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동백꽃 필 무렵’ 이정은./ 사진제공=팬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정은이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의 엄마로 등장했다. 지난주 방송에서 자신이 버린 딸 앞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이 집중됐다. 그녀가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동백(공효진)을 주시하고 있던 의문의 시선은 엄마 조정숙(이정은)이었다. 그렇게나 가족을 원했던 동백은 엄마의 이름 석 자를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27년 전 자신을 버린 사람이었기 때문.

동백은 자신이 버려지던 그 날의 냄새와 엄마의 대사 한마디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고아원에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말아달라며 부탁했던 정숙.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애매한 7살 아이에겐 가혹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어린 동백은 그 부탁을 지켰고, 동백꽃이 만개할 때 태어났다던 그녀의 생일은 고아원에 버려졌던 여름의 그날로 바뀌게 되었다. 이후 꼬여버린 인생 탓에 동백은 “사람이라면 스스로 오진 못했을 거예요”라며 그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동백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숙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잘 사셨나봐요. 아주 곱게 늙으셨네”라던 동백의 말과는 달리 가까이서 지켜본 그녀의 삶은 정반대인 듯했다. 정숙은 치매증세로 동백을 “사장님”이라, 필구(김강훈)는 “동백아”라고 불렀다. 그 와중에도 온종일 집을 쓸고 닦으며 동백의 눈치를 봤다.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어린 동백을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인지 정숙은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동백을 위했다. 애틋한 눈빛으로 서랍 밑 깊은 곳에 숨겨진 돈 뭉치를 건네기도 하고, “그 원장 사람 그렇게 좋아 보이더니 아주 X년이었어”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한 것.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정신이 온전할 때마다 떠올려달라는 동백의 말에 남모를 눈물을 삼켜내던 정숙의 모습은 27년 전 그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에 정숙은 결연하고 비장하게 “내가 너 위해서 뭐든 딱 하나. 딱 하나는 해주고 갈게”라고 말했다. 엄마로서 해줄 ‘딱 하나’가 동백의 삶의 결정적 순간에 또 다른 기적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예측하게 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연쇄살인마 ‘까불이’, 옹산호에서 발견된 사체의 정체와 함께 가장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동백꽃 필 무렵’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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