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말을 하지 않아도 혼나는 건 느낌으로 알죠. 실수를 한 뒤에 ‘잘할게요’라고 제가 먼저 실토를 합니다. 첫 공연 때 대사 세 마디를 못 하고 그냥 넘어갔어요. 제가 알고 있으니까, 말 안하는 게 더 큰 야단이 돼요.”
갓 데뷔한 신인 배우의 말이 아니다. 1977년 MBC 개그콘테스를 통해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인 방송인 주병진(59)의 입에서 나왔다. ‘혼나다’는 데뷔 40년이 된 그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지금 그는 1980년대로 돌아가 신인의 자세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오!캐롤'(연출 한진섭)에 출연 중이다. 극중 허비 역을 맡았다.
지난 28일, ‘오!캐롤’의 프레스콜을 마치고 주병진을 만났다. 표정과 자세에서는 세월이 빚어낸 여유가 묻어났다. 한 시간 가까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내내 느긋하게, 우렁차게 받아냈다.
“첫 공연 때 정말 떨렸어요. 연습을 하면서 ‘내가 넘지 못하는 벽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노래하면서 춤춰야죠, 연기하면서 자기 위치까지 찾아야 해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시간도 딱 맞아야 하고요. 무대에 오르니까 모든 게 혼란스럽더군요. 이를테면 1절을 두 번 부르고(웃음) 제가 서 있는 위치가 맞는지도 불안하고요. 공연 초반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40년 경력의 베테랑 주병진도 첫 공연 날은 청심환을 먹었다고 한다. 용기를 내 도전을 했지만, ‘너무 높은 산에 오르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코미디쇼와 토크쇼부터 여러 사업과 운동 등 지속적으로 도전을 해왔어요. 뮤지컬은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은 분야였죠. 제안을 받으니까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높은 산일 줄은 알았지만요. 선뜻 해보겠다고,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요. 실패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잖아요. 뮤지컬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더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하나씩 이겨내면서, 도전하는 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했죠.”
눈은 빛났고,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주병진은 “사실 지금 완전히 이겨내지는 못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도전을 하지는 않는다. 이유 중 하나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데, 주병진은 지금 이겨내는 중이다.
“적응하면서 두렵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거야! 이걸 느끼려고 도전한 거야!’ 싶을 때도 있어요. 온통 머릿속은 넘버(뮤지컬 삽입곡) 가사, 동선과 춤밖에 없어요. 잠이 안 올 정도예요. 목표가 있어서 행복하고, 이겨냈을 때 다른 행복이 나를 찾아줄 거라고 믿어요.”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시작한 도전은 실제로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오!캐롤’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힘줘 말했다.
“허비는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MC예요. 그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 응어리가 저와 비슷해요. 심지어 MC 역할까지 맞아떨어지니까, ‘내가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웃음) 아마 다른 역할이었다면 좀 더 고심했을 거예요.”
손에 힘을 주며 “‘오!캐롤’은 내 이야깁니다”라고 강조했다.
팝 가수 닐 세다카의 인기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형태의 ‘오!캐롤’은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2016년 초연부터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입소문을 탔다.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베스트 외국뮤지컬상’도 수상했다. 이번 시즌은 1년 6개월 만으로, 오는 10월 2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주병진. 시청자들은 더 자주 방송을 통해 보고싶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는 방송 출연은 자제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여러 프로그램의 제안을 받는데,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앞으로의 방향이에요. 트라우마가 있어요. 누가 저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부풀려서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일종의 병 같기도 한데,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떠돌 때 괴로워요. 아예 근거를 없애자고 생각해서 방송 출연도 극도로 자제하게 돼요. 아이고, 속마음까지 얘기해버렸네요. 하하”
주병진의 ‘오!캐롤’ 출연 소식을 듣고, 분야는 다르지만 워낙 베테랑 방송인이니까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관객의 이목을 쉽게 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의구심은 대화를 나누며 싹 사라졌다. 주병진은 이번 작품을 위해 개인 노래 레슨도 받는다. 그는 ‘끝없는 싸움’이라고 표현하며 “피까지 봤다”고 털어놨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못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나쁘지 않았어’라는 평가를 목표로 계속 노력할 겁니다. 첫 공연을 마치고 만감이 교차했어요. 집 잔디를 낫으로 깎으면서 노래 연습을 계속했어요. 손을 벨까 봐 조심했는데도, 다쳐서 꿰맸어요.(웃음) 노래를 이렇게 피를 보면서 연습했어요, 알아주세요.”
그는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싫다고 한다면 개선하겠다”며 “극장 문을 나가는 순간, 모두 행복한 기운을 얻고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호락호락하게 연습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갓 데뷔한 신인 배우의 말이 아니다. 1977년 MBC 개그콘테스를 통해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인 방송인 주병진(59)의 입에서 나왔다. ‘혼나다’는 데뷔 40년이 된 그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지금 그는 1980년대로 돌아가 신인의 자세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오!캐롤'(연출 한진섭)에 출연 중이다. 극중 허비 역을 맡았다.
지난 28일, ‘오!캐롤’의 프레스콜을 마치고 주병진을 만났다. 표정과 자세에서는 세월이 빚어낸 여유가 묻어났다. 한 시간 가까이 어떤 질문을 던져도 내내 느긋하게, 우렁차게 받아냈다.
“첫 공연 때 정말 떨렸어요. 연습을 하면서 ‘내가 넘지 못하는 벽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노래하면서 춤춰야죠, 연기하면서 자기 위치까지 찾아야 해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시간도 딱 맞아야 하고요. 무대에 오르니까 모든 게 혼란스럽더군요. 이를테면 1절을 두 번 부르고(웃음) 제가 서 있는 위치가 맞는지도 불안하고요. 공연 초반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40년 경력의 베테랑 주병진도 첫 공연 날은 청심환을 먹었다고 한다. 용기를 내 도전을 했지만, ‘너무 높은 산에 오르려고 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코미디쇼와 토크쇼부터 여러 사업과 운동 등 지속적으로 도전을 해왔어요. 뮤지컬은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은 분야였죠. 제안을 받으니까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높은 산일 줄은 알았지만요. 선뜻 해보겠다고,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요. 실패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잖아요. 뮤지컬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더라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힘든 과정을 하나씩 이겨내면서, 도전하는 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했죠.”
눈은 빛났고,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주병진은 “사실 지금 완전히 이겨내지는 못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도전을 하지는 않는다. 이유 중 하나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데, 주병진은 지금 이겨내는 중이다.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시작한 도전은 실제로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오!캐롤’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힘줘 말했다.
“허비는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MC예요. 그의 상황이나 심리 상태, 응어리가 저와 비슷해요. 심지어 MC 역할까지 맞아떨어지니까, ‘내가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웃음) 아마 다른 역할이었다면 좀 더 고심했을 거예요.”
손에 힘을 주며 “‘오!캐롤’은 내 이야깁니다”라고 강조했다.
팝 가수 닐 세다카의 인기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형태의 ‘오!캐롤’은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2016년 초연부터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입소문을 탔다.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베스트 외국뮤지컬상’도 수상했다. 이번 시즌은 1년 6개월 만으로, 오는 10월 2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주병진. 시청자들은 더 자주 방송을 통해 보고싶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는 방송 출연은 자제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여러 프로그램의 제안을 받는데,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앞으로의 방향이에요. 트라우마가 있어요. 누가 저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부풀려서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일종의 병 같기도 한데,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떠돌 때 괴로워요. 아예 근거를 없애자고 생각해서 방송 출연도 극도로 자제하게 돼요. 아이고, 속마음까지 얘기해버렸네요. 하하”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못한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나쁘지 않았어’라는 평가를 목표로 계속 노력할 겁니다. 첫 공연을 마치고 만감이 교차했어요. 집 잔디를 낫으로 깎으면서 노래 연습을 계속했어요. 손을 벨까 봐 조심했는데도, 다쳐서 꿰맸어요.(웃음) 노래를 이렇게 피를 보면서 연습했어요, 알아주세요.”
그는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싫다고 한다면 개선하겠다”며 “극장 문을 나가는 순간, 모두 행복한 기운을 얻고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호락호락하게 연습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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