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봉준호 감독의 별칭은 ‘봉테일’이다. 섬세한 연출 스타일 때문이다. 대사나 세트는 물론 배우들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연출하기 때문이다. 작품마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나름의 예리한 시각을 담아내면서도 보는 재미 또한 잃지 않는 것은 이같은 ‘디테일의 힘’이라는 게 평단과 팬들의 평가다. 봉 감독이 자신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로, 칸 영화제 진출 다섯 번 만에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것도 심사위원들이 그의 이런 탁월한 능력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봉 감독이 처음 영화계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것은 16㎜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이 1994년 밴쿠버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면서였다. 이어 2000년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차지하며 한국영화계 샛별로 부상했다. 이후 봉 감독은 내놓은 작품마다 주목받으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어나갔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들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관객도 525만 명을 동원했다.

2006년 개봉한 ‘괴물’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탄생의 신호탄이었다. 평범한 시민과 그 가족이 한강에 출몰한 괴물과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으로,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주제 의식과 더불어 괴물의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CG)이 큰 관심을 모았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史... '살인의 추억'부터 '기생충'까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포스터./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포스터./
3년 뒤 내놓은 ‘마더’는 잔혹한 살인마를 찾아 나서는 노년의 주인공을 내세운 심리스릴러로, 인간의 광기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했다.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2031년 빙하로 뒤덮인 지구를 배경으로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 탄 인류의 모습을 통해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휴머니즘, 긴장감, 액션, 환경과 계급?계층의 문제 등의 주제를 적절히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설국열차’는 그가 할리우드로 활동 무대를 넓힌 계기이기도 했다.

봉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협업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2017년 선보인 영화 ‘옥자’였다. 슈퍼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동물과 생명,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아냈다.

마침내 그에게 칸 영화제 최고의 상을 안겨준 ‘기생충’은 가난한 백수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의 보편화 현상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이처럼 그의 영화는 범죄, 미스터리, 괴수, 스릴러, SF를 넘나들면서도 뚜렷한 주제를 담아내 예술성과 흥행성을 겸비한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나 촬영할 때 장르를 배합한다는 걸 의식하지는 못 한다”고 말했지만,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것은 정교하게 기획된 각본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연출, 개성이 넘치는 각각의 캐릭터 등이 디테일하게 어우러진, 그야말로 ‘디테일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