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가 삶을 마감한 지 오늘(25일)로 12일째다. 고인은 평소 악성 댓글에 시달렸는 터라 사망 후 악플을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사회 곳곳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환영할 만한 변화는 이른바 ‘설리법’ 발의와 카카오의 연예 댓글 뉴스 잠정 폐지다.
‘설리법’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영국과 프랑스 등의 입법 사례를 들어 혐오나 차별, 명예훼손에 관한 법적 규제 강화를 위해 방통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후 혐오성 악성댓글을 플랫폼 사업자가 자동삭제하거나 해당 IP를 차단 조치하는 ‘설리법(악플방지법)’을 일주일 안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아이디와 IP를 공개하는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법안이 발의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는 2012년 위헌 판정이 내려졌다. 때문에 다른 방식이면서 보다 효과적인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박선숙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악플방지법은 악플의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여해 기존의 실명제보다 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카오./ 사진제공=카카오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25일 경기도 판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연예 섹션 뉴스 댓글 잠정 폐지를 비롯한 포털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카카오는 10월 중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폐지한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설리의 안타까운 죽음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 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물 관련 검색어 제공도 중단한다. 해당 조치는 올해 안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또 이날 오후 1시부터 카카오톡 샵(#) 탭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없앴다. 아직 추천 검색어는 보이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유출 가능성이 차단된 환경이 조성될 경우 실시간 검색어 알고리즘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내년 상반기가 돼야 완전한 서비스 개편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음 메인화면과 카카오톡 샵 탭을 비롯한 포털 서비스 전반에 대한 개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대표는 “워낙 사회적 파장이 강한 서비스라서 고심을 거듭했다”며 “향후 사용자와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의견을 반영해서 지속적으로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악플은 익명성에 숨은 폭력이자 살인이다. 현행법상 악플러는 사이버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으나 대부분 벌금형 정도에 그친다. 솜방망이 처벌 대신 더 강력한 법적 처벌과 사회적인 변화가 지속되어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