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X전도연 ‘생일’, 세월호 참사 후 남겨진 이들의 상처 그리고 치유 (종합)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생일’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부모를 연기한 배우 설경구(왼쪽부터)와 전도연. /텐아시아DB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이 세월호 참사 후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내며 상처 받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아픔을 딛고 나아가고픈 소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영화 ‘생일’이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 18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생일’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종언 감독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이 참석했다.

영화 ‘생일’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 /텐아시아DB

극 중 수호를 추모하며 생일 파티를 여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30분간 롱테이크로 이틀간 촬영됐다. 이 감독은 “해보기 전엔 자신이 없었다. 50명 정도가 하루 전에 모여서 대사를 주고받아보며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유가족의 이야기과 함께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 유가족과 보통의 사람들에게 닥친 이 일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담담히 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처럼 아이들을 추모하는 생일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면 여러 가지 오해나 피로감이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배경을 알렸다.

‘생일’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는 아빠 정일을 연기한 설경구. /텐아시아DB

설경구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맡았다. 설경구도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설경구는 “20년 넘게 연기했지만 30분 넘게 롱테이크로 촬영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촬영 날이 많이 덥고 힘들었음에도 50명 정도의 인원이 하나의 호흡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는 평소 연기할 때보다 감정을 억눌렀다”면서 “촬영이 종료되고 현장에서 더 깊이 울었다”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이미 잡혀있던 스케줄도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인은 시를 썼고 소설가는 소설을 썼다. 왜 영화는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간 고민하고 스케줄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배우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텐아시아DB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극 중 순남이 아들을 그리워하며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있다. 전도연은 그 장면에 대해 “대본에 ‘아파트가 떠나가라 울고 있는 순남’이라고 돼 있었다. 부담이 많았던 장면이었다”면서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카메라 앞에 나서기까지 굉장히 무서웠다. 내가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 감정에 집중하라고 스스로 강요하진 않았다. 카메라 앞에 선 순간 느끼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은 “어릴 때 함께 작품을 해서 (설경구가) 친오빠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내가 어떤 감정을 풀어내도 그걸 받아주는 설경구가 있었기에 믿고 연기를 쏟아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설경구는 “진심으로 많은 분들이 생일 모임 초대에 응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전도연은 “‘생일’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돼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고 응원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