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사진=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화면 캡처
특별히 큰 갈등은 없었다. 캐릭터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 마음에 스며드는 멜로드라마가 시작됐다. JTBC 새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다.

지난 11일 처음 방송된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진원, 이하 ‘그사이’)’는 거칠지만 단단한 뒷골목 청춘 이강두(이준호)와 상처를 숨긴 채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건축모형 제작자 하문수(원진아), 인생을 뒤흔든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그사이’ 1회는 12년 전에 쇼핑몰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은 남녀 주인공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촉망받던 축구선수였던 강두는 쇼핑몰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았지만 오른 다리를 못 쓰게 됐고,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재 뒷골목에 스며들었다. 그러면서 여동생 재영의 학비 마련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 않고 여관방을 전전했다.

같은 사고를 겪은 문수는 강두와는 조금 다르게 살고 있다. 문수는 12년 전 쇼핑몰 붕괴사고로 동생 연수를 잃었다. 자신도 사고 현장에 있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건물이 무너졌다. 사고를 기점으로 문수의 가족은 무너졌다.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술을 달고 살기 시작했다. 문수도 슬프고 아프지만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일상을 지속해 나갔다.

결이 다른 인생을 살아가던 두 사람에겐 사방이 갇힌 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고의 트라우마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강두와 문수가 청유건설 계단에서 우연히 부딪히고, 계단에서 구를 뻔한 문수가 강두를 끌어안은 장면은 멜로의 시작을 알리는 극적인 장면이었다.

또 비오는 날 폭력배들에게 두들겨 맞고 거리에 쓰러져 있던 강두를 문수가 구하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온 강두가 어렴풋이 문수를 떠올리는 장면도 여운을 남겼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출발점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사이’의 연출을 맡은 김진원 PD는 지난 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에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그 사이’란 제목부터 지었다”며 “참사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다른 것, 그 시선들 사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또 큰 사고가 일어났던 과거와 현재,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져야 상처를 어떻게 회복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1회에서 제작진은 강두와 문수의 캐릭터를 찬찬히 설명하며 자신들의 기획 의도를 시청자들이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멜로를 그리면서 ‘그사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는 어떻게 여러 가지 다른 시선들을 설명하고, 상처를 회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릴까. 또 어떻게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될까.

JTBC 새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매주 월·화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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