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이나영: ‘하울링’ 때 했으니 6년 만이다. 떨리긴 하지만 내가 자신 있게 고른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나온 자리이기 때문에 좋다.
10. 아쉬움은 없나?
이나영: 아무도 모를 아쉬움이 내게만 있다.(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했고, 작품이 잘 나와서 만족한다.
10. 복귀작으로 ‘뷰티풀 데이즈’를 선택한 이유는?
이나영: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인 데다 캐릭터에 욕심이 컸다. 시나리오를 읽고 윤재호 감독님의 전작인 다큐멘터리 ‘마담 B’와 ‘레터스’ 등을 봤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어떤 배경과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을지 궁금했다. 다큐를 보고 그냥 허투루 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미장센이 남다른 영화인 것 같은데?
이나영: 맨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신선한 구성이 좋았다.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했다. 윤 감독님이 공간별로 분위기와 색감을 다르게 했다. 예를 들면 중국에 있는 남편을 만날 땐 푸른빛, 현재의 모습에서는 머리 색깔과 재킷 등을 붉은 색깔로 했다. 여러 번 탈색했더니 지금도 머리카락이 계속 끊어지고 있다. 하하.
10. 노개런티로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나영: 시나리오를 봤을 때 좋았고, 감독님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제작사에서 제시한 출연료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표현해야 할 부분, 공간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안 받았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한다. 대단한 일이 아닌데 알려져서 민망하다.
10. 독립영화로 복귀한 것도 의외다.
이나영: 주위 사람들도 ‘갑자기 왜 그러느냐’고 했다. 단편, 장편을 불문하고 독립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우문기 감독님의 ‘족구왕’을 재미있게 봤다. 보는 걸 좋아하지만, 기회가 돼서 맞는 작품이 있으면 하려고 한다. 독립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10. 독립영화만의 매력이 뭔가?
이나영: 촬영 회차가 적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뭔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한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감은 어느 영화에서나 똑같지만, 한 장면을 끝내면 엄청난 희열이 느껴지는 이상한 곳(장르)이다. (웃음)
10. 극 중 ‘젠첸엄마’가 처한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잘 모른다. 어떻게 준비했나?
이나영: 감독님께서 ‘뷰티풀 데이즈’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칭다오(靑島)와 옌볜(延邊)을 왔다 갔다 했고, 그러다가 ‘마담 B’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5년 동안의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거기서 도움을 받았다. 또한 송해성 감독님께서 소설 ‘찔레꽃’을 읽어보라고 해서 사서 읽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10. ‘젠첸엄마’의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각각 어떻게 달랐나?
이나영: 연령대별 감정을 비롯해 외적으로도 보여줄 게 많았다. 10대에는 극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감정 몰입이 중요했고, 20대에서 30대까지는 외모나 의상을 통해 보여줘야 할 부분이 있었다. ‘하울링’ 때도 그랬는데, 여형사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의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다른 모습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었다. 이번에도 나이마다 생활에서 묻어나는, 분위기와 맞는 의상을 찾기 위해 신경 썼다. 30대 때는 그동안 겪은 일들이 많았으므로 그런 것들을 가슴에 묻고 연기해야 했다. 연기를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젠첸엄마는 이랬지’ ‘이런 일을 겪었지’를 계속 생각했다.
10. 의상 대부분을 직접 선택했다고 들었는데?
이나영: 탈북 여성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상상이 안 됐다. 먼저 시각적으로 제대로 보여드리면서 생소함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10대 때 잘 어울리지 않았나? 내가 트레이닝 복이 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하하.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구제 시장을 직접 돌아다녔다. 같이 다니고 싶었는데 옷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더라. 언니가 시장에 가면 서로 사진을 공유하며 옷을 선택했다. 예산이 적으니 신중해야 했다. 환불도 안 된다.(웃음)
10. 14년 만에 만난 아들 앞에서 담담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나영: 30대에 아들을 만났다. 감정적인 표현과 액션을 크게 하는 것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최대한 배제했다. 과거 이야기가 드러나면 엄마가 왜 담담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감독님은 편집 과정에서 더 들어내셨다. 나는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글썽거렸고, 때론 울기도 했는데 영화에선 안 나온다.
10. 대사도 별로 없고, 롱테이크가 많다. 그만큼 감정 연기가 중요한데 어렵지 않았나?
이나영: 대사 없는 감정 연기를 원래 좋아한다. (웃음) 30대 연기를 할 때 대본을 다시 봤던 것도, 그녀의 삶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삶을 통해 드러나는 상황과 연기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재미있었다.
10. 클로즈업 장면도 유난히 많던데 부담되진 않았나?
이나영: 카메라가 깊게 들어오는 것도 좋아한다. 더 집중이 잘 된다. (웃음)
10. ‘젠첸엄마’일 뿐 배역의 이름이 없다.
이나영: 그것도 좋았다. 어떤 작품에선 억지로 이름을 만든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영화에선 그냥 엄마다. 여백이 없어서 좋았다. 사연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실제로 탈북자 중 이름이 없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써도 안 되고, 개명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중요한 건 엄마의 이름이 아니라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이다.
10. 엔딩이 인상적이다.
이나영: 엔딩도 그동안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굳이 말과 설명이 없어도 의미가 전해지는 그런 장면을 찍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장면 같지만 관객들은 뭔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 아들로 나온 장동윤에 대한 느낌은? 극 중 모자(母子) 관계여서인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이나영: 대본 리딩과 동선 리허설을 위해 영화사에서 처음 만났다. 맨바닥에 앉아서 대본 리딩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분위기가 닮았다고 얘기하더라. 영화가 처음이라고 했는데 너무 잘 했다. 중국어도 처음 배웠다는데 잘 해서 놀랐다. 워낙 반듯하고 듬직한 배우다. 젠첸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10. 복귀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일부에선 활동하지 않는다고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나영: 너무 죄송하다. 하고 싶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할 수 있었던 것들도 확신이 들 때 가져 나오고 싶었다. ‘이런 작품을 이렇게 들고 나타나면 반겨 주실 거야’ 하면서 참았다. 호흡의 차이, 속도의 차이인데 ‘뷰티풀 데이즈’에 이어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하게 된 것처럼 인연이 되는 작품을 만나면 계속할 거고, 또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10. 자신 스스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엄격해진 것 같다.
이나영: 속도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조건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을 잘 못하는 거다.
10. 또 독립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있나?
이나영: 그 전엔 안 할 것 같았나 보다. 나는 좋다. 어떤 재미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양성 영화들이 많아서 좋다.
10. 남편 원빈도 공백기가 길다. ‘아저씨’가 개봉한 지 8년이나 됐는데?
이나영: 남편도 저와 비슷한 이유다. 장르물 위주의 시나리오가 많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오히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 휴머니즘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오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 한국영화를 보면 여러 시도를 하고,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원빈 씨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예전에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굉장히 재미있었는데.
이나영: ‘무한도전’이 마지막이었다. 하하. 내가 예능에 출연하면 재미있을까? 그때도 팬으로서 몸을 힘들게 해서라도 재미있게 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10.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이종석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어떤가? 사람들이 이종석에게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한다. 예전에 이나영과 멜로물을 찍고 싶다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
이나영: 너무 옛날얘기 아닌가? 하하. 리딩 때 보고, 촬영은 3회차 정도 같이 했다. 아직 얘기는 많이 못 나눴다. 종석 씨만의 분위기가 있다. 극 중 역할과도 잘 어울린다.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다.
10. 세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어떤 엄마인가?
이나영: 굉장히 평범한 엄마다. 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뭘 해줘야 할지 그때그때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10. 아들 외모가 남다르겠다. 말 그대로 우월한 유전자 아닌가.
이나영: 워낙 어려서. (웃음) 우리는 잘 못 느낀다.
10. 아들이 연예인을 하겠다면 어떻게 할 건가?
이나영: 하겠다면 응원하겠다. 요즘 애들은 못 말린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할 생각이다.
10. ‘뷰티풀 데이즈’는 가족에 대한 영화다. 자신에게 가족의 의미는 뭔가?
이나영: 단순하다. 거창하지 않다. 사실 부모님께 짜증도 제일 많이 내고, 그러면서 후회하고 서로 보듬는다. 그럴 수 있는 게 가족이다. 밥상에 둘러앉아서 된장찌개를 먹는, 그게 가족인 것 같다.
10.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나영: 다양성 영화는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면 어떨까 싶다. 영화를 본다면 배신감은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위험에 처한 상황, 비극적인 상황 등이 있지만 힘들지 않다. 잘 따라오게끔 했고, 결국은 희망적인 작품이다. 구수한 영화는 아닌데 된장찌개를 강조하게 된다. 된장찌개에 밥 한 그릇 드시고, 이런 날씨에 보면 좋은 영화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돌아왔다. 탈북 여성의 20여 년 세월, 14년 만에 만난 아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서다. 이나영은 탈북 여성 ‘젠첸 엄마’의 10대부터 30대까지 굴곡진 삶을 밀도 높게 연기하며 공백이 무색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2015년 톱스타 원빈과 결혼한 이후 7개월 만에 아들을 출산한 후 공식 활동이 뜸했던 그는 예상을 깨고 독립영화를 선택했다. 공백이 길었던 데 대해 “하고 싶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이나영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오랜만의 인터뷰일 것 같다. 떨리지 않나?
이나영: ‘하울링’ 때 했으니 6년 만이다. 떨리긴 하지만 내가 자신 있게 고른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나온 자리이기 때문에 좋다.
10. 아쉬움은 없나?
이나영: 아무도 모를 아쉬움이 내게만 있다.(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했고, 작품이 잘 나와서 만족한다.
10. 복귀작으로 ‘뷰티풀 데이즈’를 선택한 이유는?
이나영: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인 데다 캐릭터에 욕심이 컸다. 시나리오를 읽고 윤재호 감독님의 전작인 다큐멘터리 ‘마담 B’와 ‘레터스’ 등을 봤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어떤 배경과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을지 궁금했다. 다큐를 보고 그냥 허투루 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미장센이 남다른 영화인 것 같은데?
이나영: 맨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신선한 구성이 좋았다. 어떤 영화가 나올까 궁금했다. 윤 감독님이 공간별로 분위기와 색감을 다르게 했다. 예를 들면 중국에 있는 남편을 만날 땐 푸른빛, 현재의 모습에서는 머리 색깔과 재킷 등을 붉은 색깔로 했다. 여러 번 탈색했더니 지금도 머리카락이 계속 끊어지고 있다. 하하.
10. 노개런티로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나영: 시나리오를 봤을 때 좋았고, 감독님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제작사에서 제시한 출연료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표현해야 할 부분, 공간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안 받았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한다. 대단한 일이 아닌데 알려져서 민망하다.
10. 독립영화로 복귀한 것도 의외다.
이나영: 주위 사람들도 ‘갑자기 왜 그러느냐’고 했다. 단편, 장편을 불문하고 독립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우문기 감독님의 ‘족구왕’을 재미있게 봤다. 보는 걸 좋아하지만, 기회가 돼서 맞는 작품이 있으면 하려고 한다. 독립영화만의 매력이 있다.
10. 독립영화만의 매력이 뭔가?
이나영: 촬영 회차가 적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뭔가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한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긴장감은 어느 영화에서나 똑같지만, 한 장면을 끝내면 엄청난 희열이 느껴지는 이상한 곳(장르)이다. (웃음)
10. 극 중 ‘젠첸엄마’가 처한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잘 모른다. 어떻게 준비했나?
이나영: 감독님께서 ‘뷰티풀 데이즈’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칭다오(靑島)와 옌볜(延邊)을 왔다 갔다 했고, 그러다가 ‘마담 B’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5년 동안의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거기서 도움을 받았다. 또한 송해성 감독님께서 소설 ‘찔레꽃’을 읽어보라고 해서 사서 읽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10. ‘젠첸엄마’의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각각 어떻게 달랐나?
이나영: 연령대별 감정을 비롯해 외적으로도 보여줄 게 많았다. 10대에는 극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감정 몰입이 중요했고, 20대에서 30대까지는 외모나 의상을 통해 보여줘야 할 부분이 있었다. ‘하울링’ 때도 그랬는데, 여형사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의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다른 모습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었다. 이번에도 나이마다 생활에서 묻어나는, 분위기와 맞는 의상을 찾기 위해 신경 썼다. 30대 때는 그동안 겪은 일들이 많았으므로 그런 것들을 가슴에 묻고 연기해야 했다. 연기를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젠첸엄마는 이랬지’ ‘이런 일을 겪었지’를 계속 생각했다.
이나영: 탈북 여성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상상이 안 됐다. 먼저 시각적으로 제대로 보여드리면서 생소함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10대 때 잘 어울리지 않았나? 내가 트레이닝 복이 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하하.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구제 시장을 직접 돌아다녔다. 같이 다니고 싶었는데 옷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더라. 언니가 시장에 가면 서로 사진을 공유하며 옷을 선택했다. 예산이 적으니 신중해야 했다. 환불도 안 된다.(웃음)
10. 14년 만에 만난 아들 앞에서 담담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나영: 30대에 아들을 만났다. 감정적인 표현과 액션을 크게 하는 것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최대한 배제했다. 과거 이야기가 드러나면 엄마가 왜 담담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감독님은 편집 과정에서 더 들어내셨다. 나는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글썽거렸고, 때론 울기도 했는데 영화에선 안 나온다.
10. 대사도 별로 없고, 롱테이크가 많다. 그만큼 감정 연기가 중요한데 어렵지 않았나?
이나영: 대사 없는 감정 연기를 원래 좋아한다. (웃음) 30대 연기를 할 때 대본을 다시 봤던 것도, 그녀의 삶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삶을 통해 드러나는 상황과 연기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재미있었다.
10. 클로즈업 장면도 유난히 많던데 부담되진 않았나?
이나영: 카메라가 깊게 들어오는 것도 좋아한다. 더 집중이 잘 된다. (웃음)
10. ‘젠첸엄마’일 뿐 배역의 이름이 없다.
이나영: 그것도 좋았다. 어떤 작품에선 억지로 이름을 만든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영화에선 그냥 엄마다. 여백이 없어서 좋았다. 사연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실제로 탈북자 중 이름이 없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써도 안 되고, 개명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중요한 건 엄마의 이름이 아니라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이다.
10. 엔딩이 인상적이다.
이나영: 엔딩도 그동안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장면이었다. 굳이 말과 설명이 없어도 의미가 전해지는 그런 장면을 찍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장면 같지만 관객들은 뭔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 아들로 나온 장동윤에 대한 느낌은? 극 중 모자(母子) 관계여서인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이나영: 대본 리딩과 동선 리허설을 위해 영화사에서 처음 만났다. 맨바닥에 앉아서 대본 리딩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분위기가 닮았다고 얘기하더라. 영화가 처음이라고 했는데 너무 잘 했다. 중국어도 처음 배웠다는데 잘 해서 놀랐다. 워낙 반듯하고 듬직한 배우다. 젠첸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10. 복귀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일부에선 활동하지 않는다고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나영: 너무 죄송하다. 하고 싶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할 수 있었던 것들도 확신이 들 때 가져 나오고 싶었다. ‘이런 작품을 이렇게 들고 나타나면 반겨 주실 거야’ 하면서 참았다. 호흡의 차이, 속도의 차이인데 ‘뷰티풀 데이즈’에 이어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하게 된 것처럼 인연이 되는 작품을 만나면 계속할 거고, 또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10. 자신 스스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엄격해진 것 같다.
이나영: 속도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조건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을 잘 못하는 거다.
10. 또 독립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있나?
이나영: 그 전엔 안 할 것 같았나 보다. 나는 좋다. 어떤 재미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양성 영화들이 많아서 좋다.
이나영: 남편도 저와 비슷한 이유다. 장르물 위주의 시나리오가 많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오히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 휴머니즘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오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 한국영화를 보면 여러 시도를 하고,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원빈 씨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0.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예전에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굉장히 재미있었는데.
이나영: ‘무한도전’이 마지막이었다. 하하. 내가 예능에 출연하면 재미있을까? 그때도 팬으로서 몸을 힘들게 해서라도 재미있게 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10.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는 이종석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어떤가? 사람들이 이종석에게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한다. 예전에 이나영과 멜로물을 찍고 싶다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
이나영: 너무 옛날얘기 아닌가? 하하. 리딩 때 보고, 촬영은 3회차 정도 같이 했다. 아직 얘기는 많이 못 나눴다. 종석 씨만의 분위기가 있다. 극 중 역할과도 잘 어울린다.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다.
10. 세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어떤 엄마인가?
이나영: 굉장히 평범한 엄마다. 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뭘 해줘야 할지 그때그때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10. 아들 외모가 남다르겠다. 말 그대로 우월한 유전자 아닌가.
이나영: 워낙 어려서. (웃음) 우리는 잘 못 느낀다.
10. 아들이 연예인을 하겠다면 어떻게 할 건가?
이나영: 하겠다면 응원하겠다. 요즘 애들은 못 말린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할 생각이다.
10. ‘뷰티풀 데이즈’는 가족에 대한 영화다. 자신에게 가족의 의미는 뭔가?
이나영: 단순하다. 거창하지 않다. 사실 부모님께 짜증도 제일 많이 내고, 그러면서 후회하고 서로 보듬는다. 그럴 수 있는 게 가족이다. 밥상에 둘러앉아서 된장찌개를 먹는, 그게 가족인 것 같다.
10.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나영: 다양성 영화는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면 어떨까 싶다. 영화를 본다면 배신감은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위험에 처한 상황, 비극적인 상황 등이 있지만 힘들지 않다. 잘 따라오게끔 했고, 결국은 희망적인 작품이다. 구수한 영화는 아닌데 된장찌개를 강조하게 된다. 된장찌개에 밥 한 그릇 드시고, 이런 날씨에 보면 좋은 영화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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