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명상 기자]
한서희 SNS 갈무리
한서희 SNS 갈무리
13일 오후 11시 현재 모 포털사이트 전체 연령대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한서희다. 한서희의 이름은 온종일 검색어 순위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날 한 매체는 아이콘 멤버 비아이와 마약 관련 메신저를 주고받은 A씨가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였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은 경쟁적으로 ‘A씨는 한서희’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공익 제보자의 실명 공개 이후 대중의 시선은 엉뚱한 곳으로 쏠렸다. 비아이의 마약 관련 의혹, 경찰과 연예 기획사의 유착 등의 논란보다 제보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모습이다. 마치 ‘도둑 잡아라’고 했더니 ‘시끄럽게 소리치는 게 누구냐’고 묻는 꼴이다.

대중이 놓치고 있는 사실은 한 씨가 공익 제보자라는 것이다. 그는 3년 전 마약 관련 혐의로 비아이가 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당시 경찰과 소속사인 YG의 유착으로 사건이 무마됐다는 취지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했다고 알려졌다.

연예 기획사와 경찰 유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보한 한 씨는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 ‘공익신고자 등의 비밀보장 의무’ 조항에서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밝히고 있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비밀 보장 의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쯤되면 피를 흘릴 것을 각오하며 제보자를 알려준 이의 ‘정체와 목적’이 궁금해진다. 추리 소설을 예로 들지 않아도, 제보자를 공격했을 때 ‘최대 이익을 얻는 쪽’이 범인이라고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과거 한 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YG엔터테인먼트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내가 니네 회사 일 몇개나 숨겨줬는지 새삼 나 진짜 착하다. 기자들이 그냥 터트리자고 제발 그 일 터트리자고 하는 거 너네 무서워서 그냥 다 거절했었는데 그냥 터트릴 걸 그랬어”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비아이 외에 더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누군가’는 말썽이 번지기 전에 A씨의 입을 막아야 했을 것이다. 언론에 제보자의 실명을 흘린 것은 그 작업의 일환이고 사실상 협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한 씨의 과거 행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공익 제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스피커를 훼손해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전형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만일 한 씨의 제보가 거짓이거나 위법 사실이 있다면 법대로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 때문에 공익을 목적으로 제보한 행위까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제보자 한 씨는 여러 가지 위험도 각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 수사 당시 경찰 유착 의혹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험과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권익위에 비실명 대리 신고를 했다고 한다. 비아이와의 마약 관련 대화를 주고받은 당사자가 처벌까지 각오하고 3년이나 지나서 진실을 밝힌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다.

흥미 위주의 뉴스가 넘쳐나는 지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냉정히 되짚어볼 때다. 클럽 버닝썬 사건 이후에도 경찰 유착 문제는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대중의 무력감도 커졌다. 하지만 한 씨의 제보로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느냐’는 질문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제보자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제보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경찰과 거대 연예기획사의 유착 의혹,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용 의혹 등을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심받는 쪽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무죄를 밝히면 된다. 그 외의 눈을 현혹시키는 ‘작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슈에 끌려가지 않고 곧은 시선을 유지할 때 진실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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