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8’./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8’./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여러분 모두 푸지스(Fugees)의 팬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 가수 로린 힐이 이렇게 묻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로린 힐은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 다시 한 번 호응을 유도했다. 이번에는 더 큰 함성이 쏟아졌다. 로린 힐은 그제야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푸지스의 ‘하우 매니 마이크스(How Many Mics)’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 2018(이하 서재페)’의 한 장면이다.

로린 힐은 미국 힙합그룹 푸지스의 멤버로 데뷔해 1999년 솔로음반 ‘더 미스에듀케이션 오브 로린 힐(The Miseducation of Lauren Hill)’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1990년대 중후반 유행했던 네오 소울 장르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 ‘서재페’ 출연은 데뷔 20주년 기념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당초 오후 8시 30분부터 공연할 예정이었던 로린 힐은 30여 분 늦은 오후 9시 무대에 나타났다. 공연 전 관객들의 흥을 돋울 요량으로 무대에 올랐던 DJ는 30분 넘도록 노래를 틀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처음에는 즐겁게 몸을 흔들던 관객들도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한 남성 관객은 로린 힐이 지각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면서 “아직 도착 안 한 것 아냐?”라고 농담했다.

지난 19일 ‘서재페’ 공연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로린 힐 / 사진제공=프라이빗 커브
지난 19일 ‘서재페’ 공연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로린 힐 / 사진제공=프라이빗 커브
하지만 로린 힐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에브리싱 이즈 에브리싱(Everyting is Everything)’으로 공연을 시작한 그는 ‘엑스-팩터(Ex-Factor)’ ‘파이널 아워(Final Hour)’ ‘로스트 원스(Lost Ones)’ ‘투 자이언(To Zion)’ 등의 히트곡과 ‘하우 매니 마이크스’ ‘푸 지 라(Fu Gee La)’와 같은 푸지스 시절 발표곡,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 등의 커버곡을 골고루 들려줬다.

로린 힐의 에너지는 어마어마했다. 음향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몇 번이나 스태프들에게 손짓을 하면서도 노래와 랩만큼은 흔들림 없었다. 자신의 주특기인 힙합과 알엔비는 물론이고 가스펠까지 아울렀다. 특별한 인사나 멘트 없이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내달렸다. 관객들은 로린 힐이 새로운 노래를 시작할 때마다 불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앙코르곡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를 부를 때는 가사를 개사해 “한국은 너무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한 아이언 앤 와인 / 사진제공=프라이빗 커브
지난 19일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한 아이언 앤 와인 / 사진제공=프라이빗 커브
올해 ‘서재페’는 재즈 아티스트들과 대중 가수들을 적절히 섭외해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켰다. 문(Moon)은 수변무대에 자리를 잡고 ‘키스 미(Kiss Me)’ ‘스마일(Smile)’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 등 잔잔한 재즈곡을 라이브로 들려줬다. 미국에서 날아온 그레첸 팔라토는 바람을 만끽하며 노래했다. 자장가에서 멜로디를 따와 만들었다는 ‘매그너스(Magnus)’를 부르면서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했다.

JTBC ‘효리네 민박2’에 노래가 삽입돼 이름을 알린 미국 3인조 밴드 크루앙빈은 훵크(Funk)에 기반을 둔 음악으로 흥을 돋웠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크루앙빈은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아이언 앤 와인 역시 좋은 반응을 얻은 팀 중 하나다. 포크와 로큰롤을 오가면서 전위적인 음악을 들려줬다. 백발의 베이시스트는 관객들에게 특히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정세운, 권진아, 이하이, 곽진언, 크러쉬, 에픽하이 등 대중 가수들의 활약도 눈여겨 볼 만했다. 특히 크러쉬의 인기가 대단했다. 좌석은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가득 찼고 스탠딩석 역시 발 디딜 틈 없었다. 크러쉬는 ‘스티비 원더러스트(Stevie Wonderlust)’를 시작으로 ‘오아시스’ ‘어떻게 지내’ ‘뷰티풀(Beautiful)’ ‘스킵(Skip)’ 등을 부르며 관객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서재페’ 실내 공연장에서 무대를 꾸민 그는 “내년 ‘서재페’에서는 꼭 야외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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