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이 10일 오후 6시 새 연주곡 앨범 ‘Avec Piano(아베크 피아노)’를 발매한다. 2010년 선보였던 ‘Le Petit Piano(르 쁘띠 피아노)’ 이후 9년 만의 새 정규 앨범이다.
프랑스어로 ‘피아노와 함께’라는 뜻인 ‘아베크 피아노’에는 8곡이 담겼다. 피아노를 주축으로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오케스트라 등이 정재형이 바라본 자연과 내면을 표현했다. 정재형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촬영지로 유명한 일본 가마쿠라 산꼭대기에 있는 한 산장에서 ‘아베크 피아노’를 만들었다고 했다. 반가운 신보와 함께 돌아온 정재형을 지난 5일 소속사 안테나에서 만났다. 어쩌다 9년이나 걸렸느냐고 묻자 정재형은 “내가 정말 한심했다”며 웃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정도의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그려내야 할지가 막막했던 것 같아요. ‘르 쁘띠 피아노’ 이후 영화와 뮤지컬 음악감독 일을 맡으면서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고요.”
정재형은 본격적인 앨범 작업을 위해 지난해 5월 DJ를 맡고 있던 KBS 쿨 FM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에서 하차했다. 그는 “곡을 하도 못 쓰고 있으니까 안테나에서 가마쿠라로 보냈다”며 “라디오를 그만두고 바로 다음날 떠났다”고 밝혔다.
“조그만 방과 거실 하나가 있는 곳이었어요. 편의점에 가려면 2~3Km를 걸어야 했죠. 열쇠를 두고 왔을 때는 죽고 싶었어요.(웃음) 회사에선 저한테 100여개의 계단이 있다고 했는데 세어 보니까 160개더군요. 집이 제가 묵은 곳 한 채밖에 없었어요. 굉장히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곡을 쓸 때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 가마쿠라의 산장에서는 바로 해변이 보였다고 한다. 자연과 자신만 남겨진 곳에서 ‘아베크 피아노’의 영감도 떠올랐다. 정재형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곳이었다”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를 들여다보면서 ‘한 걸음씩 가자’고 생각했고, 자연과 동화된 마음을 실내악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연과의 동화를 실내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이유도 궁금했다.
“유희열 씨가 시켜서 그렇게 했죠.(웃음) 유희열 씨가 ‘르 쁘띠 피아노’ 때부터 피아노, 실내악, 오케스트라까지 이어지는 연주곡 앨범 시리즈를 꼭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힘드니까 도망가려고도 했고요. 하하. 사실 이렇게 시리즈로 연주곡 앨범을 내는 데에는 유희열 씨가 뚝심있게 힘을 실어준 덕이 큽니다.”
‘아베크 피아노’의 타이틀곡은 ‘La Mer(라 메르)’다. 프랑스어로 바다라는 뜻이다. 잔잔한 피아노와 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바다의 일렁임을 연주한다. 조용하게 일다가도 어느샌가 휘몰아치는 파도를 닮았다. 정재형은 “자면서도 파도 소리가 계속 들렸다. 처음에는 무섭다가 어느 순간엔 심장 소리처럼 들리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떠올렸다.
“가마쿠라의 해변을 포함해 많은 바다를 봤어요. 그러면서 바다가 인생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엔 잔잔한 것 같지만 안의 파도는 굉장히 힘이 세서 훅 밀려 나가기도 하거든요. 또 누구의 인생이든, 옆에서 바라보면 조금 서글퍼요. ‘우리 다들 애쓰고 있구나, 거칠고 힘들지만 잘 살고 있어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보자’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서핑을 할 때도 누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해변으로 밀려 나가기 쉬워요. 서로의 인생을 평가하기 보다, 그렇게 서로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라 메르’라는 곡을 지었습니다.”
‘라 메르’를 잇는 3번 트랙 ‘Summer Swim’은 ‘아베크 피아노’에서 가장 율동적인 곡이다. 가장 빠른 템포로 두 개의 바이올린과 화려한 피아노, 이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첼로와 비올라가 여름의 다채로운 정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4번 트랙 ‘Andante’는 차분하게 분위기를 전환한다. 정재형은 “’Andante’에서 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고 했다.
“(음악 이론에서) 화성법이 수직적인 것이라면 대위법은 수평적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어요. ‘Andante’는 이번 앨범에서 화성법과 대위법이 가장 수려하게 이뤄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정재형은 ‘내년이 데뷔 25주년’이라는 말에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다. 25주년을 바라보는 그에게도 음악은 “익숙하지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음악을 작업할 때 늘 전전긍긍하고 화도 납니다. ‘나는 그 많은 시간들을 공부했는데 왜 능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렇지만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서서히 몰입이 되면 역시 음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주하다 울컥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그때 ‘이것이 음악이 주는 힘이구나, 나의 가장 속상하고 힘든 점들을 음악이 위로하고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정재형은 앞으로 공연을 계속 할 예정이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다. 정재형은 “TV가 아닌 분야에서도 나랑 잘 맞고 재밌을 것 같은 작업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혼자인데 서글픈 사람, 연인인데 외로운 사람 등이 제 공연에 와서 스스로를 지켜보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왔을 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산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공연을 통해, 앨범을 통해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프랑스어로 ‘피아노와 함께’라는 뜻인 ‘아베크 피아노’에는 8곡이 담겼다. 피아노를 주축으로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오케스트라 등이 정재형이 바라본 자연과 내면을 표현했다. 정재형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촬영지로 유명한 일본 가마쿠라 산꼭대기에 있는 한 산장에서 ‘아베크 피아노’를 만들었다고 했다. 반가운 신보와 함께 돌아온 정재형을 지난 5일 소속사 안테나에서 만났다. 어쩌다 9년이나 걸렸느냐고 묻자 정재형은 “내가 정말 한심했다”며 웃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정도의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그려내야 할지가 막막했던 것 같아요. ‘르 쁘띠 피아노’ 이후 영화와 뮤지컬 음악감독 일을 맡으면서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고요.”
정재형은 본격적인 앨범 작업을 위해 지난해 5월 DJ를 맡고 있던 KBS 쿨 FM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에서 하차했다. 그는 “곡을 하도 못 쓰고 있으니까 안테나에서 가마쿠라로 보냈다”며 “라디오를 그만두고 바로 다음날 떠났다”고 밝혔다.
“조그만 방과 거실 하나가 있는 곳이었어요. 편의점에 가려면 2~3Km를 걸어야 했죠. 열쇠를 두고 왔을 때는 죽고 싶었어요.(웃음) 회사에선 저한테 100여개의 계단이 있다고 했는데 세어 보니까 160개더군요. 집이 제가 묵은 곳 한 채밖에 없었어요. 굉장히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곡을 쓸 때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 가마쿠라의 산장에서는 바로 해변이 보였다고 한다. 자연과 자신만 남겨진 곳에서 ‘아베크 피아노’의 영감도 떠올랐다. 정재형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곳이었다”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를 들여다보면서 ‘한 걸음씩 가자’고 생각했고, 자연과 동화된 마음을 실내악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연과의 동화를 실내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이유도 궁금했다.
“유희열 씨가 시켜서 그렇게 했죠.(웃음) 유희열 씨가 ‘르 쁘띠 피아노’ 때부터 피아노, 실내악, 오케스트라까지 이어지는 연주곡 앨범 시리즈를 꼭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힘드니까 도망가려고도 했고요. 하하. 사실 이렇게 시리즈로 연주곡 앨범을 내는 데에는 유희열 씨가 뚝심있게 힘을 실어준 덕이 큽니다.”
“가마쿠라의 해변을 포함해 많은 바다를 봤어요. 그러면서 바다가 인생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엔 잔잔한 것 같지만 안의 파도는 굉장히 힘이 세서 훅 밀려 나가기도 하거든요. 또 누구의 인생이든, 옆에서 바라보면 조금 서글퍼요. ‘우리 다들 애쓰고 있구나, 거칠고 힘들지만 잘 살고 있어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보자’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서핑을 할 때도 누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해변으로 밀려 나가기 쉬워요. 서로의 인생을 평가하기 보다, 그렇게 서로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라 메르’라는 곡을 지었습니다.”
‘라 메르’를 잇는 3번 트랙 ‘Summer Swim’은 ‘아베크 피아노’에서 가장 율동적인 곡이다. 가장 빠른 템포로 두 개의 바이올린과 화려한 피아노, 이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첼로와 비올라가 여름의 다채로운 정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4번 트랙 ‘Andante’는 차분하게 분위기를 전환한다. 정재형은 “’Andante’에서 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고 했다.
“(음악 이론에서) 화성법이 수직적인 것이라면 대위법은 수평적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어요. ‘Andante’는 이번 앨범에서 화성법과 대위법이 가장 수려하게 이뤄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정재형은 ‘내년이 데뷔 25주년’이라는 말에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다. 25주년을 바라보는 그에게도 음악은 “익숙하지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음악을 작업할 때 늘 전전긍긍하고 화도 납니다. ‘나는 그 많은 시간들을 공부했는데 왜 능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렇지만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서서히 몰입이 되면 역시 음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주하다 울컥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그때 ‘이것이 음악이 주는 힘이구나, 나의 가장 속상하고 힘든 점들을 음악이 위로하고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정재형은 앞으로 공연을 계속 할 예정이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다. 정재형은 “TV가 아닌 분야에서도 나랑 잘 맞고 재밌을 것 같은 작업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혼자인데 서글픈 사람, 연인인데 외로운 사람 등이 제 공연에 와서 스스로를 지켜보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왔을 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산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공연을 통해, 앨범을 통해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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