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SBS ‘동상이몽2’에서 배우 신동미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털어놓았다.
지난 29일 방송된 ‘동상이몽2’에서 신동미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강연에 나가게 됐다.
무대에 오른 신동미는 “제가 누군지 아시냐”는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얼마 전 팬이 선물을 줬다. 그 동안 제가 해왔던 작품을 정리해서 보내줬는데 80편 정도가 되더라. 아직도 찾고 계시다고 하더라. 그 중에 3분의 1은 단역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누구야?’ ‘저 배우 누구야?’ ‘탤런트야?’.많이 듣는 질문을 생각해보니 사실은 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해 물으며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신동미는 자신이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중학교 때 저희 어머니가 학구열이 높아서 강남 8학군으로 갔다. 학구열이 높은 부모님에게 ‘예고에 가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설마 붙겠냐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붙게 됐다. 대학도 연영과로 가게 됐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MBC 공채 탤런트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1등은 사회에서 1등이 아니었다. 저는 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사회에서 1등을 할 줄 알았다. 선후배들이 이미 스타일 때 저는 이제 막 입사한 단역이었다. 내 역할엔 항상 숫자가 붙었다. 친구1, 카페종업원2…내 역할에 이름이 붙는 게 소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역할은 나아졌지만 무명시절은 길었다. 한번은 저를 단막극 주인공으로 써준 감독님이 16부작 미니시리즈로 연출 데뷔를 하게 됐다. 거기에 되게 좋은 역할로 캐스팅해줬다. 그 때 소속사가 없었다. 당장 촬영을 나가야하는데 (의상, 메이크업 등을 준비할 수 있는)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다른 작품을 하게 돼서 못하게 될 것 같다고 전화했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너는 누구니?’ 너무나도 속상했다. 그러다보니 자꾸 남탓을 하게 됐다. 그 화살이 저한테 돌아왔다. ‘내가 못나서 그래’ ‘아직 멀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바닥부터 시작했다. 연기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독립영화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거기서 만난 남편과 결혼했고, 당시 찍었던 영화들이 영화제 수상도 하고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자연스럽게 방송, 영화 활동도 하게 됐다”며 “다시 가슴 아픈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전 너무 기뻤다. 이 일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동미의 꽃길은 쉽게 펼쳐지지 않았다. 그는 “작년, 정기검진 차 병원에 갔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있었다. ‘악성 종양이 있습니다’ 암이라는 거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제가 나이가 있다보니 아이를 갖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관 시술을 실패했다.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때 하고 있던 작품까지 미치게 됐다. 연기에 집중할 수 없었고 스스로에게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신동미는 “남편에게 ‘나 길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 들어왔다. ‘왜그래 풍상씨’였다. 보통 때였다면 너무 신났을 거다. 너무 하고 싶었던 문영남 작가님 작품이었고, 게다가 주연급이다. 저는 단 한 번도 미니시리즈 주연을 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 신났는데 못하겠더라.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바닥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표정, 행동, 숨소리 하나에도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야 하는 역할이었다. 전 너무 두려웠다. 그러다 제가 선택한 게 ‘민낯’이었다. 전 드라마하고 제일 칭찬 받은 게 민낯이었다. 여배우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냐고 했지만 사실 용기가 없어서 민낯을 택한 거다. 할 수 있는데 아무 것도 없고, 민낯 뒤에 숨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방송은 나갔고 드라마는 사랑을 받았다. 제가 못하겠다던 간분실 역을 너무 사랑해주셨다”고 돌아봤다.
신동미는 “극 중 남편이 동생에게 배신당하고 분실이 술상을 차려주는 장면이 있다”며 “제가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됐다. 그 장면을 본 한 분이 ‘저는 한번도 남편을 위로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고 힘들 게 자고 있는 남편을 안아줬다’고 댓글을 썼다. 이 댓글이 저를 안아줬다. 누군가에게 내 역할이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만해도 여기 서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신동미는 “이런 질문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그게 좋은 시절의 내 모습이든, 나쁜 시절의 내 모습이든, 항상 저에게 던지는 질문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향해갈 것 같다”면서 강연을 마쳤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지난 29일 방송된 ‘동상이몽2’에서 신동미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강연에 나가게 됐다.
무대에 오른 신동미는 “제가 누군지 아시냐”는 물음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얼마 전 팬이 선물을 줬다. 그 동안 제가 해왔던 작품을 정리해서 보내줬는데 80편 정도가 되더라. 아직도 찾고 계시다고 하더라. 그 중에 3분의 1은 단역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누구야?’ ‘저 배우 누구야?’ ‘탤런트야?’.많이 듣는 질문을 생각해보니 사실은 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해 물으며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신동미는 자신이 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중학교 때 저희 어머니가 학구열이 높아서 강남 8학군으로 갔다. 학구열이 높은 부모님에게 ‘예고에 가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설마 붙겠냐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붙게 됐다. 대학도 연영과로 가게 됐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MBC 공채 탤런트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1등은 사회에서 1등이 아니었다. 저는 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사회에서 1등을 할 줄 알았다. 선후배들이 이미 스타일 때 저는 이제 막 입사한 단역이었다. 내 역할엔 항상 숫자가 붙었다. 친구1, 카페종업원2…내 역할에 이름이 붙는 게 소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역할은 나아졌지만 무명시절은 길었다. 한번은 저를 단막극 주인공으로 써준 감독님이 16부작 미니시리즈로 연출 데뷔를 하게 됐다. 거기에 되게 좋은 역할로 캐스팅해줬다. 그 때 소속사가 없었다. 당장 촬영을 나가야하는데 (의상, 메이크업 등을 준비할 수 있는) 형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다른 작품을 하게 돼서 못하게 될 것 같다고 전화했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너는 누구니?’ 너무나도 속상했다. 그러다보니 자꾸 남탓을 하게 됐다. 그 화살이 저한테 돌아왔다. ‘내가 못나서 그래’ ‘아직 멀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바닥부터 시작했다. 연기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독립영화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거기서 만난 남편과 결혼했고, 당시 찍었던 영화들이 영화제 수상도 하고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자연스럽게 방송, 영화 활동도 하게 됐다”며 “다시 가슴 아픈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전 너무 기뻤다. 이 일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동미의 꽃길은 쉽게 펼쳐지지 않았다. 그는 “작년, 정기검진 차 병원에 갔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있었다. ‘악성 종양이 있습니다’ 암이라는 거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제가 나이가 있다보니 아이를 갖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관 시술을 실패했다.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때 하고 있던 작품까지 미치게 됐다. 연기에 집중할 수 없었고 스스로에게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신동미는 “남편에게 ‘나 길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 들어왔다. ‘왜그래 풍상씨’였다. 보통 때였다면 너무 신났을 거다. 너무 하고 싶었던 문영남 작가님 작품이었고, 게다가 주연급이다. 저는 단 한 번도 미니시리즈 주연을 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 신났는데 못하겠더라.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바닥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표정, 행동, 숨소리 하나에도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야 하는 역할이었다. 전 너무 두려웠다. 그러다 제가 선택한 게 ‘민낯’이었다. 전 드라마하고 제일 칭찬 받은 게 민낯이었다. 여배우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냐고 했지만 사실 용기가 없어서 민낯을 택한 거다. 할 수 있는데 아무 것도 없고, 민낯 뒤에 숨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방송은 나갔고 드라마는 사랑을 받았다. 제가 못하겠다던 간분실 역을 너무 사랑해주셨다”고 돌아봤다.
신동미는 “극 중 남편이 동생에게 배신당하고 분실이 술상을 차려주는 장면이 있다”며 “제가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됐다. 그 장면을 본 한 분이 ‘저는 한번도 남편을 위로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고 힘들 게 자고 있는 남편을 안아줬다’고 댓글을 썼다. 이 댓글이 저를 안아줬다. 누군가에게 내 역할이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면서 자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만해도 여기 서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신동미는 “이런 질문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그게 좋은 시절의 내 모습이든, 나쁜 시절의 내 모습이든, 항상 저에게 던지는 질문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향해갈 것 같다”면서 강연을 마쳤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