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9일 첫 정규 앨범을 공개한 래퍼 주노플로. 사진제공=필굿뮤직
지난 9일 첫 정규 앨범을 공개한 래퍼 주노플로. 사진제공=필굿뮤직
“우리 모두는 살면서 훌륭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해요.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좋게 바꾸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저는 제 음악으로 선한 영향을 주고 싶어서 ‘STATUES’를 만들었어요. ‘내가 지구를 떠날 때 무엇이 남아있을까?’란 생각으로 제 동상과도 같은 앨범을 만든 거죠.”

심리학을 공부했다는 래퍼 주노플로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에 대해 느릿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주로 머릿속의 많은 생각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고 싶을 때 나오는 어투였다. 2015년 데뷔해 Mnet ‘쇼미더머니’ 시즌 5와 6에서 실력을 보여준 주노플로는 지난 9일 정규 1집 ‘STATUES’를 발매했다.

이 외에도 최근 주노플로에게는 새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국내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미국 NBA 경기 하프타임쇼 무대에 혼자 올랐고, 첫 국내 투어와 해외 투어도 앞두고 있다. 주노플로는 “이제는 제대로 보여줄 때”라고 했다.

10.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 소감부터 듣고 싶다.
주노플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과 기쁨이 있다. 지금까지 음악을 만들면서 작업하고 연습한 것이 이 앨범에 다 들어간 것 같다.

10. 소속사 대표인 타이거JK가 ‘K합(K-Hop)’이라는 말을 했다. 해외 투어도 앞두고 있고, 함께 K합을 이끄는 래퍼로서 요즘 느끼는 점들이 남다를 것 같다.
주노플로: JK 형이 어느 날 K팝의 인기가 너무 강해져서 외국 사람들이 한국 음악을 들을 때 모든 장르를 K팝으로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많은 외국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한국 알앤비도, 록도, 힙합도 K팝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JK 형도, (윤)미래 누나도, 나도 국내 힙합을 K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K합’ 혹은 ‘K 뮤직’에 대해 더 잘 알리고 싶다. ‘STATUES’는 K 뮤직이라는 장르로 봤을 때 반응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10. ‘STATUES’는 언제부터 준비한 앨범인가?
주노플로: 지난 EP ‘Only Human’을 작업하면서 같이 하고 있었다. 그때 곡을 엄청 만드는 중이었다. ‘STATUES’는 1년 정도 작업했다. 처음부터 정규 앨범을 만들려는 생각은 안 했고 좋은 곡을 많이 만들자는 마음으로 최대한 빨리 작업했다. 나도 정규 앨범이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웃음) 몇 개월 전에 작업한 곡들을 쭉 들어보다 주제가 비슷한 곡들이 모여 있어서 정규를 내게 된 것 같다.

10. ‘STATUES’는 사람들이 듣고 기억해 줄 동상과 같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가?
주노플로: 항상 ‘남겨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좋아하는 뮤지션들은 음악을 통해 더 좋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나한테는 드렁큰 타이거가 그런 존재였다. 드렁큰 타이거를 ‘레전드’라고 하지 않나. 레전드라는 위치에 가고 싶으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매일매일을 아무 생각도 안 하거나 하루를 흘려보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10. ‘STATUES’에는 윤미래가 영어로 잔소리를 하는 트랙 ‘Monday Blues(feat. G2)’도 나온다.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주노플로: 침대 위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무 힘도 없어서 화장실도 안 가고 싶다.(웃음) 그런 마음을 이겨야 한다는 의지로 만든 노래다. 노래를 다 만들었는데 미래 누나가 마침 스튜디오에 있어서 혹시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누나가 바로 ‘OK’를 외치고 순식간에 완성됐다.

10. 작곡부터 편곡까지 점점 음악 역량을 넓혀왔다. 그것을 증명해 보인 트랙 중 하나가 ‘식구(LA FAMILIA, 이하 ’식구‘)’인 것 같다. 스스로도 실력이 늘어가는 걸 느끼나?
주노플로: 느끼는 것 같다. ‘식구’를 만들었을 때 ‘내가 이런 비트를 만들었다니’ 하고 나도 조금 깜짝 놀랐다. 프로듀싱은 항상 하고 싶은데도 시작한 지는 1년이 안 됐다. 이번에 ‘STATUES’를 만들면서 한 달 동안 방 안에 갇혀 있으면서 음악 제작 프로그램들 익히는 것만 연습했다. 그때 ‘식구’의 비트가 나왔고, 내가 만든 또 다른 트랙 ‘Palm Trees’도 만족한다. 앞으로도 계속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

10. 프로듀서로서 더 성장했을 때 곡을 주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주노플로: JK 형이나 미래 누나가 내 비트를 쓰고 싶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 순간을 목표로 할 것이다.

10. ‘식구’가 라틴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도 신선했다.
주노플로: 스튜디오에서 틀어놓고 있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르코스’를 보고 만들었다. 가족도 다 아르헨티나에서 자랐고, 스페인계도 있어서 라틴 문화를 더 매력적으로 느낀 것 같다. 또 뻔한 랩이나 힙합보다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나는 모든 장르를 힙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신기해하고 사랑하는 힙합의 한 부분이다.

10. 과거에 재즈 힙합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대로 된 재즈 힙합 곡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주노플로: 재즈 힙합 덕분에 랩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재즈 힙합 비트들의 느낌이 너무 좋았고, 생각도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말을 더듬어서 놀림도 많이 받았고, 무서워서 말도 안 하고 싶어하는 조용한 아이였는데 말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난 거다. 그래서 재즈 힙합은 첫사랑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많은 스타일을 시작하고 시도했으니 재즈 힙합과 같은 음악도 다시 만들고 싶다.

정규 앨범을 통해 성장을 보여줬고, 앞으로 음악 역량을 더 넓혀갈 계획이라는 주노플로. 사진제공=필굿뮤직
정규 앨범을 통해 성장을 보여줬고, 앞으로 음악 역량을 더 넓혀갈 계획이라는 주노플로. 사진제공=필굿뮤직
10. ‘STATUES’를 만들면서 어떤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나?
주노플로: 한 곡 한 곡이 연결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앨범에서도 이야기가 연결되도록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는데 듣는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10. 3번 트랙 ‘스포티지(Sportage ’07)’에서는 어떤 형과 평양냉면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형은 누군가?
주노플로: 필굿뮤직 소속 프로듀서 디노제이 형이다. ‘스포티지’ 외에도 타이틀곡 ‘Statues’와 9번 트랙 ‘Cliche’에 참여했다. 내가 평양냉면을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 내내 매일 먹은 적도 있다. 이 앨범도 점심에 일어나자마자 디노제이 형이랑 평양냉면을 먹고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의정부 평양면옥에서다. 먹방에서 평양냉면 리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10. ‘Autopilot’에서는 보아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또 협업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는지?
주노플로: 미국 래퍼 J.I.D와 꼭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 J.I.D와는 한번 만나서 얘기도 나눴다. 실력이 엄청나서 단시간에 유명해진 래퍼이고, 음악 스타일이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 맞는다고 느꼈다.

10. 한국어 랩 실력도 향상된 것 같다.
주노플로: 아직도 어려운 단어가 많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웃음) 모르는 단어를 쓰는 공책에 처음 듣는 단어는 모두 쓴다. 특히 ‘Icarus’에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한글 가사로 잘 표현된 것 같다.

10. 올해 음악 활동 계획은?
주노플로: ‘STATUES’ 다음 프로젝트는 시작한 상황이다. 싱글도 발매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라이브로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지금은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10. 국내는 물론 해외 공연도 개최하는데 공연에 올 팬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예고해준다면?
주노플로: 그냥 무대 위에 올라가서 랩을 하고 감사하다는 멘트로 끝내는 공연이 아닌, 좀 더 특별한 공연을 늘 하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무대 위에 만들고 싶어서 이번 콘서트에서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다. 나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라이브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