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밴드 위아더나잇의 정원중(왼쪽부터), 함병선, 황성수, 함필립, 김보람. / 제공=빅웨이브뮤직
밴드 위아더나잇의 정원중(왼쪽부터), 함병선, 황성수, 함필립, 김보람. / 제공=빅웨이브뮤직
“10곡을 담으면 곡마다 이유가 있어야 하고, 가치와 이야기가 있는 음반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기에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썼습니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흘러가듯 구성하는 데 초점을 뒀죠.”

밴디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의 보컬 함병선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 음반 ‘아, 이 어지러움’을 이렇게 소개했다. 위아더나잇의 정규 음반 발매는 2017년 11월 내놓은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타이틀곡 ‘카메라를 챙겨’와 ‘벙커(Bunker)’를 각각 1, 2번 트랙에 배치하고 ‘스노클링’ ‘에스에프(Sf)’ ‘악몽이라도’ ‘거짓말’ ‘그레이(Gray)’ ‘멀미’ ‘눈이 오는 날’ ‘운동회’ 등을 차례로 담았다.

2013년 디지털 싱글 음반 ‘멜랑꼴리(Melancholy)’로 데뷔한 위아더나잇은 새해를 시작할 때 1년의 굵직한 음악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올해에도 한 해의 방향성 회의를 하면서 이번 음반의 발매 날짜 등을 먼저 정하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음반 시대에 10곡을 가득 채운 정규 음반을 내는 것이 걱정되지 않았을까. 함병선은 “싱글 형태로 듣는 것과 음반으로 듣는 건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어떤 곡이 다음에 흘러나오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사실 수익성을 따지면 들인 시간에 비해 싱글보다 적을지 몰라도, 음반의 가치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황성수는 “음반을 내는 장점 중 하나는 싱글로 발매하기 어려운 곡을 시도할 수 있고,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아더나잇은 이번 음반에서 기존 발표곡들과 다르게 간결하면서도 촘촘한 비트 구성에 소재와 사운드를 밀도 있게 풀어냈다.

밴드 위아더나잇. / 제공=빅웨이브뮤직
밴드 위아더나잇. / 제공=빅웨이브뮤직
“추상적으로 큰 주제를 갖고, 이전보다 좀 더 우울한 이야기와 어두운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싱글 형태로 낼 때는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드리기 위해 부드럽게 만드는 식인데, 이번 정규 음반은 깊게 들어가서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본 곡도 넣었죠.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좋아하는 곡들로 채웠습니다.”(함병선)

7번 트랙 ‘그레이’는 가사 없는 연주곡이다. 멤버들은 이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는 것도 “정규 음반이어서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위아더나잇은 모든 멤버들이 곡을 만들 때 참여한다. 각자 노래를 만든 뒤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편곡에 힘을 보탠다. 노랫말은 주로 함병선이 도맡는다.

“가사를 쓸 때 예전엔 참신한 걸 찾기 위해 무척 애썼는데, 이번엔 많이 내려놨어요. 그럼에도 얼만큼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항상 마음에 걸리는데, ‘사랑 노래는 다 비슷하다’는 고정관념도 사라졌죠. 이번 음반에 사랑 노래가 많은 이유도 그래서예요. 주제와 상황이 다르면 어떻게 풀어내느냐와, 위아더나잇의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함병선)

“이전 음반도 그렇고 듣는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밝은 코드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엔 저도 노래를 만들 때 좀 우울한 감정이 있어서 그런 느낌을 살렸어요. 그동안 움켜쥔 걸 놔버린 것 같아요. 만족스럽게 잘 나왔어요.”(정원중)

타이틀곡으로 정한 ‘카메라를 챙겨’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며, 힘을 뺀 함병선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카메라에 소중한 순간을 모두 담아두겠다는 내용이다. ‘Bunker’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오직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순간에 대해 표현한 곡이다. 아름다우면서 폐쇄적인 느낌이다.

“서로 알게 모르게 ‘참신함’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엔 다들 내려놓고 연주나 가사 모두 진솔하게 다가갔어요.”(황성수)

네 번째 정규 음반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에서 더 확장된 느낌이라고 한다. 함병선은 “5번 트랙 ‘악몽이라도’는 ‘나와 어울릴까? 가사는 누군가 불편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 날것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것보다 선을 적당히 지키고 싶다는 위아더나잇. 각자 또 같이 수년간 음악을 해오면서 성숙해졌다고 했다.

“음악 작업을 꾸준히 하고 노래가 쌓이면서 우리 색깔을 찾았어요. 앞으로의 음반에 더 깊은 메시지와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겼죠.”(황성수)

함병선과 황성수, 기타 정원중, 신시사이저 함필립은 초·중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 사이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모임을 통해 음악을 시작해 친구와 음악 동료로 지낸 지 벌써 20년이 넘는다. 드럼 연주자가 없는 상태였는데 2년 간 세션으로 공연 때 참여한 김보람을 2015년 영입해 5인조의 틀을 갖췄다.

“우리 넷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인 데다가 오래된 팀에 들어와 어우러진다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2년 동안 멤버를 추가하지 말고 우리 안에서 해결하고, 필요할 때 세션을 쓰자고 했죠. 그런데 김보람 형이 우리와 잘 맞고, 드럼은 밴드에 꼭 필요한 존재니까 ‘같이 해요’라고 제안했습니다.”(황성수)

김보람 역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함병선은 “합주를 하거나 같이 술을 마실 때도 전혀 위화감 없이 오랜 시간 같이 보낸 멤버 같다”고 했다.

밴드 위아더나잇. / 제공=빅웨이브뮤직
밴드 위아더나잇. / 제공=빅웨이브뮤직
위아더나잇은 이번 음반으로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2013년 정규 음반을 낸 이후부터 계속 음악 색깔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밴드 피터팬 컴플렉스의 보컬 전지한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초밥 같은 음악을 하라고 해주셨어요. 다음 음반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사운드를 좀 빼고, 가장 미니멀한 것을 찾아보라고. 그 말을 듣고 큰 도전을 했죠.”(정원중)

조언 덕분에 만들어진 곡이 2015에 낸 EP음반 ‘별, 불, 밤 이런 것들’이다. 수록된 ‘별, 불, 밤’과 ‘티라미수 케익’이 음악팬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정원중은 “반응이 좋았고, 자신감을 찾게 돼 그 음반 이후로 우리의 색깔을 점점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욕심이 있어서 뭔가를 더 넣었는데, 그게 과해 보였나 봐요. 초밥 같은 음악,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만들라는 조언이 우리를 바뀌게 했습니다.”(함필립)

그 이후부터 보컬 중심의 음악이 나왔고, 가사도 돋보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위아더나잇이 롱런하는 비결이다. 멤버들은 이번 정규 음반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완벽하게 잡았다고 자신했다.

“우리가 음악적으로 솔직하게 다가갈수록 듣는 사람도 공감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가사를 쓰면서 스스로 위로받고, 그런 점을 건드려야 모두의 마음을 흔드는 노랫말이 나오다는 걸 알았죠. 이번 음반의 곡들은 특히 자신의 상황에 빗대 들을 수 있는 곡들이 많습니다. 대놓고 ‘힘내세요!’가 아니라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게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됐으면 합니다. 트랙 순서대로 들어주시면 더 좋을 것 같고요.”(함병선)

위아더나잇은 오는 6월 투어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또 웹드라마 ‘에이틴2’의 OST 주자로 낙점돼 다음달 신곡을 발표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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