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더 유닛’ 포스터 / 사진제공=KBS
‘더 유닛’ 포스터 / 사진제공=KBS
심사위원이 아니라 선배다. 못하는 부분을 꼬집기보단 실패 경험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토닥였다.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다른 지점이다.

지난 28일 처음 방송된 ‘더 유닛’은 전현직 아이돌 전체를 대상으로 그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대표 유닛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가수 비를 필두로 태민, 현아, 조현아, 산이, 황치열이 재기를 꿈꾸는 아이돌 멤버들의 선배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게서 심사위원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해왔던 비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게 싫었다. 하지만 실패를 겪었던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더 유닛’의 취지에 공감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날 예선전에는 데뷔를 했지만 다양한 이유로 자신을 어필하지 못했던 가수들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무대에 올랐다. 이들 중 현장을 메운 관객들의 90% 이상의 응원을 받으면 ‘슈퍼 부트’를 획득, 곧바로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선배들의 부트를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현아는 심사 기준에 대해 “실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절실해야 한다”고 했다.

이름조차 낯선 그룹은 물론 다수의 방송 활동으로 꽤 익숙한 그룹의 멤버들까지 다양하게 도전장을 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스피카 해체 후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양지원은 프로 가수다운 실력으로 슈퍼 부트를 획득했다. 빅스타 멤버들의 무대는 선배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간절한 이들의 무대에 현아는 “진정성 있는 무대다. 내가 평가할 수 없다. 이들이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더 유닛’ 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황치열, 현아, 조현아, 산이, 태민 / 사진제공=KBS
‘더 유닛’ 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황치열, 현아, 조현아, 산이, 태민 / 사진제공=KBS
오디션 프로그램엔 빠질 수 없는 것이 ‘독설’이다. 하지만 ‘더 유닛’의 선배군단은 “우린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 때문에 노래를 못해도 합격할 수 있고, 춤을 못 춰도 매력이 있다면 합격할 수 있다”며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놨다.

신인 걸그룹 굿데이의 멤버들이 각자의 매력을 어필한 가운데, 유일한 탈락자가 된 막내 럭키에게 비는 “절대 못해서 떨어진 게 아니다. 우리가 만들 그룹의 색깔에 안 어울릴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무명 기간의 설움을 쏟아내는 도전자에겐 같은 경험이 있는 황치열의 따뜻한 위로가 이어졌다. 츰도 노래도 엉망이라 관객들은 물론 선배들을 당혹케 한 이정하가 “실력이 부족한데 좋은 건 처음”이라며 합격하는 모습 등도 ‘더 유닛’이라 가능했다.

냉정한 평가를 뒤로하고 후배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선배들의 위로는 심심했지만 따뜻했다. 이는 실력보단 진정성을 평가하는 ‘더 유닛’의 정체성과 맞닿았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시청률은 6.2%. 전작이었던 ‘배틀트립’이 평균적으로 3~4%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 보다 높은 수치다. 방송 중엔 참가자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더 유닛’의 화제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극 없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 유닛’은 ‘착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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