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답답한 현실이지만 청춘들의 일상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 5일 첫걸음을 뗀 JTBC 새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연출 이창민)다. 청춘들의 분투와 기묘한 동거 생활을 담아내며 유쾌하게 출발했다.

사진=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방송화면 캡처
◆ “더 이상 나빠질 건 없다”

시작부터 적나라했다.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를 운영하는 동구(김정현), 준기(이이경), 두식(손승원)은 수도요금을 낼 형편도 못 돼 샤워를 하다 뛰쳐나오는 등 위기에 놓였다. 동구는 대출을 받아 게스트하우스 사업에 뛰어든 것을 후회했지만, 준기는 “남자 셋이서 수도요금 40만원도 못 벌겠느냐”며 큰소리쳤다. 두식도 “더 이상 나빠질 건 없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여유를 보였다.

답답한 동구가 방으로 들어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갓난 아이가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 세 사람은 아이의 엄마가 잠깐 외출했을 수도 있으니 신고는 보류하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울고 보채는 아이를 감당하긴 쉽지 않았다. 동구가 나서서 기저귀를 갈았고, 심지어 여자친구 수아(이주우)를 만나러 갈 때도 아이를 안고 나갔다. 결국 아이를 안은 채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결별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동구의 아이 돌보기는 계속됐다. 준기, 두식은 동구에게 모든 걸 떠넘겼다.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게스트하우스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기자 이들은 아이를 계속 키우기로 했다. 평화도 잠시, 아이의 엄마가 나타났다. 세 사람은 아이를 안고 도망치는 엄마를 쫓았다. 그는 ‘싱글맘’ 윤아(정인선)였다. 세 남자와 윤아의 만남, 이들의 기묘한 동거를 예고하며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첫 회가 마무리됐다.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시작은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꿈을 갖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소소한 일상이 중심을 잡고, 그 안에서 터지는 뜻밖의 일들이 웃음을 더하는 식이다.

사진=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방송화면 캡처
◆ 김정현·손승원의 변신, 이이경의 굳히기

유쾌함의 중심에는 와이키키의 3인방, 김정현 이이경 손승원이 있다. 전작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대세 배우’로 떠오른 세 사람의 만남으로도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주목받았다. 첫 회에서 보여준 이들의 시너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프리랜서 연출가 동구 역을 맡은 김정현에게서 KBS2 드라마 ‘학교’를 통해 보여준 반항아의 모습은 없었다. 그는 지나치게 여유로운 친구들에게 윽박지르며 답답함을 호소하면서도 마음이 약해 혼자서 아이를 돌보고, 책임감 하나로 게스트하우스를 이끌어갔다. 빠른 말과 다양한 표정으로 동구라는 인물을 표현했다.

손승원의 변신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묵직한 연기를 보여준 그는 ‘으라차차 와이키키’로 망가졌다. 편안한 운동복 차림에 동그란 안경을 쓴 프리랜서 작가 두식을 맡았다. 빈틈 많아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선 묘하게 빠져나가는 ‘곰 같은 여우’ 캐릭터다. 말투는 어벙하지만 할 말은 다 하며 보는 이들을 웃게 했다.

이이경은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굳히기에 나섰다. 전작인 KBS2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단역 배우 준기 역을 맡아 맞춤옷을 입은 듯 날아다녔다. 첫 회에는 배우 박성웅이 특별 출연해 단역 배우로 영화 촬영 현장을 찾은 준기와 호흡을 맞췄다. 모든 의사소통을 손짓으로 하는 설정의 박성웅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준기의 모습은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가벼운 말투와 어이없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이이경의 몸짓과 표정이 재미를 더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연출을 맡은 이창민 PD와 손승원은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첫 회는 성공했다고 할 만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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