하(홍기준 분)와 싸우는 장면, 그들 무리와 다시 싸우게 되는 게 두 번째인 화장실 액션신, 마지막이 외톨이(우도환 분)와의 주물공장 액션신이다. 가장 좋았던 장면을 꼽는다면?
권상우: 다 의미가 있는 장면이다. 골목길 액션은 귀수가 바둑을 두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액션 합을 맞춘 배우 홍기준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연습으로 보완해냈다. 액션이라는 게 정해진 동작만 외우면 잘 촬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다 보면 실제로 터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준이 나한테 많이 맞았을 거다. 나도 맞기도 했고. 실제 터치되는 소리가 영화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더 리얼하게 나올 수 있었다. 화장실 액션신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멋진 장면이다.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외톨이와 상대하는 주물공장 액션신은 연민의 감정이 표현돼 슬픈 장면이기도 하다.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세 가지 액션신이 좋았다.
10. 똥선생 역의 김희원, 부산잡초 역의 허성태, 귀수의 스승 허일도 역의 김성균, 장성무당 역의 원현준 등 매력적인 신스틸러들이 등장한다. 연기 호흡은 어땠나?
권상우: 희원 선배와는 가장 많은 신을 찍었다. 여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조력자 역을 뻔하지 않게 하기 위해 고민하셨다. 형이 보기와는 달리 평소에는 예민하기도 한데 음식을 좀 가려먹는 게 귀엽다.(웃음) 성태는 카메라가 돌아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연기를 맛깔나게 할 줄 안다. 센 이미지이지만 앵글 밖에서는 쑥스러움이 많다는 반전 매력을 갖고 있다. 성균은 어린 귀수 역의 아역과 나왔기 때문에 나와는 함께 찍은 장면이 없어 아쉽다.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같은 신에서 만나고 싶다. 현준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좋다. 어떤 배우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잘 몰랐던 훌륭한 배우를 감독님이 발견한 것 같다.
10. 우도환과 만들어낸 액션은 세련되고 멋졌다. 우도환은 어떤 후배인가?
권상우: 내가 요즘 젊은 친구들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예의 바르고 현장에서 선배에게 잘하는 배우는 드문 것 같다. 촬영하면서 도환의 얼굴을 자꾸만 보게 됐다. 금성무가 떠오르기도 하고, 홍콩배우 같기도, 일본배우 같기도 한, 묘한 매력이 있는 얼굴이다. 내가 여자라면 우도환 같은 남자와 만나보고 싶을 것 같다. 부산에서 촬영할 때 숙소 지하에 사우나가 있었는데 사우나도 자주 같이 갔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라 몸이 예뻤다. 젊은 남자 무용수 같은 느낌이다.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고 힘든 액션 연기도 힘든 내색 없이 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10. 최근 코믹한 연기를 주로 했다.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은 득(得)이지만 액션배우로서는 실(失)일 수도 있지 않나?
권상우: 그런 이미지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진 않으나 장르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순 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면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귀수로도 ‘무서운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상우는 저것도 잘하는데 이것도 잘하는 구나’ 그런 평가를 듣는 게 목표다. 그래서 지난해 이를 갈고 찍었던 영화다.
10. 앞으로도 액션 연기에 계속 도전할 생각인가?
권상우: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다. “상우, 넌 다 계획이 있구나”라고나 할까.(웃음) 앞으로 10년 이상은 액션영화에서 빠른 스피드와 역동성 있는 동작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체계적으로 운동할 것이고. 지금도 평일 아침 10시부터 1시간 동안 운동한다. 나이 먹으니 유연성이 떨어져서 요즘은 스트레칭 운동인 파워플레이트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한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이 영화처럼 멋진 작품을 다시 만나길 꿈꾸며 꾸준히 준비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권상우 나이가 몇인데 저렇게 되나’ 같은 얘기도 듣고 싶다
10. 작품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얼만큼 진행됐는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권상우: 일단은 배우로서 내 역량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제작자로서 계획을 말하자면) 내년 초부터는 1년간 시나리오를 개발하려고 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10. 지난해 9월 촬영을 시작해 올해 초 촬영을 마쳤다.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작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권상우: 작년에 참여한 프로젝트들 중 가장 기대하고 노력하고 고생했던 작품이 나와 감회가 새롭다. 관객들이 캐릭터 모두를 기억할 수 있는 영화 같다. 1편도 봤지만 영화를 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귀수 편은 1편과 결이 다른 이야기다. 1편을 좋아했던 분들에게도 기분 좋게 예측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선사할 것이다.
10. 귀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권상우: 배우는 대사와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대사가 적다는 건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주변 캐릭터들이 세기 때문에 귀수가 평이해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다. 절제돼 있는 귀수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10. 센 캐릭터들 속에서도 귀수의 기세가 밀리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연기할 때 신경 썼던 점이 있다면?
권상우: 누나의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 그 하나만 생각하니 연기가 나왔다. 복수의 상대인 황 사범과 대국하는 장면은 내겐 액션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의 적정선을 조절하는 데 신경 썼다.
10. 실제로는 바둑을 잘 두나?
권상우: 우리 영화의 장점은 바둑을 몰라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웃음) 현장에서 바둑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프로기사들, 배우들과 재밌게 뒀다. 악수를 둬도 전세가 역전될 수 있고 한 수로 인해 모든 게 바뀌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바둑이 흥미롭다. 바로 앞의 한 수가 아니라 대여섯 수 앞을 봐야하는 게 바둑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관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둑판 속에 인생이 담겨있다.
권상우: 그 장면은 와이어 없이 촬영했다. CG도 넣지 않았다. 그걸 무조건 해내야 귀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렬한 장면이다.
10. 오랜만의 액션영화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으니 액션 준비가 힘들진 않았을 것 같다.
권상우: 힘들기보다 즐거웠다. 현장에서 액션 연기를 하면 내가 살아있다,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 든다. 쓸모없는 땀이 아니라 노력의 땀이다.
10. 액션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나?
권상우: 있었다. 젊은 친구들은 영화로는 나를 ‘탐정’ 시리즈의 정대만으로 기억해준다. 이전부터 나를 알았던 분들은 ‘말죽거리 잔혹사’로 많이 기억해주신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론 스트레스기도 하다. 너무 예전 영화를 말씀해주시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로 내가 아직도 액션을 잘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권상우: 다 의미가 있는 장면이다. 골목길 액션은 귀수가 바둑을 두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액션 합을 맞춘 배우 홍기준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연습으로 보완해냈다. 액션이라는 게 정해진 동작만 외우면 잘 촬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다 보면 실제로 터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준이 나한테 많이 맞았을 거다. 나도 맞기도 했고. 실제 터치되는 소리가 영화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더 리얼하게 나올 수 있었다. 화장실 액션신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멋진 장면이다.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외톨이와 상대하는 주물공장 액션신은 연민의 감정이 표현돼 슬픈 장면이기도 하다.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세 가지 액션신이 좋았다.
10. 똥선생 역의 김희원, 부산잡초 역의 허성태, 귀수의 스승 허일도 역의 김성균, 장성무당 역의 원현준 등 매력적인 신스틸러들이 등장한다. 연기 호흡은 어땠나?
권상우: 희원 선배와는 가장 많은 신을 찍었다. 여느 영화에나 나올 법한 조력자 역을 뻔하지 않게 하기 위해 고민하셨다. 형이 보기와는 달리 평소에는 예민하기도 한데 음식을 좀 가려먹는 게 귀엽다.(웃음) 성태는 카메라가 돌아가면 다른 사람이 된다. 연기를 맛깔나게 할 줄 안다. 센 이미지이지만 앵글 밖에서는 쑥스러움이 많다는 반전 매력을 갖고 있다. 성균은 어린 귀수 역의 아역과 나왔기 때문에 나와는 함께 찍은 장면이 없어 아쉽다.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같은 신에서 만나고 싶다. 현준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좋다. 어떤 배우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잘 몰랐던 훌륭한 배우를 감독님이 발견한 것 같다.
10. 우도환과 만들어낸 액션은 세련되고 멋졌다. 우도환은 어떤 후배인가?
권상우: 내가 요즘 젊은 친구들을 잘 모르지만 이렇게 예의 바르고 현장에서 선배에게 잘하는 배우는 드문 것 같다. 촬영하면서 도환의 얼굴을 자꾸만 보게 됐다. 금성무가 떠오르기도 하고, 홍콩배우 같기도, 일본배우 같기도 한, 묘한 매력이 있는 얼굴이다. 내가 여자라면 우도환 같은 남자와 만나보고 싶을 것 같다. 부산에서 촬영할 때 숙소 지하에 사우나가 있었는데 사우나도 자주 같이 갔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라 몸이 예뻤다. 젊은 남자 무용수 같은 느낌이다.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고 힘든 액션 연기도 힘든 내색 없이 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권상우: 그런 이미지가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진 않으나 장르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순 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면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귀수로도 ‘무서운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권상우는 저것도 잘하는데 이것도 잘하는 구나’ 그런 평가를 듣는 게 목표다. 그래서 지난해 이를 갈고 찍었던 영화다.
10. 앞으로도 액션 연기에 계속 도전할 생각인가?
권상우: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다. “상우, 넌 다 계획이 있구나”라고나 할까.(웃음) 앞으로 10년 이상은 액션영화에서 빠른 스피드와 역동성 있는 동작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체계적으로 운동할 것이고. 지금도 평일 아침 10시부터 1시간 동안 운동한다. 나이 먹으니 유연성이 떨어져서 요즘은 스트레칭 운동인 파워플레이트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한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이 영화처럼 멋진 작품을 다시 만나길 꿈꾸며 꾸준히 준비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권상우 나이가 몇인데 저렇게 되나’ 같은 얘기도 듣고 싶다
10. 작품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얼만큼 진행됐는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권상우: 일단은 배우로서 내 역량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제작자로서 계획을 말하자면) 내년 초부터는 1년간 시나리오를 개발하려고 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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